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누리 감독이 말하는 류준열-유지태-조우진, 영화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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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돈' 박누리 감독 ②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돈'의 박누리 감독을 만났다. (사진=황진환 기자)

 

※ 이 기사에는 영화 '돈'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돈'은 '더 게임' 스크립터, '부당거래'와 '베를린'의 조감독이었던 박누리 감독의 데뷔작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평범한 꿈을 꾸는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이 우연한 기회에 큰돈을 만지게 되면서 어떻게 변하는지가 담겨 있다.

총 67회차 중 60회에 등장한 류준열은 이 영화의 중심이자 기둥이다. 관객들이 자연히 주인공 일현에 이입해 이야기를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분량을 차지한다. 그만큼 역할이 컸다.

물론 유지태와 조우진도 영화에 힘을 더하는 중요한 존재였다. 왠지 비밀스러워 보이는 신화적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와 "일한 만큼만 벌어"라고 일침 놓는 금융감독원 수석검사 한지철 역을 유지태와 조우진은 더할 나위 없이 잘 소화했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돈' 박누리 감독을 만났다. 그에게 '돈'의 캐릭터와 배우들, 그리고 영화 '돈'과 실제 돈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다.

일문일답 이어서.

▶ 류준열과 인터뷰할 때 그가 박누리 감독과 '양질의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어떤 대화였는지 궁금하다.

약간 그런 말이 맞는 것 같은데, 감독으로서 제가 쓰고 연출하려는 대본의 영화 결을 같이 이해해주고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몇 마디 안 해도 척하면 탁 알아듣는 부분이 있더라. 그런 배우가 같이 해 준다는 것이 되게…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 들었다. 촬영 시작하기 전에도 준열 씨와 일현이라는 인물에 관해 얘기를 많이 했다. '나는 돈을 벌면 이럴 거 같아', '통장에 돈이 꽂히면 이럴 거 같아', '돈이 없으면 이럴 거 같아', '어디까지 변할 수 있을 것 같아?', '사람들한테 어디까지 나쁘게 할 수 있을 거 같아?' 이런 부분을 제 경험에 빗대 많이 얘기했는데, 준열 씨한테 들은 부분이 추가돼서 영화가 디테일해진 부분이 많다. 그래서 (감독의) 디렉션이란 표현보다는, (둘이 함께한) 커뮤니케이션이란 표현이 맞을 정도로 그렇게 영화를 완성해 나갔다.

영화 '돈'에서 각각 조일현, 번호표, 한지철 역을 맡은 배우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 (사진=쇼박스 제공)

 

▶ 작전 설계자나 금융감독원 쪽은 아무래도 접근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취재를 어떻게 했는지. 그게 캐릭터에 어떻게 반영됐나.

번호표나 사냥개 설정은 원작에서 많이 바꾸지 않았다. (증권가 사람들을 취재해 보니) 번호표 같은 작전 설계자를 만나본 사람은 없었다. 내가 아닌 누구는 만나봤다더라, 정도는 있었지만 본인이 만난 경우는 없었다. 그래서 상상을 더해 만드는, 굉장히 영화적인 인물이라고 봤다. 번호표 같은 인물이 있다고 소문을 들어 궁금해하는 느낌? 그래서 번호표를 만났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더 표현하는 게 이 인물을 더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생각했다. 유민준(김민재 분)의 설명과 반응, 일현의 설명과 반응, 우성(김재영 분)도 궁금해하지만 일현이 말을 돌리지 않나.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얘기할 순 없다는 거다. (번호표를) 진짜인 것처럼 느끼게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번호표는 신기루 같은 존재이지 않나. 허상 같은데 보는 사람이 절실하니까 더 선명하게 보이는 거라고 생각했다.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번호표라는 인물이 현실에 안착할 수 있게 노력했다. 진짜 저런 만남이 일어날 것 같다 싶도록 여의도 한가운데 공원이라든지, 건물 옥상이라든지, 전철역 승강장이라든지 (일상적인 공간에서) 둘을 만나게 해서 '이건 허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정말 가능한, 일어날 법한 일'로 느껴지게끔 신경 썼다.

사냥개 한지철 같은 경우는 금감원 분들을 되게 많이 만나보면서 만들었다. 한 인물만 따온 건 아니다. 주식 시장을 감시하는 공무원의 성정은 어떨까 하는 고민을 배우와 많이 했다. 사실 그 금감원에 계신 분들이 형사처럼 막 쫓아다니면서 하진 않는다고 한다. 정말로 '감시'하는 역할이라서 데이터를 검찰에 넘기면 그쪽에서 수사에 들어가는 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금감원에 있는 어떤 한 사람만은 그렇게 해 주기를(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바랐던 것 같다. 한지철이란 인물은 굉장히 성실하게 사는 월급쟁이인 거다. 나는 정직하게 돈을 버는 사람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을 봤을 때 분노하고 어떻게든 잡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겠나? 그런 사람이 한 명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집요하게 해서 결국 잡는 거고. 그런 집요함과 인내? 인내가 과하긴 하지만. (웃음)

▶ 유지태-조우진과 함께 작업해 본 이야기도 듣고 싶다.

