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에 지어지는 장애인 특수학교 부지를 구청이 변경하려고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장애 학생 부모들은 2022년으로 예정된 개학이 기약없이 연기된다는 걱정을 하고 있고, 구청은 넓은 부지에 복합화 시설을 짓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장애 학생 어머니 황원옥씨는 "발달장애인 아들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까지 걸리는 경기도의 한 특수학교로 통학한다"며 "시위도 하며 특수학교 건립을 주장했던 게 7년이 됐는데 시간이 지나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인이 된 뇌병변 장애인 아들을 둔 이순애씨도 "바로 집 앞에 (일반) 학교가 있는데, 그런 곳에 가면 교사에게 '이런 아이는 한 명도 없다'는 얘기만 듣는다"며 "아이들이 꿈을 갖고 살아가려면 지역 내에 특수학교와 직업학교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중랑구에 사는 150여명의 장애 학생들이 특수교육기관이 없는 중랑구 대신 인근 노원구와 광진구 등으로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랑구에 설립될 예정이던 장애인 특수학교인 동진학교 부지는 지난 2012년부터 선정 단계에서만 8번 번복된 끝에 작년 9월 신내동 313번지 일대로 결정됐다고 한다.
하지만 중랑구청이 지난 3월 갑자기 같은 동 700번지 일대로 학교 부지를 옮겨야 한다고 서울시교육청에 요청해, 2022년으로 예정됐던 개교가 기약이 없어졌다는 게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이들이 모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와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는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랑구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년 9월 확정됐던 원래 부지에 계획대로 동진학교를 지으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선 구청이 제시한 새 부지 환경 자체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한 쪽이 북부간선도로를 접하고 있어 도로 소음 문제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묵동천이 흐르고 있어 홍수나 수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랑구청은 특수교육뿐만 아니라 체육·문화·직업훈련 등의 기능을 갖춘 시설 복합화를 위해서라도 700번지 일대가 부지로 더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중랑구청 관계자는 "복합적인 장애인 시설 등으로 확장이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해 해당 부지를 제안했다"며 "묵동천은 홍수가 날 정도로 큰 하천이 아니고, 학부모들이 제기한 소음 문제는 방음벽을 설치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서에 검토한 결과, 묵동천이 폭 2~3m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하천이어서 진입로도 금방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부지를 변경한다고 시간이 더 걸리거나 할 일은 전혀 없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