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효부 칭찬받던 이들 '간병살인'까지 이르게 된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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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살인 "日, 1년에 40건.. 韓 국가 통계 없어"
재판 판결문 조사 결과 2016년 이후 154건
간병인 우울증호소 일반인 10배, ‘휴식’ 제공해야
‘노노간병’ ‘홀로간병’ 후유증.. 나라가 돌아봐야
간병인 쉴 수 있는 권리,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3월 21일 (목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유영규 (서울신문 탐사기획부장)

◇ 정관용> 한국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위협하는 문제들 하나씩 선정해서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대안을 고민해 보는 코너, 우리를 공격하는 것들. 오늘 15번째 시간인데요. 오늘의 주제는 참 입에 올리기 뭐한 얘기입니다. 지난 2월 치매 아버지를 간병하던 40대 아들이 아버지를 목졸라 숨지게 한 뒤 자신도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죠. 이처럼 간병생활에 지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실제 간병에는 간병살인, 간병전쟁, 간병파산 이런 말들이 붙을 정도라고 합니다. 최근에 연재기사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이라고 하는 기사를 썼던 서울신문의 탐사기획부장 유영규 기자와 함께 참 민감한 주제, 간병살인에 대해서 고민을 나눠보겠습니다. 유영규 기자 어서 오십시오.

◆ 유영규>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원래 있는 용어입니까, 간병살인?

◆ 유영규>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데 일본에서는 개호살인이라고 해서요. 그러니까 혼자 스스로 생활할 수 없는 노인이나 환자를 돌보는 일을 개호라고 하는데요. 그 숫자를 통계를 내고 있습니다. 이게 연간 한 40명에서 그 정도가 죽고 있어요.

◇ 정관용> 살인으로?

◆ 유영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일본에서는 그런 간병살인이라는 별도 항목으로 정부가 나서서 통계를 낼 정도다.

◆ 유영규> 그렇죠. 그런데 우리는 이런 것들이 이제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 정관용> 없죠. 이 취재를 어떻게 시작하시게 됐습니까?

 


◆ 유영규> 탐사기획부가 생긴 다음에 좀 긴 호흡으로 오랫동안 취재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자라고 했는데. 그러다가 기자 초년병 때 취재를 실패했던 기억들이 났고 그걸 좀 따라가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편집부장이신데 경찰 캡 하셨던 분이.

◇ 정관용> 경찰팀 팀장.

◆ 유영규> 그렇죠. 경찰팀 팀장. 저 경찰팀 기자들은 캡이라는 용어가. 딸을 살해한 아버지를 인터뷰 해 오라고 주문하셨는데.

◇ 정관용> 그 딸은 병을 앓고 있었고.

◆ 유영규> 경추탈골증후군이라고 해서 누워서 생활할 수밖에 없고 겨우 숨만 쉬는데요. 이 집이 너무 너무 가난했어요. 딸이 퇴원을 해서 의사들이 돈을 모아서 산소호흡기를 사줬는데 그런데 산소호흡기를 켜놓으면 전기요금이 발생하잖아요. 그것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운 집이었거든요. 고민고민하다가 어느 날 밤 아버지가 산소호흡기 전원을 끄세요. 그래서 이제.

◇ 정관용> 처벌받았겠네요.

◆ 유영규> 처벌받았죠. 그래서 그분을 만나서 어떤 심경으로 그랬는지, 후회는 없는지 이런저런. 이런 취재를 하고 싶어서 후암동으로 찾아갔었는데. 결국 저한테 오히려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 정관용> 뭐라고요?

◆ 유영규> 딸 죽인 아빠가 무슨 얘기를 하겠냐..

◇ 정관용> 하겠느냐.

◆ 유영규> 돌아가시라 그래서.

◇ 정관용> 할 말 없다.

◆ 유영규> 할 말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들을 쭉 한번 담아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작을 하게 됐습니다.

◇ 정관용> 그게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이라고 하는 연재물이었습니다. 이게 국가엠네스티 언론상, 관훈언론상, 한국기자상까지 3관왕을 수상했는데, 그만큼 어려운 취재를 해서 우리 사회에 정말 꼭 필요한데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걸 말해 주신 건데 이 154인을 어떻게 찾아서 어떻게 접근하셨습니까?

◆ 유영규> 이게 통계가 없다 보니까 통계를 만들어야 되거든요. 그래서 판결문을 떠올렸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키워드를 넣어보고 판결문들을 모았고요. 그렇게 모으니까 판결문이 한 200건 정도가 나오더라고요. 그 안에서 또 이런저런 것들을 추스르고 그랬죠.

◇ 정관용> 그래서 판결문에 간병 중의 어려움으로 이런 것들이 용어들이 있는 것에서 유형물을 모으셨군요.

◆ 유영규> 그리고 그다음에는 거기에 주소가 나와서 주소지로 찾아가는 거죠. 전국 방방곡곡으로 찾아가서. 그런데 사실 입장 바꿔 생각을 해 보면 가족을 죽인 사람들이 그 자리에 이제 안 살게 되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이사 가고.

◆ 유영규> 그러면 그 사람을 다시 찾아야 하는 작업인데.

