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약에 빠진 재벌 3세의 부끄러운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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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수 칼럼]

압송되는 SK그룹 창업자 손자 최모씨. (사진=연합뉴스 제공)

 

유명 연예인에 뒤질세라 이번에는 재벌 3세들이 마약스캔들에 휘말렸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현대와 SK그룹 창업주 손자들이 마약투약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 최모씨는 변종 마약인 고농축 액상 대마(대마 카트리지)를 흡입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최씨는 "구입한 대마는 주로 집에서 피웠다"며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인 현대가 3세 정모씨도 같은 종류의 액상 대마를 구입해 흡입한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조사결과 정씨는 최씨와 함께 대마를 피운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는 한달 전쯤 해외로 나간 뒤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아 해외도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액상 대마는 대마의 환각성분을 농축한 것으로 이들은 전자담배에 카트리지 형태로 끼워 흡입했다고 한다.

액상 대마는 1g당 가격이 금값의 3배 수준에 달할 정도로 고가여서 웬만한 재력으로는 쉽게 구입하기 힘들다.

환각성도 대마초에 비해 40배가 높아 '그들만의 마약'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이들은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해 마약 공급책에 먼저 접근한 뒤 마약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모씨의 마약 공급과 투약의혹은 여론의 주목을 더 받았다.

미모의 파워블로거인데다 유명가수와의 파혼으로 연예인 이상의 유명세를 탄 인물이기 때문이다.

황씨에 대해서는 지난해 10월 상습적으로 필로폰을 맞았다는 제보를 받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황씨가 계속 출석에 불응하면서 별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황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마약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고 황씨가 직접 마약을 한 모습을 목격했다는 지인의 증언도 나왔다.

여기에 과거 '봐주기수사'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5년에도 마약 공급과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아 공범은 유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 황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황씨는 수사기관에 단 한 차례도 소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해 말 뒤늦게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나 신청했지만 강제수사하기에는 미흡하다며 모두 반려됐다고 한다.

버닝썬 게이트에서와 같이 '봐주기 수사'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런 의혹을 더욱 부풀리는 것은 지인에 의해 공개된 2015년 황씨의 대화녹취록이다.

"중앙지검 부장검사? 우리 삼촌이랑 우리 아빠는 경찰청장이랑 다 알아. 'x베프'(매우 친한 관계를 의미)야"라며 "나 지금 남대문 경찰서에서 제일 높은 사람까지 만나고 오는 길이야"라고 말한다.

'경찰총장'을 들먹인 정준영 단체카톡방을 연상케 하는 내용이다.

정준영 단톡방에 대해서처럼 당시 경찰청장은 "황씨가 누군지 모른다. 남양유업에 아는 사람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지만 봐주기 수사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마약투약은 비단 이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전에도 재벌 3세의 마약 관련사건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면서 계속 발생했다.

이번 재벌 3세들의 마약스캔들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마약투약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계속되고 거기에 봐주기 수사의혹까지 일고 있는 것은 재벌 3세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이것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선대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는 것임에 틀림없다.

문제를 일으킨 재벌 3세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파로 해외에서 마약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이나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마약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곳도 있는 만큼 마약을 접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어릴 때부터 부족함 없이 모든 것이 허용되는 환경에서 자란 재벌 3세들로서는 해외에서 큰 죄 의식없이 마약을 접했을 수도 있다.

이들은 그런 환경에서 더 자극적이고 색다른 것을 추구하면서 쾌락의 마지막 단계로 마약에 탐닉했고 그것이 습관화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탈행위이고 범법행위이다.

마약은 의료목적으로 쓰이지 않으면 약물로 인한 환각 상태로 살인과 강도, 강간 등 범죄를 저지르기 쉽다.

또 성범죄의 목적으로 이성에게 몰래 투약함으로써 또 다른 피해자를 낳게 된다.

재벌 3세에게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까지는 아니더라도 준법을 통해 최소한 선대의 명예는 실추시키지 않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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