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홍일과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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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기 칼럼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홍일 전 민주당 의원의 빈소에서 조문객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김홍일 전 민주당 의원이 별세했다. 올해 일흔 둘이다.

요즘의 추세로 볼 때 장수했다고 볼 수는 없는 나이지만, 그래도 돌아가시기에 너무 이른 나이라고 아쉬워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병마와 싸워온 그의 인생 후반부를 감안하면 안타까움이 적지 않다.

김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맏아들이자 정치적 동지다. DJ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했던 정적(政敵)이었고, 그래서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훨씬 모진 핍박과 음해가 가중됐다.

김홍일 전 의원은 본인이 스스로 민주화운동에 적극 나선 탓도 있지만, 정치인 DJ의 아들이라는 것 때문에 더 큰 시련을 겪은 인물이기도 하다.

김 전의원은 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이어 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돼 모진 고문을 받았다.

그의 회고록에 따르면 가해진 고문이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책상에서 시멘트 바닥으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고, 그 후유증으로 그는 평생을 병마에 시달렸다.

故 김대중 前대통령 국장 영결식 당시 장남 홍일씨가 지인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건장했던 그가 아버지 DJ의 장례식 때 몸조차 제대로 못 가누는 초췌하고 상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가 만일 DJ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그토록 혹독한 고초를 겪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적의 목숨을 위협하고 그것도 모자라 그 아들까지 잡아다 고문한, 엄혹한 독재와 야만의 시절이었다.

그 후 수많은 희생과 투쟁으로 어렵게 얻어낸 민주화된 이 땅위의 정치현실은 어떤 모습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말조차 맘대로 할 수 없고 책조차 맘대로 읽을 수 없었던 시대가 끝나고, 두려움 없이 정치적 주장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 지금 정치권 주변에서는 어떤 말들이 쏟아지고 있는가.

국정농단으로 정권을 잃은 세력과 그 전직 대통령을 옹호하는 극우세력은 소통의 장이 된 유튜브라는 공간에서 거친 비난과 검증되지 않은 거짓 뉴스를 멋대로 퍼뜨리고 있다.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홍일 전 의원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고인의 영정 앞에 묵념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일부 정치세력은 극우세력의 막말에 가까운 표현과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정치적 선전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

정치판은 이제 예의도 사라지고, 지켜야 할 금도도 사라진 막말의 경연장이 된 느낌이다.

김홍일 전 의원은 단순히 DJ의 아들로만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정적의 아들까지 탄압한 이성 잃은 독재의 시대를 온 몸으로 살아 온 상징적인 인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그가 살던 시절보다 훨씬 자유롭지만 그때보다 훨씬 야만스러운 언어가 넘실대는 지금의 정치현실을 보면서 그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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