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자료사진)
김학의(62) 전 법무부 차관 사건과 고(故) 장자연 씨 사건에 대한 수사·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공소시효 문제로 범행을 입증하는 데 수사·조사기관이 애를 먹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공소시효 존재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법조계는 법적 안정성과 수사기관의 한계 등을 들며 공소시효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김학의 의혹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전날에도 윤중천(58)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의혹 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수사단이 김 전 차관을 기소하기 위해서는 공소시효(일정한 기간이 지나 어떤 범죄사실에 대한 형벌권이 소멸하는 제도)를 반드시 고려해야하는데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즉, 특수강간 공소시효가 15년으로 늘어난 2007년 12월 21일 이후에 벌어진 김 전 차관의 범행을 특정해야하는데, 수사단이 윤씨를 상대로 공소시효 내 범행을 추궁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조사하는 장자연 씨 성범죄 피해 의혹 역시 공소시효 문제로 조사단 내부에서 '수사권고'를 할지부터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처럼 공소시효가 김학의·장자연 두 사건을 해결하는 데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공소시효를 없애는 데 동의하는 것이 맞을까. 법조계에서는 공소시효가 여전히 필요한 제도라고 입을 모은다.
◇ '수사상 한계', '사회적 혼란'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사건 발생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증거 자체가 희미해지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고, 주요 증인이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 서류증거 등을 수십년간 온전히 보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급 검사는 "공소시효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물리적 한계 등을 고려해 사건을 정리해준다는 개념에서 도입한 것"이라며 "외국에서도 수사상 한계를 고려해 시행하고 있고 우리가 이를 들여온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도 "검찰이 육하원칙을 규명해야 사건을 재판에 넘길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고 사건 얼개에 이가 하나 둘씩 빠지면 결국 진상 규명이 쉽지 않다"며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수사 환경을 지적했다.
법적 안정성, 즉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도 공소시효가 존재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누군가가 혹은 어떤 세력이 앙심을 품고 수십년 전 사건을 문제제기할 수 있다면 고소·고발이 남발돼 사회적 비용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공소시효가 없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맞는 수사와 기소가 이뤄질 수 있고, 만약 이렇게 해서 재판에 가면 누가 판결에 승복하겠느냐"고 말했다.
◇ 특정사건만 공소시효 연장도 '헌법 위배'
그렇다면 국민적 관심 사건에 한해 공소시효를 연장할 수 있지 않느냐는 물음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공소시효를 특정 사건에 소급해서 연장하면 헌법상 소급입법금지 사안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 제13조에서 범죄 당시 죄가 아닌 일로 처벌하지 못하도록 정해서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설사 공소시효를 소급 적용한다고 해도 (김학의·장자연 사건 등)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사건은 시효를 늘려주면서, 수십년째 1인 시위를 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건은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느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다만, 이러한 여론을 반영해 2007년 특수강간죄 등 범죄 공소시효가 전체적으로 조금씩 늘었다. 2015년 7월에는 사형에 해당하는 살인죄에 대해선 공소시효 자체를 폐지했다.
또 형사소송법 제253조에 따르면, 피의자가 형사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해외로 도피하면 공소시효가 정지되며, 공범 중 한명이 기소되면 도망간 다른 공범의 시효도 정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