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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순이 말하는 '안 불편한' 섹시 코미디 '썬키스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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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썬키스 패밀리' 준호 역 박희순 ①

영화 '썬키스 패밀리'의 준호 역을 맡은 배우 박희순을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썬키스 패밀리'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한때 섹시 코미디가 쏟아지던 시절이 있었다. 조폭(조직폭력배)들의 세계를 우스꽝스럽게 그리면서 그 안에 섹시 코드를 넣은 영화가 있는가 하면, '첫 경험'이나 '능숙한 성관계 스킬'에 방점을 찍은 영화도 있었다. 거리낌 없이 웃는 분위기가 대세였으나,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했다. 다만 당시에는 후자가 잘 가시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썬키스 패밀리'(감독 김지혜)는 모처럼 극장가에 찾아온 코미디 영화다. 가족을 소재로 하면서 섹시 코미디적 요소가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말초적 상상력을 자극하느라 애썼던 기존의 섹시 코미디와 달리, 아홉 살 막내딸 진해(이고은 분)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썬키스 패밀리'는 걸리는 구석 없이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검사, 형사, 킬러 등 남성적이고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캐릭터로 깊은 인상을 남겨 온 박희순이 '썬키스 패밀리'에 합류한 이유도 비슷하다. 불쾌하거나 불편하지 않은 코미디가 나올 것 같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박희순을 만났다. 언론 시사회에서 완성본을 확인한 그에게 기대한 대로 영화가 나왔느냐고 묻자, "만족스럽다"는 답이 돌아왔다.

박희순은 "남녀가 어우러져서 즐길 수 있는 유머와 농담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김지혜 감독님이라서 ('썬키스 패밀리'에서) 그게 잘 지켜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어제(19일) 언론 시사회가 있었다. 영화 어떻게 보았나.

며칠 전에 기술 시사 때 보고 두 번째였다. 제가 안 나온 부분들이 너무 재밌었다. 다들 자기가 연기하긴 했지만 남들이 한 건 처음 보니까. 자기 장면 보고는 그렇게 웃는 사람이 없다. (황우)슬혜도 우리 부부 연기는 처음 봤으니까 웃은 것 같다. (웃음) 진경은 슬혜랑 나랑 하는 걸 처음 봤고.

▶ '썬키스 패밀리' 제안 받고 얼마 만에 수락했나. 어떤 점이 가장 결정적이었는지.

거의 바로. (웃음) 준호 캐릭터 자체가 나랑 비슷한 부분이 있을 것 같았다.

▶ 극중 준호는 고기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정육점을 열 만큼 사랑꾼이다. 재미있는 춤도 추고, 전반적으로 따뜻하다. 본인 성격과 비슷하다고?

네. 20년차인데도 불구하고 애정이 넘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아이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친구처럼 산다는 게 너무 좋은 것 같고. 젊게 사는 하나의 방식인 것 같다. 모든 부모가 자식에게 미래의 모든 걸 다 걸고 정말 재미없게 사는데, 이 부부만큼은 자유분방하다. 부부가 행복해야 온 가족이 행복하다는 모토이다 보니까 그게 너무 좋았던 것 같다.

극중 박희순이 맡은 준호와 진경이 맡은 유미는 결혼 20년차에도 변함없는 금실을 자랑하는 부부다.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 사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신선했던 게 바로 '금실 좋은 부부'였다.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부부를 영화에서 본 지 오래인 것 같아서.

그게 너무 당연한 건데 (웃음)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라니… 그 말이 맞는다. 가장 정상적인 게 가장 이상하게 보이는 거다. 가끔 주변 얘기 들어보면 부모님이 나이 들어서도 사랑하는 부부 자녀들은 되게 밝더라. 성격이 밝고. 그래서 아빠 같은 남자 만나고 싶다는 얘기를 하더라.

▶ 초반부터 유미 역의 진경과 스킨십 씬이 많이 나왔다. 입을 맞추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했다. 혹시나 연기하며 오그라들거나 민망한 순간은 없었는지.

연습을 많이 했다. 안무 선생님이 있어서 구성도 짜 줬다. 그 사람들(준호와 유미)이 그 정도로 한다면 일상화돼 있을 거 아닌가. 그러니 그전부터 연습을 많이 해서 호흡이 착착 맞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어제 (언론 시사회) 전까지는 처음부터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관객들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성패가 달렸다고 생각했다. 제 문어 춤에서 무장해제가 되는 걸 보고 '먹히겠구나! 다행이다' 생각했다.

▶ 그러잖아도 초반에 콜라 사 오는 장면에서 춘 춤이 정말 웃겼다.

하루종일 콜라병 들고 다녔다. 어떻게 출지 고민했는데 난 그 씬을 보고 그렇게들 웃으실지 몰랐다.

▶ 결혼 20년차에도 닭살스러운 애정을 숨기지 않았던 준호-유미 부부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준호의 여자 사람 친구 미희(황우슬혜 분)의 등장 때문인데, 둘은 과거 어떤 관계였다고 보나.

