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진 "사람보다, 사람 보는 시선이 더 빨리 변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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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돈' 한지철 역 조우진 ②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돈' 한지철 역을 맡은 배우 조우진을 만났다. (사진=쇼박스 제공)

 

조우진은 1999년 연극 '마지막 포옹'으로 데뷔했다. '룸넘버 13', '십이야', '오셀로', '연애가중계' 등의 무대에 올랐고 '산부인과', '무사 백동수', '닥터 진', '마의', '돈의 화신', '구암 허준', '구가의 서', '텐 2', '결혼의 여신', '감자별 2013QR3', '메디컬탑팀', '기황후' 등 다수 드라마에 출연했으나 비중과 분량이 큰 역할은 아니었다.

조우진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작품은 뭐니 뭐니 해도 영화 '내부자들'(2015)이다. 분량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극중 미래자동차를 협박하려 했던 안상구(이병헌 분)의 신체 어디 어디를 자르라고 건조하게 말하는 조상무 역을 실감 나게 연기했다.

700만 관객을 넘긴 '내부자들' 이후, 조우진은 tvN '도깨비'를 만나 더 많은 시청자에게 자신을 알렸다. 그 후로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충무로의 대표적인 다작 배우로 꼽히는 그는 '또우진'이란 별명도 얻었다.

인지도를 얻으면서 생활도 어느 정도는 달라졌다. 굶지 않고, 가족의 평화를 꾸릴 수 있게 됐다. 본의 아니게 변했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개의치 않으려고 한다. 어떤 사람이 변하는 것보다, 그 사람에 대한 시선 변화가 더 빠르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돈'(감독 박누리) 개봉을 9일 앞둔 배우 조우진을 만났다. 본인 역할과 영화에 관한 흥미롭고 알찬 해석뿐 아니라, '또우진' 이미지에 관한 솔직한 생각, 앞으로의 꿈까지 두루 들을 수 있었다.

◇ '돈'보다는 '사람'을 좇아야

'돈'은 부자가 되고 싶은 꿈을 품고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이 신화적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 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조우진은 이들의 수상한 거래를 눈치챈 금융감독원의 사냥개 한지철 역을 맡았다.

제목부터 내용까지 '돈'을 중심에 둔 영화인 만큼 돈에 관한 시각이나 신념이 바뀌었는지 궁금했다. 그러자 조우진은 "돈을 명확하게 바라보지도 못하고, 돈은 딱 이렇다고 정의내릴 만큼 잘 알지 못한다. 그렇게 벌지도 않았고, 잘 쓰지도 않았고.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내부자들' 이전에 저는 진짜 사람 도리를 1도 못할 만큼 (돈이) 없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벌고 모으는 단계다. 전보다는 조금 윤택해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진 잘 모르겠다. 원래도 몰랐지만. 다만 여러 인터뷰에서 말했듯 사람이 돈보다 위에 있어야 한다고 본다. 돈과 사람을 놓고 봤을 땐, 어렵겠지만 사람을 좇고 더 챙겨야 하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배우 조우진을 널리 알리게 했던 영화 '내부자들'. 그는 피도 눈물도 없는 '해결사' 조상무 역을 맡았다. (사진=쇼박스 제공)

 

지난해 10월 결혼 후 돈에 대해 좀 더 진지한 태도를 갖게 됐다고. 그의 표현에 따르면 "이제 막 가족의 평화를 꾸리려고 꿈꾸는 단계"다. 가족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고. 잘 버는 것만큼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는 조우진의 요즘 화두는 '나눔'이다.

조우진은 "앞으로는 좀 나누고 싶다. 누굴 챙기고 밥 사주고 이런 걸 뛰어넘어서, 봉사나 사회 환원 이런 걸 몸소 실천하고 싶다. 자기 일 열심히 하면서 그런 활동도 하는 선배님들 보면서 느낀 게 많다. 아, 얼마나 행복할까! 다른 행복감이 찾아올 것 같다"고 말했다.

"나누면 저만 행복한 게 아니잖아요. 최대한 많은 사람이 행복하죠. 성인군자 같은 그런 개념까지는 아니고… 이런 얘기도 사실 조심스러워요. 편하게 얘기하다가도, 어떨 땐 불안해요. 똑같은 현상도 사람들의 시선이 다 다르잖아요. 그게 좀 어떨 땐 겁도 나고요. 어떤 분께서는 (이런 인터뷰를 보고) '좀 벌었다 이거지? 나한테는 돈 만 원도 못 썼던 놈이…' 할 수도 있으니, 말하기가 자꾸 어려워져요."

실제로 '잘 나가는 배우'가 된 이후, 조우진 역시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사람이 변하는 속도보다, 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의 속도 변화가 더 빠르더라. 그 시선이 빨리 바뀌더라.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제가 기분 나쁜 것도 어쩔 수 없지만. 그걸 또 '나 바뀌지 않았어'라고 얘기하기도 뭣하다. 마흔 넘으니 그런 얘기를 들어줄 사람도 없고"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큰 오해를 산 적은 별로 없다. (오해가) 생겨나긴 하겠지만 (해명하기보단) 그 시간에 대본을 좀 더 열심히 보려고 노력하겠다. 그게 더 나은 것 같다. 마음의 평화도 더 찾는 것 같고"라고 말했다.