유지태 선배님 같은 경우에는 뭐랄까 약간 배우와 감독의 느낌을 떠나서 영화계의 선배님과 후배였던 것 같다. 영화를 20년 넘게 해 오신 분이고 연출도 감독도 해 보신 분이니까. 제가 신인 감독으로서 겪게 되는 고충들, 얼마나 힘들고 지금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까지 본인이 이미 겪어서 아는 분이었다. 그래서 먼저 많이 준비해주셨다. 대사를 다 외워오셨고. 현장에서도 본인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게끔 알아서 준비해주셨고, (제가) 어떤 부분을 얘기하면 그냥 다 해 주셨다. 그렇게 하는 게, 감독이 이 영화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셨나 보다. 되게 의지가 많이 됐다. 촬영 때뿐 아니라 후반 작업하면서도 뭔가 약간 힘들다고 느낄 때 선배님이 먼저 '요새 고민이 많죠?' 하고 손을 내밀어주셨다. 마지막까지 마음적으로 의지를 많이 했던 것 같다.

한지철은 우진 선배님이 해 주셔서 대본에 표현하려고 했던 것보다 정말 입체적인 인물이 된 거다. 거기 나온 이혼남이라든지 인물이 가진 세세한 설정은 선배님이 되게 아이디어를 많이 내주셨다. 그걸 대본에 다 녹이다 보니까 지금처럼 정말 생활감이 살아있는 인물이 만들어진 것 같다. 진짜 감사하다. 정말 대단한 배우로구나 싶었다.

박누리 감독은 1년여 간의 취재와 공부 끝에 영화 '돈'을 만들었다. 현실적인 모습과 영화적 재미 중간 지점을 찾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사진=쇼박스 제공)

 

▶ 영화를 볼 때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반가운 얼굴들이 꽤 많이 나온다.

진선규 선배님 같은 경우에는 제가 연극을 몇 편 보고 너무 반했다. 너무 잘하셔서 꼭 한 번 작업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극에서 굉장히 친근한 이미지의 연기를 몇 번 봤는데, 수트 입고 멋있는 거 하셔도 멋있을 것 같은데 하고 생각했다. 박창구라는 인물이 분량상으로 많지 않다. (극중에) 펀드 매니저나 브로커가 많이 나와서 관객분들이 (특정 인물을) 인지를 잘못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굉장히 연기도 잘하고 좀 멋있는, 한 번 나왔을 때 인상이 각인될 수 있는 분이 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분량은 적지만 진선규 선배님이 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마침 '범죄도시' 때문에 머리를 다 민 상태였고, 그래도 괜찮냐고 하셔서 어떻게든 작업하고 싶은 마음에 저희가 머리를 준비해서 (웃음) 했다. 진선규 선배님 목소리가 미성이거든요, 굉장히. 목소리로도 박창구라는 인물의 차별성이 느껴졌으면 했다. 흔쾌히 한다고 해 주셔서 감사했다.

유재명 선배님은 그야말로 카메오이시다. 저희 회사와 한 작품 중에 유재명 선배님 출연하신 걸 봤고, 오다 가다 뵙기도 했는데 아 너무 멋있으신 거다. 하시는 작품을 꾸준히 보면서 작업할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 컷, 짧게 나오는 첫 주문자 역인데 (처음엔) 모르다가 반전이 있는 역할이다. 짧지만 굵게 딱 해 주실 분이 필요했다. 설마 이렇게 짧은 걸 해 주실까 생각하면서도, 인연이 닿고 싶어서 부탁드려봣는데 선배님이 정말 '기적적으로' 대본도 안 보고 해 주신다고 하셨다. 짧은 거라도 해 보고 싶다고 하셨다.

다니엘 헤니(로이 리 역) 씨는 일현의 비밀계좌가 있는, '저런 곳이 현실에 있나?' 싶을 정도로 이상향인 장소에서 만나는 인물이었다. 몇 번 안 나와도 딱 기억에 남고, 멋있고, 이상향인 장소와도 잘 맞는 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상향 같은 장소에서 만났을 때 일현조차도 '멋있다' 하고 느낄 분! 한국계 외국인 역할이어서 딱 처음부터 생각했었다. 분량이 적기도 하고 해외에 계시는데 괜찮을까 하고 감히 연락을 드렸는데 정말 또 흔쾌히 해 주신다고 해 주셔서 재밌게 촬영했다.

▶ 영화가 전반적으로 템포가 빠르고 늘어지지 않았다. 특히 음악이 이런 분위기를 더했다고 보는데.

음악도 되게 고민을 많이 했다. 주식 거래 하는 부분을 잘 이해하고 따라가게 하는 데 배우 표정이나 리액션을 보여주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하지 않았나. 음악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긴장감을 가져가야 하는 부분에는 음악이 가장 많이 도와준 것 같다. 이건 긴박한 상황이야, 주인공이 이긴 상황이야, 하고 이해할 수 있게 음악감독님이 많이 고민하셨다.

▶ 영화 '돈'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리고 실제 돈(money)도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

영화 '돈'은, 아… (고민) 돈을 만지고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 머니(money)는, 아… 삶의 수단이지 삶의 목적이 아니다. <끝>

박누리 감독이 11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 전 이뤄진 촬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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