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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산재, 사측만 인정 못하겠다고"…숨진 반도체 노동자 어머니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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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있는 방독면, 유명무실"
"사측은 산재취소소송 제기한 뒤 '소송 검토 중' 이라 통보"
사측, 10일 오전까지 입장 결정해 답변하기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차려진 故이가영씨의 빈소(사진=박진홍 수습기자)

 

"회사서 숨 쉬고 먹고 열심히 일한 것밖에 없는데, 어디서 병에 걸려 왔겠어요?"

악성 림프종으로 투병하다 지난 8일 숨진 서울반도체 노동자 이가영(27)씨의 어머니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사측은 근로복지공단에서도 인정한 산재를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건강한 몸으로 회사에 들어가 페인트 다 벗겨지고 곰팡이 슨 회사 기숙사에서 2년 반을 살면서도 불편한 내색 한 번 없이 성실히 일했던 딸이었다"며 울먹였다.

이씨 어머니는 사측의 안전관리가 안이했다고 주장했다. 회사에 있는 방독면은 귀빈 방문 때만 보여주기식으로 쓰고, 평상시에는 한 겹짜리 마스크를 썼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측이 지급한 마스크는) 먼지가 많이 껴 노동자들이 사비로 마스크를 구입해 두 겹으로 겹쳐 썼는데, 사측은 교육도 개선도 없이 방관했다"고도 말했다.

이씨 어머니와 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 반올림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2015년 2월부터 서울반도체에서 근무한 이씨는 2017년 9월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투병이 이어지던 사이 근로복지공단은 2018년 10월 이씨의 악성림프종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치료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더는 듯했지만, 서울반도체 인사팀장이 올 2월 갑자기 이씨의 자택으로 찾아와 "산재 취소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통보했다.

알고 보니 회사가 이미 1월에 취소 소송을 낸 상태였고, 통보는 그 뒤에 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씨 어머니는 "회사에서 먼저 괜찮냐고 전화라도 한 통 했다면 화가 덜 났을 텐데, 오히려 먼저 연락도 오지 않고 "임직원과 상의해보겠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면서 "딸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사측과 싸워 이기겠다"고 말했다.

서울반도체 측도 유족과의 실랑이 끝에 산재인정 취소소송에 대해 결정을 내리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당초 10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이씨의 발인을 미루기로 했다. 대신 사측이 입장을 결정해 유족에게 답변하기로 한 이날 오전까지 기다려본 뒤, 장례 절차를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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