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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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열린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자신이 살던 아파트를 딸에게 증여한 후 월세를 내며 거주하고 있는 이른바 '꼼수 증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은 장관이 될 줄 알고서 한 행위라며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는 인사라고 맹비난한 반면 여당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맞대응에 나섰다.
최 후보자는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국토부 장관 후보자 가능성을 통보 받은 시점을 묻는 질문에 "지난 1월 20일쯤으로 기억한다"며 공식 후보자 지명 시기는 3월 7일이라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경기 분당과 서울 잠실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세종시에는 아파트 분양권을 보유하는 등 3채를 가진 다주택자 상태였다.
최 후보자가 경기도 분당 아파트를 장녀 부부에게 증여한 때는 2월 18일로 복수 후보자로 통보 받은 시기 보다는 뒤지만 공식 후보자로는 지명되기 전이다.
야당은 복수 후보자로 통보 받을 시점에 이미 추후 공식 장관 후보자로 지명될 상황을 감안해 증여에 나선 것이라며 "꼼수 증여"를 통해 급히 처분을 시도했다고 비난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주택을) 3채 보유했다는 걸 알면서 청와대는 (최 후보자를)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고, 인사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될 것 같으니 한 채를 파는 게 좋겠다고 조언한 듯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당 송언석 의원도 "1월 20일쯤 장관 복수 후보자로 지명받았고 2월 18일에 증여계약서를 작성했다는 건 팩트"라며 "이 자체가 벌써 복수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다주택자 문제를 해소했다는 건데 좀 솔직해지시라"고 지적했다.
한국당 이현재 의원은 "딸과 사위에게 증여를 하다 보니 증여 공제도 받고, 1가구 양도세도 절세가 됐다"며 "(장녀 부부 증여가) 결국 절세 수단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과도한 공세"라며 맞받아쳤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최 후보자는) 이전부터 분당 아파트를 팔려고 했으나 안 팔렸고, 매도가 쉽지 않다고 봤기 때문에 증여가 옳다고 판단했다"며 "검증 과정에서 오해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증여를 결정했다고 보면 된다"고 반박했다.
최 후보자도 "어떻게든 다주택자 상태를 면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왔다.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서 떳떳함을 갖고자 정리하는 과정에서 증여라는 방법을 택했다"며 "세금을 줄이려는 목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최 후보자가 3채의 주택을 보유한 데 대해서는 여야 모두 다주택을 규제하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특히 최 후보자가 매입 후 단 한 번도 살지 않으면서 전세를 준 잠실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이후 시세가 10억 원이나 오른 점에 대해서는 '갭 투자'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당 박덕흠 의원은 "최 후보자의 주택 3채는 모두 투기 지역인데 이건 문재인 정부 국토부 정책과는 정반대"라고 말했고,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은 "잠실과 세종 주택은 재산 증식 목적이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거들었다.
여당인 민주당 강훈식 의원조차 "논란이 있기 전에 처리를 했거나 아니면 이 자리에서 처리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맞지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딸에게 (주택을) 증여하는 건 국민들에게 감정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며 "빚을 내서 산 세종시 분양권도 '빚 내서 집 사라'는 박근혜 정부에 너무 충실했던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같은 지적에 최 후보자는 10여 차례에 걸쳐 "송구하다,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를 표했다.
그는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보유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할 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다주택자 논란에 고개를 숙였다.
잠실 아파트의 '갭 투자' 지적에는 "2003년 당시 자녀들의 장래 통학 등을 감안해 서울로 이사할 필요가 있어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했다"고 의혹을 부인했으며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도 "올해 8월 완공되면 입주할 계획"이라며 실거주 목적을 재차 강조했다.
최 후보자는 "장관으로 임명되면 따끔한 질책을 거울 삼아 국가를 위한 정책, 서민주거복지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