약간의 썸씽 정도? 사귄 것까진 아닌데 서로 호감이 있는 정도. 감독님하고 얘기하면서, '썸씽 정도로 가자. 사귀었던 거로 하면 너무 딥(deep)하게 된다'고 했다. 미희가 유혹하는 장면에서도 나는 아이한테 '아빠 아무 일 없었어'라고 수십 번 얘기하는데 무슨 일이 있었으면 양심에 찔린다. 가책을 느낀다. 그래서 난 안 넘어가는 거로 하고, 그 친구(황우슬혜)는 넘어가게끔 연기했다. 거의 콘티 없이 즉흥으로 한 게 많았다. 뽀뽀도 콘티에 없던 거다. 갑자기 나와서 진짜 그 (당황한) 표정이 나왔다. 그리고 만약 옛날에 사랑을 느꼈던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실제의) 저는 전혀 신경 안 쓴다. 과거는 돌아보지 않는다. (웃음)

▶ 준호는 절대 켕기는 일을 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은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다.

준호랑 (스스로) 대화를 많이 나눴다. (웃음) 고은이(진해 역)랑 대화하는 씬을 먼저 찍었는데, 그때 절실하게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그 기억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슬혜(미희 역)가 유혹하는 장면을 나중에 찍었다. 거기에 넘어가면 (아이한테) 거짓말한 게 되니까.

박희순이 맡은 준호는 아내와 흥겨운 춤을 출 만큼 흥과 애정이 넘치고, 아이들에게도 친구 같은 아빠다.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 영화에는 다분히 오해할 수 있는 장면들이 나온다. 미희의 누드화를 그리는 장면, 한 우산을 같이 쓴 장면 등. 미희란 캐릭터를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했나.

그 친구는 예술 세계에 빠져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은) 그림의 일환이고, (준호에 대한 것도) 그림 그렸던 동료로서의 애정이지, 선을 넘는 인물은 아니었다. 다른 영화에서 등장했다면 정말 불륜 주인공인 악역이었을 텐데, (여기서는) 악역처럼 안 보이지 않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 '썬키스 패밀리'에서처럼 성(性)과 관련한 이야기도 자유롭게 나누는 가족이 가능하다고 보나.

있는 것 같긴 하다, 주변 얘기 들어보면. '아직도 우리 엄마 아빠는 꿀 떨어져' 이런 얘길 하는 걸 보면 아직 있는 것 같다. 그러려면 거짓이 없어야 할 것 같다. 서로 숨기는 게 있으면 안 된다. 자기가 숨기고 있는데 남한테 숨기라고 하지 말라고 할 수 없으니까, 자기도 솔직하고 숨김이 없어야 할 것 같다.

▶ 준호와 유미의 관계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수평적이고 고민도 숨김없이 나누는 분위기의 '가족' 자체가 흥미로웠다.

각자의 성향이나 관심사나 특징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들에 맞게끔 대한 것 같다. 자유분방함을 잃지 않되 예술적인 가치관이 있는 경주(윤보라 분)한테는 그 쪽을 존중해준다. 자기도 미술을 했기 때문에 예술을 하는 데 공감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철원이(장성범 분) 같은 경우는 굉장히 순수하고 바보스러울 정도로 (성에 대해)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방종까지 안 가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고민이) 있다면 대화로 풀어갈 수 있는 친구 같은 아빠의 모습이랄까. 우리 고은이, 진해(이고은 분) 같은 경우는 아직 커 나가는 단계고 그림에 소질이 있어서 가장 본인과 닮은 인물이다. 창의력을 막고 싶지 않고, 자기계발을 시켜주려고 하는 것 같다.

▶ 가장 어려웠던 장면으로 마지막 생일 장면을 들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뭔가.

그 카페 씬 자체가 힘들게 찍기도 했고 그 씬에서 케익 폭파하고 춤추는 것, 이게 한 2~3일 안에 다 찍었다. 하이라이트를 거기서 다 찍었다. 모든 배우가 다 등장했고 싸움을 말리기도 하고 춤도 췄기 때문에 가장 재미있는 씬이기도 하다. 춤을 끊어서 커트별로 찍은 게 아니라, 그냥 풀(full)로 한 음악 전체를 돌렸다. 열댓 번 하니 초주검이 되더라.

배우 박희순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 배우들이 15세 관람가를 유지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하던데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

베드씬 같은 경우는 사전에 협의가 돼 있었다. 리허설이 없으면 현장에서 굉장히 어렵다. 그전에 미리 연습을 많이 했고, 어느 선까지 노출할지도 다 협의가 됐다. 여자 감독님이기 때문에 여자에 대한 배려가 많이 있었다. 어느 정도는 야하게 느껴지더라도, 노출 수위는 높지 않게 해서 15세를 지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 언론 시사회 때 '불편하거나 불쾌하지 않은 섹시 코미디가 나올 것 같다는 기대가 있었다'고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나온 걸 보니 만족하나.

네. 만족스럽다. 지금은 젠더 감성이 되게 중요한 시대이지 않나. 어떻게 보면 섹시 코미디는 불편해졌다. 하지만 성적인 농담, 섹시 코미디는 잘만 활용하면 다 같이 웃을 수 있는 건전한 유머가 될 수 있다. 그 선을 넘어가기 때문에 불쾌감, 불편함이 생기는 것 같은데 그 수위가 잘 조성된 게 저희 영화다. 남녀를 갈라치기 하는 게 아니라, 여성들도 남성들도 재미있어하는, 어우러져서 되게 즐길 수 있는 유머와 농담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김지혜) 감독님이라서 그게 잘 지켜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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