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연합뉴스
3일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일반용 5세대(5G) 이동통신을 상용화한 지 한 달을 맞았다.
한달간 26만명이 5G 서비스에 가입하는 등 큰 관심을 끌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과 제2벤처붐 조성에 기여할 각종 새 제품과 서비스도 잇따라 등장했다.
그러나 5G 기지국 등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위해 조기에 상용화하면서 고객 불만이 폭주한 점과 과열경쟁에 따른 이용자 차별 논란 등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24일만에 26만명 가입…통신사, 새 상품·서비스로 5G 생태계 조성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일반용 5G 상용화를 미국 버라이즌보다 먼저 시작하기 위해 지난달 3일 밤 11시 기습 개시한 이후 가입자 수가 지난달 29일 현재 약 26만명에 달했다.
통신사가 선정한 1호 가입자 외에 일반 고객의 가입이 정식으로 시작된 지난달 5일 이후 24일 만의 실적이다.
통신사별로는 KT[030200]가 지난달 30일 5G 가입자 10만명을 돌파하며 가입자 모집 경쟁에서 약간 앞서가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롱텀에볼루션(LTE·4G)을 도입했을 때 10만명을 유치하는데 걸린 시간보다 1.4배 빠른 속도다.
KT 가입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업계 최초로 5G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 '슈퍼플랜'과 '5G 커버리지 맵(map)'을 출시하는 등 빠른 행보를 보인 덕분이다.
5G 가입자의 85% 이상이 슈퍼플랜을 선택했다. 가입 2년 후 단말 출고가의 50%를 보장해주는 '슈퍼체인지'와 월 할부금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단말을 이용할 수 있는 '슈퍼렌탈' 프로그램 가입률은 65%로 절반을 웃돌았다.
5G 기지국 수를 지역과 제조사별로 세분화해 지난달 26일 공개한 '5G 커버리지맵 2.0'은 기존 5G 커버리지 맵보다 7배 많은 일평균 3천500여건의 페이지뷰(PV)를 기록하고 있다.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017670]은 5G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작년 12월 삼성전자[005930], 마이크로소프트, 오므론 등 20개 기업, 기관과 함께 출범한'5G 스마트팩토리 얼라이언스'을 통해 5G 스마트 로봇, 설비, 솔루션 등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또, 세계 최초로 선보인 5G 스마트오피스에는 각 국내외 기업과 정부기관의 벤치마킹을 위한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SK텔레콤은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연세의료원과 용인세브란스병원을 5G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병원으로 구축하기 위한 협력 계획을 발표했으며, 신세계아이앤씨와 신세계[004170] 그룹 계열 백화점, 마트, 복합쇼핑몰 등 분야에서 5G 기반 신규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육군사관학교, 인천경제자유구역 등과도 5G를 통해 협력하고 있다.
3일부터 아이돌 경연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 시즌4'를 VR로 독점 제공하는 등 아이돌, 게임, 프로야구, 학습, 문화, 웹툰 등 6대 서비스 영역에서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엔터테인먼트사, 갤러리, 영화제작사 등과도 제휴를 확장하고 있다.
LG유플러스[032640]는 고객 일상을 바꿀 수 있는 5G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강남역 인근에 운영중인 5G 서비스 팝업스토어 '일상로 5G길'는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잠실야구장에서 운영한 U+프로야구 팝업스토어와 KLPGA 대회 경기장,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운영한 U+5G 팝업스토어 방문객을 포함하면 20만명이 넘는 고객이 U+5G를 체험했다.
지난달 22일 용산사옥과 LG 트윈타워에도 5G 전시관을 개관했으며, 오는 7월 14일까지 전국 30개 영화관에서 U+5G 미니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5G 조기 확산을 위해 U+5G 전용 콘텐츠를 연말까지 1만5천개 이상으로 확대한다.
LG유플러스는 시흥시, 시흥경찰서,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과 상반기 중 드론, 자율주행차, 로봇 등 무인 이동체를 활용한 도심형 치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연내 시범 운영을 개시한다.
◇ 조기시행 탓 고객 불만 증가…과열경쟁 따른 실적 우려도
5G 상용화 한 달이 됐지만, 사용자 불만은 여전하다.
5G 커버리지 한계로 5G를 이용할 수 없는 곳이 극히 적고, 5G가 연결되더라도 LTE 대비 빠른 속도를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5G에서 LTE로 전환할 때 먹통이 되는 문제나, 5G 때문에 LTE 속도가 느려졌다는 불만도 해소되지 않았다. 5G와 LTE 간 전환이 수시로 일어나며 배터리 소모가 LTE폰보다 확연히 많아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일부 통신사는 하루 데이터 사용량을 제한하는 조항을 두고도 데이터 '완전 무제한'이라고 홍보한 사실이 알려지자 약관을 수정하기도 했다. VVIP 등급 혜택을 추가하는 대신 장기고객·온라인 가입신청 요금할인과 보너스 마일리지, 데이터 쉐어링 등 혜택을 미적용한 데 대해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통신사 간 5G 고객 유치전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수익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집단상가와 인터넷 등에서는 40만~60만원에 달하는 5G 스마트폰 불법보조금을 제시하며 호객하는 사례도 포착돼 당국이 통신사들을 불러 경고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 이혁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5G 과열로 2분기 이후로는 성과 관련 압박이 뒤따를 수밖에 없어 하반기 수익 전망은 조금 어려울 것"이라며 "통신3사가 어느 단계에서는 과열적 요인을 접고 정상적 차원의 경쟁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통신3사, 단말기·장비 제조사와 '5G 서비스 점검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5G 서비스 품질 관련 주요 현안과 해결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통신3사는 대리점, 판매점을 대상으로 5G 관련 현장 교육을 철저히 진행하고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도입 초기여서 커버리지가 많이 부족하고 망의 최적화도 덜 됐다"며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구태의연하게 보조금을 풀며 초기 가입자를 영입하다 보니 이 같은 문제점이 더욱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커버리지 확대에 1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고객이 제대로 5G를 즐길 수 있는 AR, VR 등 5G 콘텐츠가 개발되고 세계 최초 상용화의 이점을 살려 관련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