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재배' 확대가 농작물 산지폐기 위험성 낮추는 '현실적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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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 산지폐기의 악순환, 대수술이 필요하다>
⑨ 무분별한 산지폐기 해결책 '농협 계약재배' 비율 확대
계약재배 20년 넘었지만 대부분 채소류 계약재배 비율 10% 미만
'무늬만 계약재배'를 벗어나 계약재배율 높여야
경매에 의존하는 농협 계약재배 유통 판로, 도·소매인 직거래 방식으로 바뀌어야
유통상인들과 맺는 포전거래도 매뉴얼화 통해 계약재배 양성화 필요

 

전남 진도에서 대파 농사를 짓는 농민 김영화(62)씨는 지난 2018년부터 농협과 최소수익을 보장해주는 계약재배 계약을 맺었다. 해마다 산지폐기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 반복되자 최소한 수매라도 보장받을 수 있는 계약재배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통 상인과 포전거래 즉 밭떼기 계약을 맺을 경우 받을 수 있는 금액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낮지만 최악의 경우라고 할 수 있는 산지폐기는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전국적으로 산지폐기가 잇따르면서 김 씨의 경우처럼 뒤늦게 농협 계약재배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계약재배율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전남 진도의 경우 대파 농사를 짓는 면적은 400만 평에 이르지만 계약재배에 가입된 면적은 약 10만 평에 불과해 가입 비율은 2% 남짓에 불과하다. 다른 채소류도 상황은 유사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 등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전국적으로 농협의 계약재배 비중은 배추 7.9%, 무 20.4%, 고추 4.7%, 마늘 14.7%, 양파 13.9%, 대파 9%, 당근 21.4%, 감자 12.7%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는 광주CBS의 연속 기획보도에 대해 지난 13일 설명자료를 내고 지난 2017년 배추·무·마늘·양파의 전국 생산량 8%가 채소가격안정제(최소수입을 보장해주는 계약재배)에 가입돼 있었지만 2018년에는 이 비율이 10%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1998년 도입된 계약재배 비율이 20년이 넘도록 10% 수준에 머무는 상황을 두고 정부의 계약재배 정책이 '언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반면 미국에서는 계약재배 규모가 지난 30년 간 3배 증가해 농업 생산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또 일본의 경우 외식부문에서는 농산물 원료 조달을 위한 계약재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독자적인 유통 판로를 통한 계약재배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농협 계약재배가 확대되지 못하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중 하나가 예산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파 등 비주류 채소 농사를 짓는 농가의 경우 희망하더라도 농협 계약재배를 신청하기 힘든 실정이다. 지난 2월 출범한 전남 겨울대파출하자협의회는 서울과 전남 등에서 잇따라 집회를 열고 농협 계약재배 비율을 5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영걸 전남 겨울대파 출하자협의회 회장은 "농협 계약재배를 통해 수익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재배가 인기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산지폐기가 반복되면서 이에 대한 농민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진도에서 대파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경우 농협 계약재배를 50%까지 확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8년 시작된 농협 계약재배는 시행 초기 무, 배추, 마늘, 양파, 고추, 대파 등을 대상으로 하다가 점차 그 대상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참여율은 낮다. 농협이 농민을 대신해 경매를 통해 채소를 판매하고 수익금을 되돌려주는 계약재배는 시세에 따라 농민이 받을 수 있는 수익이 달라지는 단점이 있다. 이처럼 안정된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농민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농협 계약재배를 굳이 선택하지 않는 이유가 된다.

이 때문에 정부와 농협이 경매가 아닌 자체적인 유통 판로를 마련한 뒤 계약재배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리 계약된 농작물 도·소매인들과 거래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변경돼야 농민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용선 한국 농촌경제연구원 식품유통연구센터 선임 연구위원은 "농협 계약재배 확대는 산지폐기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안전적인 유통 판로가 확보된 상황에서 농협 계약재배가 이뤄진다면 농민은 더 안정적인 상태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통 상인에 의한 포전거래가 채소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유통 상인과의 계약을 매뉴얼화해 양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용선 선임 연구위원은 "계약금을 주지 않거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등의 일부 그릇된 관행이 개선된다면 유통 상인들과 맺는 포전거래도 안정적인 계약재배의 유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선임 연구위원은 "다만 주먹구구식으로 계약이 이뤄지는 포전거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농민이 계약재배를 일방적으로 파기할 경우 등에 대비한 계약재배 재가입 차단 등 농민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글 싣는 순서
※농협이 중심이 돼 진행 중인 '채소 출하안정제' 즉 계약재배는 농민들에게 판로를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채소 재배농가의 경영 위험성을 완화시켜준다. 하지만 채소 수급과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배추와 무 등 주요 채소의 농협 계약재배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무늬만 계약재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농작물 산지폐기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하기 위해서는 주요 채소류의 계약재배 비율이 최소한 20%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CBS의 기획보도 <농작물 산지폐기의="" 악순환,="" 대수술이="" 필요하다=""> 아홉 번째 순서로 반복되는 농작물 산지폐기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채소류 계약재배 확대 필요성에 대해 보도한다. [편집자 주]

①풍년의 역설-'배추 주산지' 해남 산지폐기 현장을 가다
②땜질식 처방 '산지폐기' 전국 각지에서 일상화
③배추 농사 20년 지은 해남 농민의 한숨
④해마다 반복되는 농작물 가격 폭등과 폭락
⑤농민-농협-지자체·정부 '침묵의 카르텔'이 산지폐기 초래
⑥배추밭 70% 장악한 '밭떼기' 상인
⑦산지폐기 초래하는 낮은 계약재배 비율과 높은 계약 파기율
⑧작물별 생산자 단체 조직화 수준 향상 절실
⑨ 무분별한 산지폐기 해결책 '농협 계약재배' 비율 확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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