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두 열사 추모비(사진=연합뉴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미국 대사관 앞에서 분신한 광주 출신 표정두 열사의 방치된 추모비를 이전하는 계획이 무산됐다.
4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전날 시청에서 도시공원위원회를 열어 표 열사의 추모비를 광주시청 앞 평화공원으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했다.
시유지인 평화공원에 추모비를 세우기 위해서는 도시공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시는 추모비를 이전하려 공공조형물로 지정하고 도시공원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올렸다.
하지만 위원들이 모두 반대하면서 추모비 이전 안건은 부결됐다.
위원들은 표 열사가 호남대 출신이고 호남대에서 기념사업을 하는 점을 들어 호남대에 추모비를 그대로 두는 게 바르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이한열(연세대)·박관현(전남대) 열사 등의 추모비가 모교에 있는 사례를 제시하며 전례가 없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표 열사의 추모비가 이전하면 선례가 돼 다른 열사들의 추모비도 평화공원으로 옮겨달라는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추모비 이전은 사실상 무산됐다.
광주시 관계자는 "추모비가 방치되는 것이 안타깝다는 기념사업회와 유족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시유지인 평화공원으로 옮기려고 했으나, 위원회의 반대가 커 사실상 어렵게 됐다"며 "호남대와 협의해 보전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표 열사는 1983년 호남대 무역학과에 입학, 군 제대 후 1985년 3월 복학했으나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취업하면서 이듬해 4월 미등록 제적됐다. 1987년 3월 6일 5·18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외치며 서울 미국 대사관 앞에서 분신했다.
표 열사의 추모비는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1991년 학생들이 기금을 모아 호남대 쌍촌캠퍼스 본관 앞에 세웠다. 2015년 호남대가 교정을 광주 광산구 서봉캠퍼스로 옮기면서 4년 넘게 방치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5·18 제37주년 기념식에서 박관현·조성만·박래전 열사와 함께 표정두 열사를 호명해 새롭게 관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