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3일 동안 치러지면서 '청문회 슈퍼위크'가 26일 마무리됐지만 숙제들만 다시 확인한 모습이다.
각종 논란을 야기하는 후보들을 내정한 청와대의 부실한 검증도 문제지만 정부 정책을 주도할 부처 장관으로서의 자질과 능력보다는 마구잡이 신상 털기에 나선 야당과 방어를 위한 방어에만 집중한 여당 간 정쟁의 장이 된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번에 지명된 장관 후보자 7인은 만 2년, 햇수로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문재인정부의 정책기조를 이어가야 하는 중대한 책임을 부여받는 위치에 있었지만 도덕성에 있어서는 여전히 논란을 피하기 어려웠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다주택 문제와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지난 25일 청문회 스타트를 끊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다주택 보유와 꼼수 증여로 인해 여야 모두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26일 청문회에서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막말,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장남 특혜 채용과 위장전입 의혹,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의 CJ 사외이사 재직 경력에 따른 이해충돌과 증여세 탈루 의혹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각종 특혜와 세금 탈루 의혹,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땅 투기 의혹, 조동호 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황제유학과 외유성 출장 논란 등이 공격의 지점이 됐다.
대다수 후보자들은 자신들의 처신이 문제가 될 것을 알고 있었고 사려 깊지 못했다고 답해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특권과 도덕에 대한 여전한 불감증을 드러냈다.
적폐청산을 기치로 발족한 문재인정부지만 지난 1기 내각에 이어 2기 내각을 이끌 주요부처 장관들도 도덕성 논란을 피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부실한 검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증을 하며 이같은 내용들이 논란이 될 것을 알면서도 최종적으로 후보자로 내정한 청와대의 태도 또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관계자조차 "이번 인사에는 문제가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을 정도다.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 풀 내에서만 인사를 하려는 경향에 대한 문제제기도 되풀이 됐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실제로 흠이 없는 사람을 찾기가 몹시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풀의 한계를 시인했다.
정쟁으로 연초에 70여일이나 국회를 공전시켰던 여야는 선거제 개편 패스트트랙 등으로 계속되고 있던 정쟁을 청문회장까지 끌고 들어왔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으려는 야당 위원들은 유방암 수술 이력, 금융거래 내역 전체 등 개인정보와 같이 무리한 수준의 자료를 요구함은 물론 틈만 나면 후보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객관적인 증빙자료 없이 정황만으로 공세를 가하다 보니 결정적인 한 방은 나오지 않았다.
여당도 어떻게든 후보자를 지키자는 식으로 자신의 발언 때는 후보자를 치켜세우고, 야당의 공세 때는 발언권이 없음에도 고성을 지르기 일쑤였다.
심지어 "천연 다이아몬드 같은 사람"이라는 다소 낯 뜨거운 표현까지 나오면서 동료 의원들의 냉소를 사기까지 했다.
'어떻게든 버티자'는 후보자들의 태도 또한 극복해야 할 숙제다.
불성실한 자료 제출은 야당의 성토를 샀고, 각종 의혹 제기에는 객관적인 사실관계나 정황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유감스럽다", "송구하다", "사려 깊지 못했다"는 전형적인 대답만 되풀이 됐다.
일부 후보자는 후보 지명 전의 소신과는 상반된 입장을 밝히며 지나치게 보신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후보자들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는 불투명하다.
25~26일 청문회를 치른 후보들에 대한 보고서 채택은 야당의 반대로 모두 불발됐다.
27일 국회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27일 열린 박영선 후보자 청문회는 오전부터 저녁까지 진행됐지만 한국당이 급작스럽게 보이콧을 선언하며 중단됐다.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28일 논의될 진영, 조동호 후보자의 보고서 채택 여부 또한 통과가 쉽지 않게 됐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회의를 열어 각 상임위원회 간사들의 의견을 취합할 예정"이라며 "전반적으로 후보들 모두 문제가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