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년 연속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서고 내년 예산도 500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여,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출뿐 아니라 구체적인 세수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세먼지 문제에서 불거진 추경 논의는 결국 5년 연속 편성으로 가닥이 잡혔다. 현 정부에선 출범 첫해 11조원의 일자리 추경, 지난해 청년 일자리 등 3조 8천억원에 이어 3년째다.
올해 예산만도 사상 최대인 470조원에 이르지만, 정부는 경기 대응을 위해 추경이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제활력 제고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면 역대 최고 수준의 재정 조기집행과 함께 정부 그리고 재정의 역할을 적극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은 방침을 분명히 했다.
홍 부총리는 또 "미세먼지는 국가 재난"이라며 "현 고용 문제와 대내외 경기여건 악화 역시 요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여권 내부에선 당정청 협의 직후 이번 추경이 10조원 규모란 언급도 나왔다.
정부는 이번 추경안을 이르면 다음달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지만, 문제는 국가 재정의 건전성에 악영향이 없겠냐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초과세수가 올해는 별로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큰 데다, 예산에서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도 거의 없어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내년 예산은 사상 첫 500조원을 넘어 51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어서, 이대로 가다간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거란 게 야당측 주장이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돈풀기' 아니냐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정책통의 한 명인 김광림 의원은 "추경을 할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은 최소한 두 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이 예견되는 상황을 의미한다"며 "현 경제상황은 추경 요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당 엄용수 의원도 "세수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추경을 편성하면 재정이 악화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국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세수 비중을 가리키는 조세부담률이 20% 초반으로 다른 나라들보다 낮기 때문에, 지출 구조조정 등을 병행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조세부담률은 20.28% 수준으로, OECD 평균인 25.1%와는 격차가 있다. 앞으로도 20%대 초반을 유지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전문제들은 예산 지출 계획만큼 투명한 세수 확보 대책을 함께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출 규모야 늘어날 수도 있지만 그에 걸맞는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운영위원장은 "수입과 지출 구조는 한번 조성되면 계속 재생산되므로 가능한 수입 확충 방안을 마련하는 게 정공법"이라며 "그런데도 현 정부의 그간 정책을 보면 세입 확충에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출을 늘리겠다는 기본 전략을 갖고 추진해야 하지만, 당장의 문제에 긴급 대응하는 취지로만 재정을 대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내세운 혁신성장과 포용국가를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면 과감한 공론화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재정지출은 올해보다 7.3% 증가한 504조 6천억원, 2021년엔 6.2% 증가한 525조 9천억원, 2022년엔 5.9% 증가한 567조 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