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사라진 정치권…마주 앉지도 않는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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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사태로 정치권 혐오커지며 정당해산 청원 봇물
"원내대표간 물밑협상서 풀었다면 극한 상황 막을 수도" 지적
민주 "나경원 일방 주장만 지속…김성태 때보다 대화 크게 줄어"
한국 "주체성 없는 민주 원내지도부 믿을 수 없어…홍영표 패싱 당연"
오는 8일 민주 원내대표 교체가 대화 물꼬 틀지 주목

29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회의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펼치고 있다. 윤창원기자

 

선거제 개편과 검찰 개혁안이 우여곡절 끝에 패스트트랙에 태워지면서 정치권에 가장 필요한 덕목인 대화와 타협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국이 막혔을 경우 여야 원내 지도부 간의 허심탄회한 막후 협상으로 이를 풀어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상대 진영에 대한 불신 고조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여야는 패스트트랙에 대한 신경전을 1일에도 이어갔다.

여야 4당 원내대표(좌측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들이 1일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후속 논의를 위한 회동을 갖고 있다. 윤창원기자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원내대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내일이라도 5당 원내대표 회동을 하자"며 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장외투쟁을 준비하는 한편 2일에는 정용기 정책위의장과 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태흠 위원장 등 10여명의 의원이 삭발을 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같은 대립 양상은 지지층과 국민들로까지 번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한국당과 민주당에 대한 정당해산 청원에는 각각 160만명과 25만명 이상이 동참했다.

정치권 내부는 물론 국민 여론까지 분열되는 모습을 보이자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가장 큰 양당의 원내대표들이 미리 대화만 잘 했더라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실제로 과거 여야 원내대표들은 협상장이나 공개된 회동장에서는 각자의 요구사항을 강하게 요구하며 강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식사자리나 술자리에서 만나서는 속내를 털어놓으며 합의의 물꼬를 트곤 했다.

20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지낸 한 의원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을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상대당 원내대표실을 찾거나 밥을 같이 먹으면서 갈등을 줄이려고 노력했었다"며 "원내대표라는 자리가 협상장에서 다른 당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동시에 같은 당 의원들로부터도 비난을 받는 자리라 마주 앉아 식사를 하거나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동병상련도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김태우 수사관과 신재민 사무관의 폭로,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불거진 후부터 대화의 빈도가 줄어들더니 나경원 의원이 한국당 원내지도부의 사령탑이 된 후로는 사석에서 만나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가 사적인 장소에서도 공적인 장소에서와 마찬 가지의 일방 통행적인 내용만 강조하기 때문에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 쪽 원내대표는 홍영표 원내대표로 같은데 한국당 원내대표가 김성태 의원에서 나 의원으로 바뀌자 서로 만나는 자리가 극단적으로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원내수석부대표에게라도 권한을 줘서 뭔가를 얘기해오라고 할 법도 한데 그런 것도 잘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개편은 한국당에서 충분히 주도할 수 있는 과제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주장하면서 국회로 돌아오고 그 후에 문제를 풀자고 해도 전혀 미동도 없다"며 "교섭단체 원내대표들끼리 술 한 병을 들고 한 방에 모였는데도 똑같은 얘기만 반복했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반면 한국당은 민주당 지도부가 자기 결정권이 없는 힘없는 체제이다 보니 스스럼없는 대화가 애초에 불가능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원내대표들끼리 외부에 모여서 대화도 하는데 홍 원내대표가 재량권이 없는 대표고 최근에는 임기 말이고 하다 보니 협상이 될 수가 없다"며 "청와대가 있고, 그 행동대장격인 이해찬 대표가 진두지휘를 하니 결국 홍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지시를 받는 인물에 불과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도 "박근혜 정부의 3년차를 보면 당시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의견 충돌을 불사하면서까지 주요 사안을 논의했는데 지금 민주당 지도부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가 홍 원내대표와 마주 앉기보다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오는 8일 원내대표 선거를 통해 20대 국회 마지막 1년을 책임질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이 시점이면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강행에 반발한 삭발식 등 투쟁을 일주일 간 지속한 시점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후보 3인은 모두 야당과의 협치를 통한 국회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고 한국당도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해야 할 시기인 만큼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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