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연합뉴스)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았지만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측은 미국은 물론 남측에도 비난 수위를 높여가며 각을 세우고 있다.
쉼없이 달려오며 남북·북미 관계는 수년전의 긴장상태를 벗어나 전환의 기회를 맞았지만, 향후 비핵화 협상의 추이에 따라 갈림길에 서게 된 것이 현실이다.
◇ 北, "미국의 일방적이고 비선의적 태도 때문"···불안한 남북·북미관계'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북미 양국의 입장차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의 책임을 미국에게 재차 돌렸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그는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전적으로 미국의 차후 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차 북미회담에서 "미국이 일방적이고 비선의적인 태도를 취했다"면서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책임을 돌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 역시 북한이 먼저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22일 외교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공은 북한에 있다"며 태도 변화를 재차 촉구했다.
북한은 영변핵시설 폐기와 민간경제 관련 유엔 제재 해제의 맞교환을 시작으로 단계적·동시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단계적 해법보다는 북한이 비핵화 '최종단계'에 이르는 로드맵을 사전에 뚜렷하게 밝히고, 일괄타결식으로 논의를 진행하자는 입장이다.
양측이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도 의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면서, 불안한 상황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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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남북은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발전'을 판문점 선언의 첫 조항에 명시했다. 판문점 선언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에서부터 다방면적 협력·교류 활성화, 이산가족 문제 해결,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까지 다양한 남북협력 계획을 포함했다.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관계는 지난 2017년 북한의 무력도발이 빈번하던 시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는 개성공동연락사무소가 개소됐고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에도 숨통이 트였다. 지난해 8월에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좀처럼 궤도에 다시 오르지 못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유연성'보다는 '원칙'에 무게가 실렸고, 이 때문에 결국 구체적인 결실까지는 보지 못한 채 가로막힌 상황이다.
북한은 미국과 보조를 맞춰가며 대북 교류·협력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우리 측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지난 25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미연합공중훈련을 비난하면서 "남조선 당국이 미국과 함께 우리를 반대하는 군사적 도발 책동을 노골화하는 이상 그에 상응한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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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해진 협상 판…남북·북미관계 개선 여지 있을까?이처럼 4·27 판문점 선언과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은 남북·북미 관계 및 한반도 정세를 180도 바꾸었지만, 현재는 향후 비핵화 협상의 추이를 바라보며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기 상황을 평화상황으로 전환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수십년동안 한반도의 핵심과제였던 북핵문제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도 열었다"면서 "다만 현재는 교착상태에 빠져 명확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데, 일시적인 교착 국면일 가능성이 크고 풀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남북·북미관계를 견인하는 핵심은 비핵화 협상이다. 구체적인 비핵화 해법에 대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협상 판 자체가 복잡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열린 북러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등 '우군' 국가를 이용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또 이 자리에서 러시아는 6자회담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비핵화 협상 체제가 기존의 톱다운이 아닌 다자협상 체제로 가야하며 자신들도 영향력을 높여나갈 의도임을 분명히 했다.
비핵화와 평화협정 프로세스를 동시에 진행하는 구상인 '쌍궤병행'을 지지하고 있는만큼 단계적 접근을 주장하는 북한의 편에 서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목소리를 합친 북·중·러와 신경전을 벌여가며 비핵화 협상의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과제가 한미의 앞에 놓여 있다.
또한 비핵화의 구체적 방법에 대한 해법에 골몰해야 하는 때란 점을 고려하면 당장 두 정상이 만나는 톱다운 협상과 별개로 실무회담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또다른 외교소식통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를 두 정상 간에 한정된 시간 안에서 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르므로, 톱다운 방식의 장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실무회담이 매우 중요해졌다"면서 "물밑 신경전이 매우 치열하게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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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 교착 국면 풀릴까···전문가들 "北도 대화 필요"···"5월이 계기"전문가들은 북한과 미국이 대화를 이어나갈 뜻이 분명하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빠르면 5월 혹은 연말 남북 대화부터 재개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남측이 미국을 견제하고 자신들의 편에 서달라는 뜻을 전달하면서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일정 정도의 경색 국면을 만들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지만, 남측 여론 등을 감안해 끝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완고하기 때문에 북미관계보다는 연말쯤 우리 쪽에 먼저 유화적인 제스춰를 취해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5∼28일 국빈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하고, 한 달 후인 6월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지역(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를 두고 "우리가 그런 계기들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방한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전 남북이 정상회담이든 특사 맞교환이든 소통을 하고 방한을 추진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하고 또 김 위원장의 생각을 듣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도 대화를 원하고 있으니 북러회담 이후 상황이 정리되면 남측에 대화 의사를 밝힐 수 있다. 북미 회담의 경우는 북한 핵무기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창의적인 방안이 어느정도 도출된 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