◇ 정관용> 찾기는 다 찾았어요?

◆ 유영규> 찾기는 모든 사람들을 다 찾지는 못했고요. 한편으로는 나이 드신 분이라서 돌아가신 분들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까 저희가 결과적으로 당사자를 만난 건 한 10여 건 정도 되고요. 깊게 인터뷰를 한 건 6~7건 정도가 성사돼서 그 스토리들을 조금 담아봤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154인이라고 하는 제목을 붙이게 된 건 판결문에서 쭉 걸러낸 그 케이스가 154건?

◆ 유영규> 그렇죠. 154건이 되고요. 그리고 또.

 


◇ 정관용> 이게 언제부터 언제까지의 판결문을 보신 거예요?

◆ 유영규> 2006년부터 그 이후의 판결문들을 조사를.

◇ 정관용> 한 12년~13년 그 사이에.

◆ 유영규> 그렇죠.

◇ 정관용> 그냥 단순히 이건 아주 말끔한 전수조사는 아니었습니다만. 그래도 12년~13년 사이의 154건을 한 신문사 기자분들이 찾아냈다는 건 우리도 연평균 10건 이상이라는 거 아닙니까?

◆ 유영규> 그렇죠, 저희가 해 보니까 전수조사라는 이야기를 달아서 해 보니까 전체 간병살인 2006년 이후 간병살인 가해자는 154명이었고요. 전체 희생자 수 그러니까 자살한 경우들도 있잖아요.

◇ 정관용> 물론이죠.

◆ 유영규> 그러니까 213명이라는 숫자가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한 해 평균으로는 16. 4명이었고요. 그러니까 한 달에 1. 4명, 두 달에 3명 정도가 이렇게 안타까운 죽음을 맞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은 최소치입니다. 그러니까 자살을 하게 되면 숫자 자체가 안 나오게 되거든요. 저희가 이것 통계를 낼 때 이제 언론에 나온 자살사건들도 합치기는 했는데 그게 좀 전수라고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 정관용> 직접 만나서 이야기 들은 케이스들을 종합해 보면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런 극단적 상황까지 간다는 겁니까?

◆ 유영규> 저희가 이걸 미화시키고자 한 이야기들은 아니고 사실은 참다 참다 하다가 극단에 몰린 경우거든요. 아니, 사실은 회피하고 싶었으면 간병을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고 자기는 자기 살면 되거든요.

◇ 정관용> 가출을 해 버리거나.

◆ 유영규> 그렇죠. 그런데 이제 자기가 해 보겠다고 매달리고 매달리다가 결국은 지옥 같은 하루하루가 반복이 되고 그러다가 보면 또 한편으로는 간병에 매달리는 것들이 이제 경제적 부담들도 있게 되고요. 그래서 그러다가 이제 결국은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신 분들이에요. 그래서 사실 전국적으로 가서 주변 사람들한테 여쭤보면 다 희생적인 부모였다든지 효부라든지 효자라고 불렸던 사람들이거든요.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 있잖아요. 괜한 소리가 아니더라고요.

◇ 정관용> 그리고 그렇게 간병을 하다 보면 그분들 스스로 상당한 질환을 앓게 된다면서요.

◆ 유영규> 네, 아프시다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고요.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아서 부인이 쓰러지면 남편이, 남편이 쓰러지면 부인이 이러다 보니까.

◇ 정관용>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 유영규> 그렇죠. 노노간병이라고 하는데 대부분 그런 경우들이 또 많았습니다.

유영규 서울신문 탐사기획부장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공)

 


◇ 정관용> 그런 무슨 우울증 유병률이라든지 이런 등등의 조사 같은 것들도 좀 하셨어요?

◆ 유영규> 일반인들의 10배 정도의 우울증 수치가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저희는 취재하면서 이게 유의미한 숫자라고 생각됐는데 간병기간이 7년이 넘거나 하루에 간병하는 시간이 8시간이 넘어갈 경우에는 내가 어떤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다 하는 욕망들이 아주 매우.

◇ 정관용> 급격히 올라가요? 거기서 말하는 극단적 선택은 살인, 자살.

◆ 유영규> 살인, 자살 이런 것들이겠죠.

◇ 정관용> 게다가 그 간병살인이 명절날 이럴 때 또 더 많이 난다면서요?

◆ 유영규> 사실 간병을 하시는 분들은 섬에 사신다라고 해도.

◇ 정관용> 고립돼서.

◆ 유영규> 과언이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하루 종일 돌봐야 되니까. 그런데 그러다가 가족들이 와요. 좋은 날인데 가족들이 와서 하면 오히려 그 시기를 중심으로 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저희가 설이나 추석,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 이 언저리에 저희가 날짜적으로 쭉 시기를 보고 분석을 해 보니까 그런 결과가 나왔더라고요. 가족이 와서 웃음꽃이 피어야 될 날인데 오히려 정말 가장 잔인한 날이 되어버린 셈이죠.

◇ 정관용> 아까 처음에 소개했듯이 일본은 정부가 나서서 아예 이런 유형의 통계까지 내고 있다는 얘기는 우리보다 훨씬 일찍 고령사회에 진입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목도했을 것이고 대책까지 세운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일본의 대책은 어떤 것들이 좀 있었나요?

