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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스냅백' 통한 '굿 이너프 딜'로 트럼프 달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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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1일 워싱턴에서 7번째 한미정상회담
'포스트 하노이' 비핵화 구체적 해법 마련될지 주목
트럼프 "김정은과 좋은 관계, 추가 제재 불필요" 긍정적 신호
하노이 회담에서 존 볼튼의 '리비아식 모델' 강요는 부정적 신호
'되돌릴 수 없는' 단계적 조치와 상응조치 동시 추진
우리 정부, '스몰 딜'을 '굿 이너프 딜'로
합의 깨면 제재 강호하는 '스냅백' 집중 논의될 듯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4월 11일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갖는 취임 후 7번째 정상회담은 앞선 정상회담과 달리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행동을 촉구하고 미국의 상응조치를 구체화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2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다음달 10~11일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양국 정상은 한미동맹 관계를 더 강화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공조 방안을 심도있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미국에서 나오는 긍정·부정 신호…문 대통령 촉진자 역할 시험대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열리는 것이어서 '포스트 하노이'에 대한 구체적 해법이 마련될 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은 공식 실무방문 성격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오찬을 겸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곧바로 귀국해 남북 접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특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마치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문 대통령에게 위성전화를 해 "김정은 위원장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의를 한 뒤 결과를 알려달라"고 중재 역할을 요청한 만큼,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미 비핵화 교착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촉진자' 역할이 도드라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쪽에서 긍정·부정 신호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굉장히 고통받고 있다. 그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그저 현시점에서 추가적인 제재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밝힌 점은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에 앉혀 두려는 의도적 유화제스처로 해석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그는 내가 매우 잘 지내는 사람"이라며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며 친근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미국의 협상전략을 '강도적'이라고 비판하는 등 일정 수위 안에서 공세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북미 정상간 '좋은 관계'를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일단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하지만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장에게 요구한 비핵화 수준이 '영변 핵폐기 플러스 알파'를 넘어 핵무기·핵물질· 대량살상무기(WMD) 전면 폐기 등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창한 일명 '리비아식 모델'이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런난 것은 부정적이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하노이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건넨 문서에 북한의 핵무기와 핵폭탄 연료를 미국에 넘기라는 요구가 담겨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리비아식 모델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지난해 6월 1차 북미정상회담 이전으로 돌아간 미국의 강경한 요청을 앞으로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문 대통령에게 "북한을 설득해달라"고 요청한 구체적 배경이 현재 미국이 상정한 '리비아식 모델'이라면 문 대통령의 촉진자 역할도 일정 수준에서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 하노이에서 논의된 '스냅백', 한미정상간 지렛대될까

하노이 정상회담이 비핵화 범위와 대북 제재완화 수준 등을 놓고 결렬된 만큼, 문 대통령이 이번 방미에서 어느 정도의 중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문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대화 프로세스를 복원하려는 첫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청와대는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가지고 대북특사 파견이나 조기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을 적극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상정하고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한미간 구체적 방법론이 도출돼야 한다.

북한의 핵시설 전체 신고와 전면 사찰 등 미국 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일괄타결식 해법' 보다는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을 충분히 인식시키고, 2~3 단계에 걸친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동시에 취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점을 한미 사이에서도 명확히 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17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관성적인 대북협상 프레임에서 탈피해야 한다. 우리가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북한이 포괄적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도록 견인하고, 이런 바탕에서 소위 말하는 '스몰 딜'을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로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한 것이 우리 정부의 접근법을 잘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미국 내 강경파의 '일괄타결' 접근법과 과거 북한의 단계별 보상 조치인 '살라미 전술' 양쪽 모두를 지양하면서 큼직한 단계별 조치로 최종 비핵화에 도달해야 한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기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스냅백'(snapback·서로가 약속한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그 이전 상태로 돌리는 것) 조항을 토대로 한 일부 대북제재 완화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점이 최선의 외무성 부상의 성명을 통해 드러난 만큼, 문 대통령은 이를 매개로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방식을 제안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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