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창운동장 하부 독립운동가 기념공간 조성 예시 (사진=서울시 제공)
동네 근린공원 수준으로 방치되다시피 했던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이 2024년까지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재조성 된다.
서울시는 10일 백범 김구 선생 등 7인의 독립운동가들이 잠들어 있는 공원의 특성을 살려 독일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이나 파리 도심의 '페르라셰즈 묘지공원'처럼 시민이 쉽게 찾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하고 효창독립 100년공원 구상안'을 발표했다.
효창공원은 백범 김구 선생과 윤봉길, 이봉창 의사 등 조국 해방에 삶을 바친 7인의 독립운동가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하지만 공원의 연간 방문자는 33만 명에 불과하다.
어린이대공원은 934만 명, 현충원 223만 명 등에 비하면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닫지 않는 곳이이라고 할 수 있다.
손기정 체육공원 러닝센터 조감도 (사진=서울시 제공)
효창공원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활용되지 못했던 이유는 독립운동가 묘역과 무관한 시설들이 곳곳에 들어와 있고, 효창공원 앞에 바로 큰 운동장이 있으며 담장으로 둘러싸여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효창공원은 원래 조선 정조의 장자인 문효세자 묘역 '효창원'이 있던 자리다. 일제는 효창원에 골프장과 유원지를 짓고 해방 직전에 묘역을 서삼릉으로 이전했다. 해방 후 백범 김구 선생이 이곳에 독립운동가 묘역을 만들었다. 그 자신도 1949년 이곳에 안장됐다.
공원내에 운동장이 들어서면서 김구 선생이 그렸던 독립운동가 묘역의 취지는 퇴색됐다. 효창운동장은 1960년에 이승만 정부시절 아시안컵 개최를 위해 지어졌지만, 그 당시에도 위치에 대해서 많은 갑론을박이 있었다.
여기에 독립운동가 묘역과 무관한 시설들은 박정희 정부시절 효창공원에 '북한 반공투사 위령탑'을 세우고, 1972년 대한노인회 중앙회 건물, 대한노인회 연합회 등을 건립했다.
이미 일제강점기에는 울창한 송림으로 사랑받았던 효창원에 골프장과 유원지가 만들어졌고 이 과정에서 효창원 규모는 1/3로 축소되었다. 특히 도로로 단절되면서 섬처럼 폐쇄적인 공간이 되었다.
이처럼 효창공원은 역사에서 독립공원의 의미를 많이 잃어가고, 사람들에게 외면받았다.
서울시는 일제가 훼손한 효창원의 역사를 회복하는 동시에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고 노후 되면서 주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효창공원을 2024년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효창공원은 독일의 유대인 학살 추모공원처럼 추모와 일상이 공존하는 장소로 전환한다. 이 공간은 주변 연못을 개보수해 평상시 주민과 아이들을 위한 휴식처로, 기념일에는 엄숙한 추모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효창운동장은 최초의 국제축구경기장이자 태극전사의 꿈을 키워온 한국 축구 역사의 산실이라는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철거하지 않고 공원과 하나가 되는 축구장으로 거듭난다.
공원 출입구와 맞닿아 있는 운동장 하부에는 1만 5천 명의 독립운동가 기념공간과 특정일마다 관련 인물을 조명하고 체육인들의 애국정신과 투혼을 기록하는 기념공간도 조성한다.
지역사회와 공원을 단절시켰던 담장을 없애고 화단이나 잔디밭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공원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만든다.
효창공원 북쪽에 스포츠영웅 손기정 선수와 그의 조력자 남승룡 선수를 기념하는 '손기정 체육공원과' 남쪽에 이봉창 의사 생가터에 '이봉창 의사 기념관'을 건립한다.
손기정기념관 주변에는 마라톤 마니아와 주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587m 길의 러닝트랙과 공원 후문에는 신축 예정인 체육센터 내부에는 탈의실, 샤워실 등 러너들을 위한 부대시설, 어린이도서관 등 다양한 시설들이 마련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앞의 구상안을 토대로 보훈, 축구계, 주민 등과 공론화를 거쳐 최종 계획안을 확정하고 2024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의 정신을 담아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서울의 대표적인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조성해 나가겠다"며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독립운동가의 역사와 정신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미래 세대가 뛰어 노는 새로운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