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우리은행 박혜진 (사진 제공=WKBL)
"6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을 했는데 플레이오프가 처음이라고 긴장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위성우 감독이 14일 오후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준비하면서 선수들에게 건넨 말이다.
지난 6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아산 우리은행은 7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 도전에 실패해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따지 못했다. 그동안 챔피언결정전 무대만 밟아본 선수들에게 플레이오프는 낯설 수 있었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은 달랐다. 정규리그의 연장선상에서 펼쳐지는 경기라는 마음가짐으로 담담하게 플레이오프를 준비했다.
그리고 '디펜딩 챔피언'은 확실히 달랐다. 승부처에서 특유의 '봄농구 DNA'가 되살아났다.
우리은행은 2쿼터까지 삼성생명에 40대48로 밀렸다. 삼성생명의 전반전 야투 성공률은 51%였다. 김한별과 하킨스의 득점이 폭발했다. 박하나가 1쿼터 중반 세 번째 반칙을 범하는 변수가 있었지만 우리은행은 느슨한 수비 때문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우리은행은 3쿼터 10분동안 삼성생명을 24대17로 압도하면서 흐름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박혜진의 활약이 단연 눈부셨다. 박혜진은 3쿼터에만 11점을 몰아넣어 팀 공격을 이끌었다. 수비에서도 대인 마크를 철저히 하면서 동시에 적절한 도움수비를 펼쳐 빈 공간을 최소화시키는 높은 공헌도를 보였다.
우리은행은 3쿼터 들어 코트 전방위에서 보다 강력한 몸싸움을 펼쳤다. 스위치 수비 과정에서도 집중력이 흔들리지 않았다. 3쿼터 삼성생명의 야투 성공률은 41%에 불과했다.
우리은행은 4쿼터 종료 6분38초를 남기고 터진 박혜진의 3점슛으로 73대71 역전에 성공했고 이후 삼성생명의 끈질긴 추격을 이겨내면서 한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은행은 삼성생명을 90대81로 누르고 3전2선승제 시리즈의 첫 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박혜진은 21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에만 19점을 몰아넣었다. 큰 경기에서, 그리고 승부처에서 기량이 더 빛나는 박혜진의 존재감은 챔피언결정전에서나 플레이오프에서나 아무 차이가 없었다.
박혜진은 슛을 던지는 오른손가락 부상으로 인해 정규리그 막판 팀을 떠나 일본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왔다.
"일본에 가기 전까지는 슛을 던질 때 림을 맞히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아팠는데 지금은 괜찮다"는 박혜진은 "전반에는 무리를 하지 않는 선에서 실전 감각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감독님에게 놀려나왔냐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기여도가 없었는데 후반에는 어떻게든 내 밸런스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2차전 걱정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위성우 감독이 신장이 작다는 이유로 걱정하는 외국인선수 빌링스는 21점 14리바운드로 분전했다. 15점 8리바운드를 올린 김정은은 승부처에서 득점력이 빛났고 경기 내내 내외곽에서 노련한 수비로 팀을 도왔다.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임영희는 17점 7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삼성생명에서는 김한별이 포스트시즌 개인 최다 28점을 올렸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