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지난달 회의에서 연간 경제성장 전망 2.5%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이에 못미칠 가능성 역시 열어뒀다. 수출과 물가의 회복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다는 데 따른 것이지만, 동시에 과도한 비관론도 경계했다.
7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2019년도 제7차)'에 따르면 A위원은 지난달 18일 회의에서 "GDP성장률 수정 전망치인 2.5%에 동의한다.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2.5% 수준까지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당일 금통위 뒤 올해 연간 실질GDP 성장률을 2.5%로 지난 1월 전망치보다 0.1%p 하향 조정했다. A위원은 "다만 세부 부문별로는 하반기 수출회복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감안할 때 수출과 수입 전망치에 약간의 하방리스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B위원은 "성장과 물가가 모두 하향 조정됐는데,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여전히 하방리스크가 더 커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0%대로 오름세가 낮아진 물가상승률이 4분기에야 기저효과에 의해 0%대를 벗어날 것"이라며 "세계교역 신장률에 비해 우리 재화수출 증가율이 더 낮아질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위원은 "이번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 상반기 전망치가 1분기 중 실적 부진을 반영해 하향 조정됐고 2분기 이후 하반기까지 반등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수치상으로 연간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등의 정도가 꽤 커야 할 것으로 보여 하방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전망에 대해서도 "지난해 하반기 중 농산물가격 및 국제유가 상승으로 소비자물가가 높았던 점이 기저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망의 하방리스크가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비관론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는 의견도 잇따랐다. D위원은 "최근 우리 수출부진이 일부 품목과 지역 요인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고 있고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경제전망이 지난 전망과 크게 차이가 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위원은 "지난해 4분기 중 정부부문의 성장기여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적어도 민간부문만 놓고 보면 금년 1분기가 전분기보다 소폭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F위원은 "경제전망 하향 조정이 공표되면, 이를 계기로 일각에서는 경기침체 우려 등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이번 조정은 최근 경제상황을 반영한 것이고 하반기 이후 내년까지 성장과 물가 흐름이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경기침체나 디플레이션 우려는 지나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막연한 낙관론도 당연히 경계해야겠지만 과도한 비관론은 자기실현적 과정을 통해 더 나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경제상황에 대한 과도한 비관론이 확산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한국은행에 당부했다.
한편 금통위원들은 "가계대출 및 부동산 관련대출 증가세 둔화가 지속돼 금융불균형 누적위험이 차츰 완화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불균형 정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 연 1.75% 동결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