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박누리 감독, 주식 몰라도 재밌게 볼 영화 만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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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돈' 박누리 감독 ①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돈'의 박누리 감독을 만났다. (사진=황진환 기자)

 

※ 이 기사에는 영화 '돈'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돈'(감독 박누리)은 여의도 증권가를 배경으로 한다. 면접 때 주식 종목 코드를 다 외워 상사에게 '그 또라이가 너냐?'라는 질문을 받는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이 큰돈을 만지게 되며 변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조일현에게 위험한 거래를 제안하는 신화적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는 유지태가, 이들의 수상한 거래를 감지하고 주시하는 금융감독원이 사냥개 한지철은 조우진이 연기했다.

박누리 감독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보면서 주인공 조일현에게 공감했다. 아주 특출 난 부분은 가지지 못한, 보통의 사회초년생.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남들 다 하는 생각'을 하는 평범한 사람이 변하는 과정에 흥미를 느꼈다고.

조일현 역을 맡은 류준열이 총 67회차 중 60회차에 나올 만큼 분량과 비중이 압도적인 '돈'은 그래서 '주식' 얘기가 아니라 '사람' 얘기에 가깝다. 여의도 증권가를 영화에 옮겨오되, '주식을 1도 모르는' 관객이라도 아무 문제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게 관건이었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돈'의 박누리 감독을 만났다. 인터뷰 전주에 열린 언론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 '"100% 만족스럽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원래 하려고 했던 얘기는 전달된 것 같다"는 답으로 이야기는 시작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

▶ 지난주 언론 시사회가 있었다. 영화가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나왔는지 궁금하다.

네, 뭐. 100%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원래 하려고 했던 얘기는 전달된 것 같다. 저도 같이 보면서 되게 긴장하고 걱정 많이 했었다, 처음 보여드리는 거라. 근데 같이 앉아서 보다가 (관객석에서) 첫 웃음이 피식 터지시니까 그때부터 안심이 되더라. 조금 다행이었다.

▶ 혹시 그 장면이 초반인가? 개인적으로는 정만식 씨가 '얼굴마담은 내가 해야겠다' 하는 장면이 웃겼다.

네. 그 장면이다. (웃음)

20일 개봉한 영화 '돈' (사진=쇼박스 제공)

 

▶ '돈'은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주식 브로커 조일현의 이야기다. 어떤 점에 가장 매력을 느꼈나.

일단 주인공 조일현이라는 인물이 저랑 좀 비슷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되게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것도 아니고, 뒷받침해 줄 만한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단하지도 않고 가진 게 별로 없는 평범한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돈의 유혹이나 기회가 오고, 돈을 벌면서 변해가지 않나. 어떤 지위나 부의 변화가 아니라, 이 인물의 성격이나 사람 대하는 방식이 변해가는 걸 보면서 나라면 그런 기회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했다. 또, 그렇게 되면 나도 변할까 생각했다. 저를 대입해서 생각하니, 이런 평범한 인물이라면 다른 분들도 같이 공감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봤다.

▶ 영화의 배경이 여의도 증권가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취재를 매우 열심히 했다고 들었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듣고 싶다.

(원작) 책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주식을 전혀 몰랐다. 매수(주식을 사들임), 매도(주식을 파는 것)까지도 공부하면서 알게 됐다. 그분들의 생활을 가감 없이 리얼하게 그리고 싶었기 때문에 취재 시작한 거다. 실제로 여의도 증권가에 많이 모여 계셔서 그쪽으로 직접 무턱대고 가서 (그들의) 생활반경 안에서 저도 거기 있는 사람인 것처럼 숨어 있었다. (웃음) 그분들이 다니는 카페나 식당에 다니면서 관찰하고 이야기를 듣기도 하면서 취재했다. 실제 브로커분들을 건너 건너 건너 소개받아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고, 실제 사무실에도 가 봤다. 아무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 굉장히 어렵게 어렵게 도움을 구해 탐방했다.

되게 신기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했다. 브로커분들은 큰돈을 몇 초 안에 거래하니까 굉장히 냉철하고 뭔가 다른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보면 굉장히 평범한 생활을 하는 분들이었다. 치열하게 사는 분들이었고. 큰돈을 만진다고 해서 삶이 변하는 건 아니더라. 때론 삼각김밥, 컵라면 먹으면서 굉장히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걸 영화 캐릭터로 많이 가져오고 싶어서 노력했다. 실제 신입사원분의 모습은 일현이에게 투영됐고, 당장 주말농장에 뭐 심어야 할지 걱정하는 모습은 변 차장(정만식 분)에게 투영됐다.

▶ 날마다 수수료 실적이 가장 높은 사람 순위를 매기는 판이 무척 눈에 띄었다. 정말 저런 게 증권 회사에 있는 건가.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 영화에서 보는 사무실의 모습은 실제로 제가 가 본 증권가 모습보다는 조금 더 화려하다. 실제론 좀 더 차분하고 조용한 편이다. 컴퓨터 시스템으로 메신저로 하니까 말을 많이 하지 않고 북적거리지 않는 분위기다. (그걸) 리얼하게 가져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화적인 재미를 가져가야 하니, 그 중간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적인 화려함이나 생동감을 더하는 세팅을 했다. 전광판이라든지 실시간 랭킹이 바뀌는 것, 전 세계 시계들이 초 단위로 돌아가는 것 등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장치로 (영화에) 색깔을 입히게 된 거다.

