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예멘 난민 사태 그 후…그들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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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기자의 사후담] 제주 난민 사태와 정부 대책
난민 인정자·인도적 체류허가자 75% 도외 소도시서 제조업 종사
테러리스트·난민 브로커 없었다…마약 양성반응 4명 검찰 수사중
난민법 악용 방지 등 난민법 개정 난항…난민심판원도 없던 일로
인도적 지원 등 난민 신청자 보호 관련 보완 대책은 논의도 없어

지난해 9월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예멘인들. (사진=고상현 기자)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고="" 기자의="" 사후담="">
■ 채널 : 표준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방송일시 : 2019년 3월 27일(수)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CBS 고상현 기자

◇ 류도성> 제주지역의 사건사고 뒷이야기를 들여다보고, 행정 당국의 후속 대책을 점검하는 '고 기자의 사후담'. 오늘은 어떤 주제를 들고 오셨나요.

◆ 고상현> 작년 한 해 동안 제주를 비롯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제주 예멘 난민 사태'를 들고 왔습니다. 난민 심사 결과가 최종 발표된 이후 예멘인들의 상황은 어떤지, 당시 정부가 발표한 후속대책들이 현재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취재해 봤습니다.

◇ 류도성> 6개월에 걸친 난민 심사 끝에 작년 12월에 최종 발표됐어요. 심사 기간 내내 난민 수용을 두고 찬반 논란이 심했는데, 일단 논란 초기 상황부터 설명해주시죠.

◆ 고상현> 네. 예멘인들은 2016년부터 조금씩 제주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후티 반군과 정부군 간 내전이 일어났기 때문인데요. 그러다 2017년 1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와 제주를 잇는 직항 항공 노선이 신설되고 나서 대규모로 제주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내전을 피해 말레이시아에 체류하던 예멘인들 중 체류 기한이 지난 사람들이 이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도로 들어온 겁니다. 2016년과 2017년 합쳐서 예멘인 49명만 제주에서 난민을 신청했다면 2018년 들어서는 6개월 만에 모두 549명이 난민 신청을 합니다.

◇ 류도성> 제주도가 무사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서 비자 없이 손쉽게 제주로 들어온 거군요. 수백 명이 한꺼번에 난민 신청을 하자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일었었죠.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 (사진=자료사진)

 

◆ 고상현> 네. 그렇습니다. 이슬람 문화가 우리나라엔 낯설지 않습니까? 또 미디어를 통해 유럽의 대규모 난민 사태를 접한 도민과 국민들의 불안감이 컸습니다. 특히 작년 4월 30일 정부가 출도제한을 해버리면서 혼란이 심화했습니다. 제주도에만 발이 묶이자 예멘인들의 존재감이 부각돼버린 거죠. 이 과정에서 잠재적 범죄자니, 테러리스트가 속해 있다는 둥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예멘인에 대한 두려움은 난민 혐오로 변해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급기야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7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 류도성> 난민 수용을 두고 사회적으로 큰 혼란은 있었지만, 법무부가 그래도 신속하게 작년 12월 심사를 최종적으로 마쳤어요. 결과는 어떻게 됐죠?

◆ 고상현> 출도제한 이전에 이미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사람 등을 제외한 484명에 대해 최종적으로 난민 심사가 이뤄졌는데요. 심사 결과 난민 인정자는 단 2명만 나왔습니다. 모두 언론인 출신으로 후티 반군을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했기 때문에 본국으로 추방할 경우 박해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인도적 체류허가는 412명 나왔는데요. 난민법상 종교, 정치적 견해 등 다섯 가지 난민 인정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아 난민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본국 추방 시 내전 상황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점이 인정된 겁니다. 나머지는 범죄에 연루됐거나 제3국에 거주할 수 있다는 이유로 단순 불인정 된 56명입니다.

◇ 류도성> 최종 심사 결과가 발표되고 나서 3개월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짧은 시간은 아닌데, 현재 예멘인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요?

지난해 8월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도내 한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고상현 기자)

 

◆ 고상현> 난민 인정자와 인도적 체류허가자 414명은 국내 어디서든 체류할 수 있고, 취업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이들 중 75%(314명)가 제주도를 벗어나 다른 지역 소도시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 일자리가 많은 소도시에 거주하며 제조업체 등에서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머지는 제주지역에서 어선업, 양식업, 요식업 등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난민으로 인정되지 못한 71명이 모두 이의신청을 했고, 현재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그 결과는 통상 6개월 정도 걸리고요. 재차 불인정되면 소송을 걸 수 있습니다.

