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를 놓고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원태 신임 회장 등 세 남매가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유언을 잘 지키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사실상 1대 주주로 자리잡은 사모펀드 KCGI(그레이스홀딩스)와 조양호 전 회장 측 우호지분의 움직임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그룹은 지주회사 한진칼에서 시작한다. 조양호 전 회장은 한진칼 주식 17.84%을 보유했고, 우호지분 28.95%로 그룹의 경영권을 지배했다.
◇ "가족끼리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조양호 전 회장은 "가족끼리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회사를) 이끌어 나가라"라고 유언을 남겼다.
조원태 회장 등 세 남매가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에 따라 힘을 합쳐 주식을 상속받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 전략으로 꼽힌다.
경제개혁연대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조양호 전 회장 주식에 대한 상속세는 1600억원 수준이다.
이에 대한 자금 마련은 어렵지 않다는 분석이다.
조양호 전 회장의 퇴직금이 19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조양호 전 회장은 대한항공을 비롯해 9개 회사의 임원을 겸직했다. 퇴직금에 대한 상속세로 50%를 납부해도 약 1000억원에 이르는 재원이 마련된다.
여기에 연부연납(세금의 일부를 법정 신고기한을 넘어 납부할 수 있도록 연장해주는 제도) 과정에서 배당을 증액하거나 주식을 담보로 차입하는 방법으로 세 남매가 조양호 전 회장의 주식을 물려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조양호 전 회장의 우호지분 28.95%도 고스란히 유지돼 최대주주 지위를 갖게 될 전망이다.
따라서 조양호 전 회장의 유언을 지키며 세 남매가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평가다.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춘추전국(春秋戰國) 시대 올수도하지만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세 남매 사이에서 파열음이 생긴다면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다.
현재 세 남매의 한진칼 주식보유량은 △조원태 회장 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2.3% 등이다.
KCGI가 현재 14.84%의 주식으로 사실상 1대 주주 지위를 확보한 상황에서 한진그룹 내부에서도 세 남매에게 등을 돌릴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칼 경영권에 대한 위협보다는 한진칼의 주요 주주로써 경영활동 감시와 견제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권을 직접 장악하겠다는 의심에 선을 분명히 그었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 등 세 남매가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을 오롯이 상속받지 못할 경우, 상황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변수는 조양호 전 회장 우호지분으로 꼽혔던 3개 재단의 지지여부다.
한진칼 주주에는 △정석인하학원 2.14% △정석물류학술재단 1.08% △일우재단 0.16% 등 세 재단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재단은 모두 조양호 전 회장의 우호지분(28.95%)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들 재단에서 보유한 3.38% 지분이 KCGI와 손잡을 경우 18.22%가 된다. KCGI가 명실상부한 1대 주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
따라서 KCGI가 전문 경영인을 내세워 한진그룹의 경영을 주도하는 시나리오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특히 조원태 회장은 1975년 생으로 비교적 젊은데다 본격적인 경영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또 조현아‧현민 자매도 '오너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조원태 회장 등 세 남매나 그룹 내부에서 단독 경영권을 노리는 세력이 나온다면 그룹은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