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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이 회오리치며 날아다녀"…두고 온 집 걱정에 뜬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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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05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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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3시 기준 4천여명 주민·군인 대피…250㏊ 잿더미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속초시 등 인근 도시로 번져 대피령이 내려진 5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 한 민가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전쟁 같은 산불이 덮친 밤, 가까스로 몸을 피한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대피소에서 밤이 늦도록 쉽게 잠들지 못했다.

5일 오전 3시께 고성군 동광중학교 강당에는 이재민과 관광객 등 400여명이 모였다.

대피소에 온 주민들은 제공된 담요와 매트리스 위에 누워 피곤함에 지친 눈을 붙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대부분 화마 속에 두고 온 집 걱정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낯선 잠자리가 불편한 이들은 차 안에서 잠을 청했다. 일부는 늦은 밤 집이 무사한지 확인하기 위해 차를 돌리기도 했다.

고성군 토성면에서 온 박모(66)씨는 "소나무 숲에서 불꽃이 소용돌이치며 하늘로 치솟는 것을 보고 기겁해서 몸만 빠져나왔다"며 "인근 마을은 다 불에 탔을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토성면 성천리에서 온 라갑순(60)씨는 "여기로 시집온 지 50년 만에 이런 산불은 처음"이라며 "집에 불이 붙는 것을 보고 왔다"고 말했다.

속초 교동초등학교로 몸을 피한 600여명 주민도 밤이 늦도록 잠들지 못했다. 주민들은 각 층 교실과 교무실 등에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뉴스 속보에 귀를 귀 기울였다.

노학동에 사는 안중헌(66)씨는 "8시께 집 뒤에 있는 닭장에 불이 붙더니, 갑자기 바람을 타고 집까지 옮겨붙는 바람에 황급히 대피했다"고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전 4시께 속초시 생활체육관은 불길을 피해 대피한 주민 60여명으로 북적였다.

인근 속초의료원에 엿새째 입원 중이던 신모(33)씨는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 건물 2층에서 바깥을 내다봤다가 화들짝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영랑호 건너편으로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고 새카만 연기가 어느새 주변을 뒤덮은 채였다.

그는 의료원 측 안내에 따라 200m가량 떨어진 인근 영랑초등학교로 이동했지만, 어느덧 번진 불길에 연기 내음까지 자욱해 체육관으로 다시 대피했다고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피해 상황에 따라 주민들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속초 교동에 사는 주부 박지우(40)씨는 "아파트 놀이터까지 불이 번진 것을 보고 얼른 대피했었는데 집 주변이 안전하다는 소식을 들어서 다시 돌아가려 한다"며 커다란 여행용 가방 두 개를 끌고 대피소를 떠났다.

반면 고성군 토셩면에서 온 주민들은 마을을 확인하고 온 한 주민이 "집이고 농기구고 줄줄이 다 탔다"며 소식을 전하자 침통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지난 4일 강원 고성에서 시작해 속초로 번진 산불로 현재까지 250㏊(250만㎡)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이번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2명으로 알려졌으나 1명은 강풍 피해로 숨진 것으로 파악돼 1명으로 줄었다.

5일 오전 3시 기준 총 4천여명의 주민과 군인이 집에서 나와 인근 학교나 체육관으로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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