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13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 발표 영상을 방영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은 남한과 미국에 대해 긍정과 부정적 신호가 교차하는 이중적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됐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의 특징 분석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은 우선 대남 메시지 측면에서, 관계개선을 향한 확고부동한 의지와 인내성 있는 노력을 강조하면서도 외세의존 탈피를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또 중재자·촉진자로서의 남한 역할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고 민족적 당사자로서의 역할 수행을 촉구했지만, 우리 측의 특사 파견이나 남북정상회담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 이기동 부원장은 이번 시정연설의 '오지랖'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과 서운함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해 과도한 부정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북한의 '중재자·촉진자 행세' 발언에 대해서도 "오히려 중재를 촉진하되 당사자 관점에서 임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라면서 "역설적 어법을 활용한 중재 역할의 촉구로 해석할 수 있지도 않느냐 하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시정연설의 대미 메시지 측면에 대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를 확인하고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미국의 선제적 입장 변화를 촉구한 점에서 마찬가지로 이중적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원은 북한이 향후 대미협상에서 협상안을 조정하거나 실무회담 쪽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김 위원장이 "(북미) 쌍방이 서로의 일방적인 요구조건들을 내려놓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언급한 점이나, 조선신보(조총련 기관지)를 통해 제재해제를 거론하지 않을테니 미국도 적대시정책 철회 등의 다른 상응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한 부분이 모종의 전술 변화를 시사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정상회담 개최"를 주장한 것은 실무회담 중요성을 암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원은 북한이 올해 연말까지로 '미국의 용단' 시한을 설정한 것은 제재 무용론을 설파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를 과시하는 한편 미국의 대선 일정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원은 만일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내년 신년사에서 미국의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의 '새로운 길'을 천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이번 시정연설의 대내적 측면으로는 내년에 시한이 종료되는 '경제개발 5개년 전략'의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5개년 전략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김재룡 신임 내각 총리의 대의원 선서에서만 언급된 점 등으로 볼 때 새로운 경제담론으로 희석되거나 유야무야 될 가능성을 예상했다.
북한은 2012년에도 강성대국으로의 진입에 실패했지만 별다른 언급없이 '강성대국'을 '강성국가'로 하향 조정하는 선에서 마무한 전례가 있다.
연구원은 김 위원장과 함께 3명의 정치국 상무위원단을 형성하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의 위상과 역할에도 변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최룡해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겸임하며 공식적 지위와 역할은 높아졌지만 숙환 등으로 인해 실질적 권한은 이전보다 오히려 감소했고, 박봉주는 당·국가·내각의 경제사업에 대한 통일적 지도 역할을 수행하는 경제 사령탑으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