이 영화에서 3~4년의 시간 경과가 나온다. 영화 초반 시작할 때 모습은 분주한데, 시간이 경과되면서 컴퓨터 시스템으로 바뀐 걸 넣었다. 장 마감 시각도 지금은 (오후) 3시 반이다. 굉장히 오랫동안 3시였는데 저희가 영화 제작하던 중에 3시 반으로 바뀌었다. (영화 안에서 장 마감 시각이) 3시로 시작되는데 (영화 속 시간이 흘렀다고) 3시 반으로 하면 혼돈이 올 것 같더라. 실제의 모습과 관객들이 충분히 이해하면서 재미있게 볼 방법을 절충해서 표현했던 것 같다. 지금 증권사 분들이 보시면 '우리 사무실보다는 화려하네, 과장되어 있는데?', '폐장 시각 3시 반으로 바뀌었는데'라고 하실 수도 있다.

'돈'은 부자가 되고 싶은 꿈을 품고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이 돈의 맛을 알게 되며 변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쇼박스 제공)

 

▶ 주식 얘기를 하지만 '돈'은 기본적으로 범죄 오락 영화다. 공부와 취재를 많이 했어도, 영화의 재미를 해치지 않는 선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무언가를 빼고 포기하느라 고심이 컸을 것 같다.

저도 그 고민을 많이 했다. 주식 설명이 주가 되면 안 되는 영화이지 않나. 일현이라는 인물이 사건을 겪으면서 성장해 가는 이야기로 읽혀야 해서 이 인물에 집중해야 했다. 관객들이 일현이 경험하는 걸 같이 경험하는 거로 하자, 이렇게 생각했다. 보시면 작전할 때 작전에 참여하는 여러 세력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일현이 경험하는 상황 위주로 보여준다.

첫 거래도 사회 초년생으로 처음 겪는 굉장히 처음 겪는 거래라서 눈빛, 벌어진 입, 손끝 하나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췄다. 일현이 처음 겪는 일을 받아들이는 리액션을 통해 '다급하구나' 하는 걸 (관객들도)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면, 거래를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해주겠구나 생각했다. 두 번째, 세 번째 거래도 초년생 일현이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 나가지만, 이후에는 능숙하게 한다. 관객도 상황을 같이 인지하면서 가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모니터에 나오는 주식 거래를 바라보는 배우의 표정이나 리액션, 손가락의 미세한 떨림을 강조했다.

▶ 극중 일현처럼 실제로 본인에게 위험한 거래 제안이 온다면 할 것인가.

저는 겁도 많고 의심도 많아서 감히 못 받아들일 것 같다. 대본 쓰면서 '나는 못 받아들일 것 같다', '깜냥 안될 거 같다'고 생각했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월세 낼 돈이 없거나, 갑자기 부모님이 아프시다든지 목돈이 필요한 절실한 상황이라면 한 번은?… 한 번 받아들이게 되면 잘못됐다는 생각을 더 이상 못 하는 거다. 브레이크를 걸 수 없었을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게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못 할 거 같고, 알아도 외면하고 싶었을 것 같다. 돈의 맛이 달콤해서.

▶ 일현도 구제 못 할 극한까지 가지는 않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일현이도 너무 나빠지기 전에 멀리 가기 전에 돌아온 것이지 않나. 지금 정도 멈춰준 것도 감사한 느낌? 제가 캐릭터를 만든 사람으로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더 멀리 가기 전에는 돌아와 줬으면, 본성이 남아있을 때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박누리 감독이 11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 전 이뤄진 촬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영화에서처럼 참고인인 일현이 멋대로 가 버려도 되나?

(일현이) 참고인으로서 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했다. 증거도 다 넘겨주지 않았나. 참고인이 피고인이 될 수도 있으니 참고인 조사를 받는 것도 잘 생각해 보고 해야 한다는 문구를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일현이 한지철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다 해서 할 만큼 했기 때문에… 일현이가 '다 정리되면 알아서 돌아올 테니까' 이런 말을 하지 않나. 또 올진 모르지만, 그런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었다.

▶ 번호표가 마지막에 일현에게 '살아있을 때 다시 만난다'는 대사를 하는데 혹시 속편을 예고하는 건가.

속편이라기보다 번호표의 캐릭터가 드러난 부분이다. 그러니까 번호표가 봤을 때는 어리바리하고 자기로 인해 돈 버는 일현에게 한 방 먹은 것 아닌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큰 거니까. 그런 모습을 번호표가 봤을 때 '많이 컸네?'라는 느낌이 들었을 것 같더라. 자기가 다시 풀려날 걸 생각하면, '칼을 안 들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 젊은 친구도 칼을 숨기고 있었네?' 약간 그런 느낌을 받았을 것 같더라. 승부욕을 자극하는 친구니까 다음에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번호표는 일현이 나를 뒤집어서 내가 망했네 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우린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잖아?' 하고 협박 아닌 협박으로 일현을 자극하는 인물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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