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韓中소녀상…아픔 나누는, 사실상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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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 100주년 맞아 한일 시민들 함께 상해로
상해 소녀상 찾아 일본군 위안부 문제 되짚어
일본 입김에 필리핀 소녀상 이틀만에 철거도
해외소녀상 건립 계속…전쟁없는 세상 꿈꾼다

중국 상해 교외에 위치한 상해사범대학 교정에는 두 개의 소녀상이 있다. 한복을 입은 소녀와 중국 전통복장을 입은 소녀가 나란히 앉아있다. 한국과 중국의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이 조형물은 지난 2016년 양국 조각가들이 함께 만들어 무상 기증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환경재단과 피스보트가 주최한 '제13회 피스&그린보트' 참석자들이 지난 12일 이곳을 찾았다. 한복 차림의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 조각가도 이 자리에 함께 섰다. 그는 "조각된 두 인물이 사실상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중국 상해사범대학 교정에 위치한 '한중 평화의 소녀상'

 


-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과 동행해 상해 상해 소녀상을 찾은 소감은?

"임정수립 100주년에 한일 시민들이 함께 위안부 문제를 이야기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한 일본인 참가자는 소녀상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뜻을 함께하는 일본인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반가웠다. 하지만 아직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 어떻게 중국 작가들과 한중 소녀상을 세우게 됐나?

"2015년 중국인 조각가 판위친(칭화대학 교수)과 레오스 융(제2차 세계대전사 보존연합회장)이 무작정 서울로 찾아왔다. '중국에도 위안부 피해자들이 있다. 소녀상 옆의 빈 의자에 앉혀줄 수 있느냐'는 부탁을 하기에 흔쾌히 함께하기로 했다. 1년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작업을 진행했다."

- 중국 첫 소녀상이 상하이사범대학 교정에 자리잡은 이유는?

"상하이사범대학에는 '중국위안부역사박물관'이라는 작은 전시관이 있다. 이 대학 소속 수쯔량 교수가 일생을 바쳐 중국 내 위안부 피해자를 조사하고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자료들을 모은 결과물이다. 이 전시관 개관에 맞춰 소녀상을 설치했는데, 수쯔량 교수가 대학과 당국을 설득해서 허락을 받아낸 결과다."

'소녀상 조각가' 김서경 작가가 소녀상에 앉은 먼지를 닦아내고 있다.

 


- 한국인 소녀상과 중국인 소녀상이 함께 앉아있는 모습이 의미하는 바는?

"두 소녀는 사실상 같은 사람이다. 한국과 중국이 위안부 피해의 아픔을 공유한다는 의미다. 한국 소녀상의 뒷편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그림자가 표현되어 있고, 중국 소녀상의 뒷편에는 실제 중국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발을 본 떠 만든 발자국 부조가 있다. 한국인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중국인 친구가 직접 찾아왔다는 의미가 담겼다. 그 옆의 빈의자는 또 다른 나라의 소녀가 나타나는 날을 위해 비워놓은 것이다"

- 현재까지 해외 8곳에 소녀상이 세워져있다. 그중에서도 중국의 소녀상이 갖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중국 정부가 자국 내에 소녀상 건립을 허용한 이후, 동남아 각국에서 위안부 피해사실 규명을 위한 노력에 불이 붙었다. 그동안 자국 내 위안부 피해사실을 국제사회에 공론화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고, 그마저도 돌아가신 김복동 할머니를 비롯 수많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목소리를 낸 결과였다. 위안부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중국이 상해 소녀상 건립을 허용하면서 '우리도 함께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세계에 전하게 된 것이다. 동남아 지역 시민단체들로부터 자국 내에 소녀상을 설치하고 싶다는 연락이 쏟아졌다 ."

- 하지만 현재로서는 동남아 지역에 소녀상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데?

"무엇보다도 일본의 입김이 세다. 지난해 12월 필리핀에 소녀상이 설치된지 이틀만에 철거된 일이 있었다. 소녀상 설치 직후 주 필리핀 일본대사관이 항의성명을 냈는데, 필리핀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걱정해 즉시 철거에 나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피해규모가 큰 국가들을 중심으로 소녀상 설치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는 중이다"

중국인 소녀상의 뒷편의 발자국은 '한국인을 돕기 위해 중국인 친구가 찾아왔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실제 중국인 위안부 피해자의 발모양을 본 떠 제작했다.

 


- 미국, 독일 등지에 소녀상을 설치할 때도 일본 측의 개입으로 어려움을 겪엇나?

"일본의 방해작전이 조직적으로 집요하게 이뤄졌다. 미국 글렌데일 소녀상 설치하던 당시 이곳 시민 공청회에 일본인 200여명이 몰려와 발언을 신청해 진행 자체를 어렵게 하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일본 영사관이 끈질기게 반대한 끝에 위안부 피해사실을 명시한 평화비는 제외하는 조건으로 소녀상만 설치됐다."

- 일본은 민과 관이 합심해 소녀상 설치를 방해하는 모양새다.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외교부로부터는 어떤 지원을 받았나?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 한 해외공관의 경우 해당 지역의 한인회 측에 소녀상 설치를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일도 있었다. 일본과의 외교적인 마찰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제보자의 신변 보호를 위해 어느 지역인지 밝히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달라."

- 지난 18일 피스&그린보트 선상에서 한국과 일본에서 온 청중을 만나 소녀상에 관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일본 측 청중의 반응도 들어봤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감을 표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일본 내에도 이런 양심세력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이 장기화되면서 이들이 점점 힘을 잃어 간다. 한국이 일본 내 양심 세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소녀상 조각가' 김서경·김운성 작가가 한일 시민들에게 상해 소녀상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환경재단 제공)

 


- 이제는 소녀상 제작 뿐만 아니라 평화운동 자체에 대한 관심도 커진 듯 보인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소녀상은 결국 평화이고 반전(反戰)이다. 전쟁 자체가 없었다면 위안부 피해자도 없었을 것 아닌가. 일본은 2차대전 패배의 결과 전쟁을 금지하는 평화헌법 9조를 갖게 됐지만, 아베 정권이 이 조항을 없애고 전쟁가능국가가 되려 노력 중이다. 예술을 통해 일본의 헌법 개악 움직임을 저지하고 싶다. 나아가 전쟁 자체를 없애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들이 전쟁금지 조항을 헌법에 포함시키는 건 어떨까. 불가능한 꿈 같지만 예술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리라 믿는다"

※환경재단(이사장 최열)은 오는 12월 7일부터 14일까지 7박 8일간 코스타 네오로만티카호를 타고 항해하는 제14회 그린보트를 진행한다. (문의: greenboat@greenfund.org / 02-2011-4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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