◆ 유영규> 쉴 수 있는 권리를 조금 주더라고요.

◇ 정관용> 뭔가 간병 도와줄 사람을 보조하는 거죠, 결국?

◆ 유영규> 그렇죠. 제가 보기에는 일본 기자가 치매 어머니를 이렇게 케어하면서 썼던 수기 형식의 책을 읽게 됐는데요. 아주 중요한 순간이 하나가 나와요. 그러니까 하루하루 간병을 하는데 처음에는 좋은 생각으로 간병을 하겠죠. 그런데 엄마가 욕을 한다든지 어쩐다든지 이러면 속으로 한 대 쳐버려, 이런 순간이 있었다는 것을 적어놓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현실화되는 순간이 있어요. 참다 참다가 한 대 치는데 그때 일본에서 이 사람이 어떻게 하냐면 가족들에게 내가 엄마를 때렸어라고 솔직하게 얘기를 하고 정부에 구조요청을 해요. 나랑 우리 엄마랑 조금 떨어지게 해 달라. 그런데 그게 그런 요청을 할 때가 없어지면 폭력이 일상화되는 거거든요. 처음에는 때리기가 어려웠지만 그게 이제 반복되고 반복되고 학습되면 한 대가 두 대 되고 더 참담해지는 거죠. 그렇게 저 좀 구해 주세요라고 레스큐 케어라고 하는데 그렇게 잠시라도 쉴 수 있는 그리고 이 사람들 도와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봐요.

◇ 정관용> 그러니까 하루 종일 혼자 간병을 담당해야 하는 사람에게 하루 12시간 정도는 공적 서비스를 줄 테니 밖의 활동도 하고 이렇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 유영규> 사람이잖아요. 쉬어야 되는데 그걸 참 못하는 거거든요.

◇ 정관용> 또 가족이라고 하는 관계와 전문적으로 그런 간병을 하는 전문가와는 관계가 다르지 않겠습니까?

◆ 유영규> 그렇죠. 아무래도 전문가들이 할 경우에는 좀 더 다른 또 가족이 하던 것들을 못하는 케어들을 할 수 있겠죠. 그게 치매든 장애든.

◇ 정관용> 우리나라도 장기요양보호사라는 제도가 있지 않습니까?

◆ 유영규> 네, 그렇습니다. 노인 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 노인들이 이제 치매나 노인성 질병으로 6개월 이상 스스로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목욕이라든지 간호, 서비스 같은 걸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인데요. 2008년 7월에 도입됐어요. 이제 당시에는 4% 정도가 이런 것들을 혜택을 받았는데 10년 사이에 2배 정도 증가해서.

◇ 정관용> 8%.

◆ 유영규> 네, 8%.

◇ 정관용> 그러면 이게 소득이나 이런 것에 의해서 공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격과 그렇지 않은 것도 구분이 갑니까?

◆ 유영규> 네, 어느 정도 구분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즉 아직 현재 저소득층이면서 이런 노인성 질환으로 간병 서비스를 받을 필요가 있는 사람들은 신청하면 대체로 받을 수 있나요?

◆ 유영규> 대체로 받을 수는 있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팀의 간병살인 통계 (사진=서울신문 탐사기획팀 제공)

 


◇ 정관용> 그래요?

◆ 유영규> 그러니까 이런저런 제도들은 조금조금씩 이렇게 갖춰져 있는데 이 제도가 모든 것들을 다 해 줄 수는 없거든요.

◇ 정관용> 더 늘려가야겠군요, 결국은.

◆ 유영규> 그렇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좀 더 늘려야 되겠죠.

◇ 정관용> 또 장기요양보호사 자격증 가진 분들은 무려 150만 명인데 정작 믿고 맡길 데가 없다 이런 반응이 나온다는 이유는 뭡니까?

◆ 유영규> 요양보호사의 질은 낮고 숫자는 좀 부족합니다.

◇ 정관용> 처우가 낮아서?

◆ 유영규> 그렇죠.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서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사실 하려고 하시는 분들이 없죠.

◇ 정관용> 가까이서 이런 취재를 쭉 끝내면서 정말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실질적 대안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마지막으로.

◆ 유영규> 아까 좀 말씀드린 대목 중에 중요한 게 쉼인 것 같아요. 사람이기 때문에 쉴 수 있는 권리들을 좀 보장해 줘야 되는데 안타깝게도 그렇게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쉴 수 있는 권리를 주고 그걸 제도적으로 마련을 해 주는 것.

◇ 정관용> 넓혀가는 것. 결국 공적 서비스의 확대네요.

◆ 유영규> 그렇죠.

◇ 정관용> 손쉽게 요청할 수 있고 손쉽게 내가 쉴 권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공적 서비스의 확충.

◆ 유영규> 그렇습니다.

◇ 정관용> 우리를 위협하는 문제들. 참 입에 담기 뭐합니다만 오늘 간병살인이라고 하는 이 문제 들여다봤고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사실. 그러니까 우리 사회 전체가 간병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도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다라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지금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장 유영규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유영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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