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한 8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 취재진들이 모여 있다. 조양호 회장은 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대한항공이 밝혔다. (사진=이한형 기자)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한진그룹 일가에 얽힌 각종 재판과 수사가 일단 멈추게 됐다. 조 회장에 대한 형사재판은 사망이 확인되는 대로 중단되고, 내일(9일) 법원에 나란히 출석할 예정이었던 부인 이명희씨와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장례 절차를 먼저 치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5시 조 회장 등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을 열 예정이었지만 다음달 13일로 연기했다. 한진그룹이 이날 새벽 미국 현지에서 조 회장이 폐질환으로 별세했다는 소식을 알리자 검찰 측이 기일변경을 신청했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사망하면 재판부는 '공소기각' 결정을 내린다. 서울남부지법은 조 회장의 사망신고서 등 서류를 받아본 후 피고인에 대한 공소기각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조 회장은 납품업체에서 항공기장비와 기내 면세품을 사들이면서 위법하게 중개수수료를 챙긴 혐의로 지난해 10월 불구속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이외에도 조 전 부사장 등 자녀들이 보유한 주식을 계열사에 비싸게 팔아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무자격으로 약국을 운영하거나 회삿돈으로 변호사 비용을 낸 혐의 등을 받았다. 다만 조 회장에 대해 공소가 기각돼도 함께 기소된 한진그룹 계열사 원종승 정석기업 대표 등 3명에 대한 재판은 계속 진행된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 (오른쪽) 딸 조현아 (사진=자료사진)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15부(안재천 판사)에서 가사도우미 불법채용 혐의로 첫 공판기일이 예정돼 있었던 이씨와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 측은 이날 오후 재판부에 기일변경을 신청했다. 조 회장의 오늘 재판이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는 준비기일이었다면 이씨와 조 전 부사장의 경우 피고인이 법정에 나와야 하는 정식 공판기일이었다.
당초 이들 모녀에 대한 첫 공판은 지난달 12일이었지만 변호인 측의 기일변경 신청으로 한차례 연기됐다가 이번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다시 한 번 미뤄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기일 변경은 어디까지나 재판부 재량이지만 통상적으로 배우자나 직계존속이 사망한 경우는 재판 일정 변경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검찰 역시 조 회장에 대해 추가 수사를 하고 있었지만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하게 됐다. 국세청이 지난해 11월 조 회장이 회사를 상대로 배임을 통해 이익을 얻은 만큼 세금을 신고·납부하지 않았다며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한 건이다. 참여연대와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등 시민단체가 조 회장과 조원태 사장 부자를 강요죄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건 역시 조 회장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