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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 농락했나" 서울회생법원에 민원 빗발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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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 변제기간 줄여준다더니 1년 만에 '없던 일로'
소득 두 배 오른 채무자, 회생 변제기간 줄여줘
채무자들, 변경인가 중 미납한 변제금 상환 문제 심각

(사진=연합뉴스)

 

"회생채무자들을 농락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개인회생 채무자들의 변제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할 수 있도록 했던 서울회생법원의 업무지침이 1년여 만에 폐지되면서 채무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관련 소송절차에 쓴 비용과 그간 미납한 변제금을 일시에 갚아야 하는 부담을 법원이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는 목소리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25일 변제기간 단축 관련 업무지침을 폐지키로 한 후 채무자들의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법원이 적극적으로 변제기간 단축 지침을 홍보해서 1만명에 달하는 채무자들이 변경인가를 진행했는데 대부분 무의미하게 됐기 때문이다.

개인회생 관련 온라인 사이트들에도 서울회생법원에 대한 성토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왜 소급적용을 해준다고 해서 안그래도 힘든 채무자들을 더 힘들게 하나", "법무사 비용도 날아가고 기일 출석하느라 연차 낸 것 등은 누가 보상해주나" 등이다.

개인회생 전문 법률사무소 다온 관계자는 "변경인가 절차에 보통 50만 원 정도 비용이 들고 그냥 변제를 진행했던 것보다 더 지연되게 된 셈이니 채무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며 "법원에서 대책을 내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회생계획 변경인가 신청은 채무자가 스스로 판단해 한 일이다. 그럼에도 많은 채무자들이 법원에 책임을 묻는 것은 서울회생법원이 이례적으로 '소급적용' 관련 업무지침을 만들어 홍보했기 때문이다.

2017년 12월 채무자회생법상 변제기간이 최대 3년을 넘지 못하도록 개정되면서 서울회생법원은 법 개정 이전에 변제기간을 5년으로 받은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해 해당 지침을 만들었다. 3년 이상 미납금 없이 변제를 해온 채무자에게는 바뀐 법에 준해 변제기간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개정 전 법과 예규에서는 변제기간을 단축할 때 여러가지 사정을 엄격하게 고려했던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당시 서울회생법원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변제기간 단축 시 채무자가 생계비를 제외한 가용소득 전부를 투입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달긴 했지만, 당시 회생법원이 회생채무자들을 적극적으로 구제한다는 목표로 추진한 사항이기 때문에 대부분 변경인가를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도 법원이 행정부도 아닌데 지침을 만들어 재판에서 따르도록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서울회생법원 외에 다른 지방법원들은 해당 업무지침을 거의 따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대법원이 이 업무지침에 따라 변제기간 단축을 허용한 원심 결정을 깨고 서울회생법원 합의부로 돌려보낸 것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해당 사건의 채무자는 당초 5년간 매월 17만원 씩(총 1035만원) 갚는 변제계획을 인가받았다가 지난해 서울회생법원의 업무지침을 보고 변제기간을 47개월(3년 11개월)로 줄여달라고 변경안을 내 인가받았다. 채무자의 소득이 최초 인가 당시에는 120만 원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260만 원 수준으로 올랐음에도 회생법원이 변제기간을 줄여주는 결정을 한 것이다.

대법원은 "법원은 변제계획 인가 후 채무자의 소득이나 재산 등의 변동상황을 조사해 (정해진) 변제 기간이 상당하지 않게 되는 등의 사유가 발생했는지를 심리·판단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1심 법원은 아무런 심리를 하지 않은 채 업무지침에 따라 변제계획 변경안을 인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시 서울회생법원의 고위 관계자는 "변제기간 단축 관련 업무지침은 사법행정권자가 지시하고 따르라 한 의미가 아니고 (법 개정 후 소급적용을 요청하는) 상황에 대비해 세운 기준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1만명의 개인회생 채무자 중 상당수가 3년간 변제를 해왔다는 것 외엔 특별한 사정 변경 없이 회생법원에서 변제기간 단축을 인가받은 상황이라 향후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러 변호사와 법무사를 고용해 절차를 진행한 비용 문제는 물론이고 원칙적으로는 변경인가를 진행하면서 납부를 중단했던 변제금을 한꺼번에 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회생법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이라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회생 전문 변호사는 "2018년에 회생을 시작한 사람보다 2017년에 회생을 시작한 사람이 더 늦게 끝나게 된 상황이고 미뤄둔 변제금에 대한 은행 이자 문제도 생길 수 있다"며 "공동소송을 하자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 공보관은 "변제기간 변경이 기각된 채무자들이 변제금 납부 기간을 조정해달라는 신청을 내면 재판부에서 충분히 참작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절차가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대법원과 2심에서 기각된 소송들이 대부분 1심 재판부로 내려오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회생법원 전체판사회의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성토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생법원의 한 관계자는 "재판부마다 최소 1000건은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1만명 채무자들의 회생계획을 최대한 빨리 바로잡기 위한 충원 대책 등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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