◇ 류도성> 난민 인정자나 인도적 체류허가자의 경우 내전 상황이 나아지면 체류가 취소되는데, 현재 이들 모두 사회통합프로그램 교육도 받고 있죠?

◆ 고상현> 네 그렇습니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이란 쉽게 말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을 시키는 것을 말하는데요. 전국 각지에서 아랍어에 능통한 73명의 멘토가 예멘인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선 심사 기간 내내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진행한 터라 별도의 프로그램은 운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존에 해오던 대로 예멘인들이 일하는 사업장을 방문하며 소통하고 있습니다.

◇ 류도성> 이제는 심사가 마무리돼서 할 수 있는 얘기인데. 작년에 예멘인 중에 테러리스트가 있다거나 강력범죄에 연루됐다는 이야기가 돌았어요. 확인된 부분이 있나요?

◆ 고상현> 전혀 없습니다. 작년 9월 한 난민 반대 인터넷 카페에 예멘인들이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고 국정원까지도 신고가 접수된 거로 아는데요. 사실 확인 결과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력범죄도 없었습니다. 단순 폭행사건과 절도사건으로 모두 4명이 수사를 받긴 했지만, 모두 가벼운 사항입니다. 다만 마약류인 카트 양성반응을 보인 4명이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 모두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예멘 난민 브로커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류도성> 작년 6월 정부가 제주 예멘 난민 문제로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겪자 향후 대응방안을 발표했는데, 현재 추진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 고상현> 네. 당시 정부는 국내 체류 방편으로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일이 없도록 난민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었는데요. 현재 관계기관과 협의 중입니다. 아직 입법예고는 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국회에서 난민법 자체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있어서 향후 통과가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또 난민심판원을 신설해 현재 소송까지 5단계인 난민심사를 3~4단계로 낮춰 공정하고 신속하게 난민 심사를 진행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난민법 개정안엔 담기지 않았습니다.

◇ 류도성> 더 중요하게 언급해야 할 게 있는데. 예멘 난민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난민 정책 곳곳에서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 고상현> 잘 질문해주셨는데요. 우리나라는 유엔 난민협약기구 가입국이고, 난민법 제정 국가입니다. 그만큼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는데요. 그러나 제주 예멘 난민 사태를 보면 알다시피 정부는 처음부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성급하게 출도제한을 하면서 사회적 혼란을 키운 것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정부는 선제적으로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한 입장을 표명하기보다 반대 여론을 의식해 가짜뉴스가 나올 때만 수세적으로 해명하기 급급했습니다. 이 때문에 난민 수용을 두고 사회적으로 큰 갈등을 겪었습니다.

◇ 류도성> 난민 신청자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도민들이 도맡아서 했죠.

지난해 6월 자원봉사자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예멘 난민 신청자들에게 구호물품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 고상현> 네 그렇습니다. 정부가 출도제한을 하면서 사실상 인도적 지원을 제주도에 떠넘기다시피 했는데요. 그런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조와 업무 분담에 대한 근거가 없어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만 했습니다. 그 사이 생활비가 떨어져 노숙 생활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인 예멘인들은 도민 사회의 도움으로 간신히 심사 기간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정부가 예멘인들에게만 취업의 기회를 주긴 했지만, 노동 강도가 센 1차 산업 등에 집중돼 적응을 못하고 이탈하는 예멘인들이 많았습니다.

◇ 류도성> 난민 신청자 보호에 대한 보완 논의는 현재 없는 상황이죠?

◆ 고상현> 네 그렇습니다. 제주 예멘 난민 사태는 처음으로 큰 규모의 난민 신청자를 맞는 어떻게 보면 난민 정책의 시험대였습니다. 물론 신속하게 난민 심사를 끝낸 것은 칭찬할 만하지만, 난민법 제정 국가라면 큰 틀 안에서 인정 절차뿐만 아니라 이들을 어떻게 잘 보호하고 수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데 전혀 없었습니다. 현재 이 부분에 대한 개선 논의는 이뤄지고 있지 않은데요. 향후 난민법 개정을 통해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 류도성> 국제 정세에 따라 제2의 예멘 난민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현 상황에서는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또 혼란과 함께 우왕좌왕하겠군요.

◆ 고상현> 우리나라가 예멘 난민 이슈로 혼란을 겪는 와중에도 제주만 해도 중국, 인도 등 해외에서 난민 신청자들이 꾸준히 들어왔습니다. 더 이상 난민 문제는 먼 나라의 일이 아닌 겁니다. 이들을 무작정 받자는 게 아닙니다. 돈벌이로 난민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 등은 차단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제주 예멘 난민 사태를 통해 정부가 문제점을 보완했으면 합니다.

◇ 류도성> 지금까지 고상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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