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규 전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조재범 코치 폭행 사건'이 일어난 한국체육대학교에서 피해자와의 합의 종용이나 교직원들의 금품수수 등 여러 비위가 있었던 것으로 교육부 특별감사 결과 밝혀졌다.
'아이스하키 사전스카웃과 금품수수 의혹'이 일어난 연세대에서는 비위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교육부는 21일 오전 세종청사에서 교육신뢰회복추진단 제5차 회의를 열고 한국체육대학교에 대한 종합감사와 연세대학교 아이스하키 체육특기자 사전스카웃과 금품수수 의혹 관련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 한국체육대, 사설강습팀에 학교 시설 독점 대여… 조재범 폭행사건 발생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 폭행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조재범 전 코치가 23일 2심 결심 공판 마친 뒤 경기도 수원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감사 결과, 한체대 체육학과 빙상부 전명규 교수는 실내 빙상장 락커룸에서 사설강습팀 조재범 코치가 강습생을 폭행했다는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피해자의 학부모와 지인들과 접촉해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측이 피해 학생과의 격리조치를 통보했는데도, 전 교수는 제3자를 통해 피해학생들을 만나 졸업 후 거취문제를 거론하는 등 접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전 교수는 빙상부 학생이 훈련용도로 협찬받은 4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자전거 2대를 넘겨받고, 스케이트 구두 24켤레를 가품으로 납품받는 방법으로 특정 업체가 대학으로부터 정품 가액 합계 5100만원을 지급받게 한 의혹으로도 감사에서 적발됐다.
한체대 측이 학교 내의 실내 빙상장과 수영장을 사용신청서만 받고 영리 목적의 사설강습팀에 대관해 줘, 소수의 단체들이 장기간 이를 독점적으로 사용해 왔던 것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 결과 한체대는 2011년 이전부터 실내 빙상장 내 2개의 락커룸과 샤워실·화장실을 전용 공간으로 내줬는데, 조재범 코치가 강습생들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건도 이 곳에서 일어났다.
한국체육대의 여러 교수들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받는 등 비위가 있었던 것도 감사에서 드러났다.
예로 볼링부의 B교수는 국내외 대회와 훈련에 여러 번 참가하면서, 대학의 지원금과 별도로 학생들로부터 소요경비로 쓴다며 모두 5억 8920만원을 현금으로 걷은 뒤 이를 증빙자료를 내지 않고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B교수는 이번 감사가 시작되자 학생들에게 실제 낸 돈보다 돈을 적게 냈고, 그 돈도 주장을 맡은 학생이 관리한 것처럼 거짓으로 진술하도록 지시했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교육부는 전명규 교수와 다른 교직원 등 모두 9명을 업무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감사에서 모두 확인하지 못한 제보에 대해선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폭행 사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등 비위가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전 교수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빙상장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금품을 받은 의혹을 받는 교직원 등 모두 34명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중징계나 경징계를 하도록 대학에 요구했다.
◇ 연세대 아이스하키 체육특기자 선발, 절차 위반에 평가 부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열린 제5차 교육신뢰회복 추진단 회의에서 한국체대 종합감사·연세대 아이스하키 체육특기자 감사 결과 비위 행위를 확인했다. (사진=연합뉴스)
교육부는 "연세대가 아이스하키 체육특기자 선발 과정에서 입학전형 운영상의 절차를 위반했고,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도 부실한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내부 규정상 체육특기자 종목별 모집인원을 결정하고 평가위원을 추천할 때는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해야 하는데, 이를 거치지 않은 것이다.
이와 함께 평가 과정에서 평가위원 3명 모두 1단계 서류평가에서 기준에 없는 사항을 고려해 평가했고, 그 가운데 1명은 지원 학생 126명을 70여분만에 동영상 평가까지 포함해 평가하는 등 부실하게 평가한 정황도 드러났다.
3명의 위원 모두 서류평가에서 특정 지원자의 성적을 상향조정하거나, 평가 마지막 날 시스템에 접속해 1분 동안 6명의 점수를 수정하거나, 지원자 9명에 일괄적으로 만점을 부여한 것도 감사 결과 드러났다.
교육부는 다만 제보에서 언급된 전·현직 감독들과 체육위원장, 평가위원 3명 등 관계자들 모두가 금품수수 등에 대해서는 부인해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이들을 포함한 9명에 대해 경징계나 경고 등의 신분상 조치를 대학에 요구하고, 사전 스카웃과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의뢰를 할 계획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감사에서 밝혀진 비리 및 위반 사안에 대해 관련 기관이 조속하게 행정·재정상 조치를 이행하도록 교육부가 엄중하게 관리·감독하겠다"며 "체육계 부정과 성폭력 문제가 한두차례의 감사로 해결되지 않는 만큼,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조사 활동과 스포츠혁신위원회를 통한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교육부와 직접 연계된 사안에 대해선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