◇ '내부자들' 이후 20편 출연… "숨이 좀 차긴 하더라"

'내부자들'로 얼굴과 이름을 알린 조우진은 이후 드라마 5편, 영화 15편(개봉 예정 '전투'까지 포함)에 출연하며 말 그대로 소처럼 일했다. 쉴 새 없이 달려온 여정이 벅차지 않으냐는 질문에 조우진은 "제가 20편이나 했나?"라고 반문하면서도 "정신적으로 힘든 순간을 맞닥뜨리진 않았다"고 답했다.

"사람이 열심히 달릴 때는 잘 몰라요. 멈춰봐야 알잖아요, 이게 힘든 건지 아닌 건지. 두어 달 (촬영 현장에) 안 나가보니까 '내가 달리긴 달렸구나' 싶었어요. 숨이 좀 차긴 하더라고요. 숨 안 차면 사이보그겠죠. (일동 웃음) 여기저기서 안부 물을 때도 '너 몇 개 하니?'라고 하더라고요. '뭐 하니?'가 아니라요. 사실 현장 안 나간 지 일주일, 열흘 정도 됐을 땐 적응이 안 됐어요. 제가 활자 중독이라 책이고 뭐고 다 끄집어내서 읽었어요. 잠 안 올 때는 술도 마셔보고요. 연기가 아닌 다른 것을 좀 더 지독하게 했던 것 같아요. 운동도 파고들었고요. 다만 (제가 현장에서) 너무 떨어져 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요즘 책을 더 열심히 보는 것 같아요. 검토 중인 몇몇 작품도 있고요."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마약왕' 강상구, '부라더' 미봉, '남한산성' 정명수, '원라인' 원검사, '창궐' 박을룡 역을 맡은 배우 조우진 (사진=각 배급사 제공)

 

최근 4년 동안 스무 편의 작품과, 스무 명의 캐릭터를 만난 조우진. 마음에 남는 캐릭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다 각자의 의미가 있어서 다 남는다"고 답했다.

조우진은 "캐릭터 연구를 하면서 제일 먼저 생각하는 건 내가 이 역할에 감정 이입할 수 있나, 대사와 지문에 적힌 호흡을 담아낼 수 있냐 하는 거다. 그다음이 뭐냐 하면 이 사람한테 내가 배울 점이 있을까, 이거다. 그래야 제가 캐릭터에 애정을 갖고 달려들 수 있으니까"라고 밝혔다. 이른바 '악역'에서도 그는 배울 점을 발견했다.

"('마약왕') 조성강에게서는 자유로움을 봤어요. 아 진짜, 정말 도덕이고 뭐고 다 필요 없이 모든 걸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했던 사람이 아닐까요. 객관적으로 봤을 땐 보편타당한 시선을 갖지 못해서 결국 끝판까지 갔겠지만요. 모든 걸 다 경험해보고 자기 원하는 대로 인생 사는 사람. 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 사람. 우민호 감독님께서 마지막 씬에서는 이렇게 끝났으면 좋겠다고 하시며 '없을 무'를 얘기하셨어요. 그러니 남은 힘도 없는데 최고의 뽕(마약)으로 장렬히 전사하는 게 아닐까요. 다 (배울 점이) 있어요. ('국가부도의 날') 차관 같은 경우는 본인이 가진 신념에 얼마만큼 확신이 있을까 싶잖아요. 하나의 흐트러짐도 없는 신념과 거기에 확신을 품는 모습. 악역에서도 굉장히 배울 점이 많아요. 그게 그 캐릭터가 품은 정당성이자 명분인 것 같아요."

캐릭터를 보고 배우려는 태도가 실생활에도 영향을 미칠까. 조우진은 "연기할 때 도움이 많이 된다"며 "그런 작업을 통한 응원? 나도 이 사람들처럼 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직업 의식에 긍정적 에너지를 고취시켜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또우진'이란 별명을 받아들이는 태도

조우진도 소처럼 일한다는 의미의 '소우진', 또 나온다는 의미의 '또우진'이라는 별명을 알고 있었다. 그는 "소우진만큼 또우진이 많더라. 거기에 무념무상을 품고 있다고 하면 저는 배우를 하지 말고 절에 가서 군자의 길을 걸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신경이 안 쓰이진 않는다. 제가 생각해도 놀랄 정도로 짧은 시간에 많은 캐릭터를 맡았으니까"라며 "또우진이 이번엔 이런 매력이 있네, 하고 느끼실 정도로 걱정과 우려, 기대감에 반응하는 게 제 몫이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배우 조우진 (사진=쇼박스 제공)

 

하지만 조우진은 작품에 자주 출연하는데도 '질린다'는 반응보다는 '재미있다', '신선하다'는 반응을 더 듣는 편이다. 선역부터 악역까지, 직업도 특징도 다른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한 덕이다.

"(그런 반응에)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해요. 다음 캐릭터 생각도 많아지고요. 제가 생각보다 예전과 바뀌지 않은 점이 있다면, 이 작품과 인물을 봤을 때 생각의 뿌리 자체를 전작의 다른 인물과 다르게 접근하려고 안 한다는 거예요. 연출하는 분들, 제 옷을 입혀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요. 저는 그 작품에 맞는 캐릭터 연기를 하는 게,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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