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버닝썬에서 '한국형 마피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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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수 칼럼]

서울 강남구 클럽 버닝썬의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3개월 전 클럽 내 폭행사건을 놓고 경찰의 '클럽 봐주기' 수사 논란에서 시작됐지만 클럽에서 물뽕(데이트 강간 약물) 주입과 성폭행이 이뤄졌다는 증언 등이 나오고 이 클럽 사내이사로 있는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승리의 성접대 연루의혹이 줄줄이 엮여 나오는 고구마 줄기처럼 연달아 불거졌다.

이번에는 가수 겸 방송인인 정준영이 승리와의 단톡방에 성관계 불법 촬영 동영상을 올린 사실과 단체 카톡방의 대화내용까지 폭로되면서 버닝썬을 넘어선 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다.

단톡방의 대화내용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여성을 성 상품처럼 취급하면서 멀쩡한 여성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성관계하거나 성폭행한 것을 거리낌 없이 말하고 관련 영상을 자랑스럽게 올렸다.

단톡방 멤버들은 서로 희희덕거리면서 환호하기도 했다.

이들은 스스로 범죄가 될 수 있다고 여긴 행동을 반복하면서 즐긴 것으로 보인다.

'강간했네', '살인만 안했지 구속될 일 많아' 등의 대화도 서슴없이 주고받았다.

특히 정준영과 관련된 사실은 충격적이다.

기절한 여성과 성관계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직접 올리고 온라인 게임에서 만나 여성을 성폭행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렇게 정준영에게 피해를 본 여성은 현재까지만 해도 10여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많은 팬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유명 연예인이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팬들은 심한 배신감을, 많은 여성들은 극도의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

정준영은 12일 밤 "모든 죄를 인정한다"며 "연예활동 중단은 물론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생 반성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정준영의 사과는 과거에도 있었다.

정준영은 3년 전에도 '전 여자친구 불법 촬영' 사건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었고 경찰의 수사까지 받았다.

정준영은 당시 무혐의 처리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일로 물의를 일으키게 돼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사과 후 달라진 모습이 없으면 그 사과는 거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과가 진정성있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이다.

3년 전 정준영에 대한 검경의 수사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당시 검경은 불법 촬영과 관련해 핵심적인 증거물인 휴대전화를 제대로 확보하지도 못한 채 정준영을 무혐의 처리했다.

그 때 정준영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정준영 일당의 추가적인 범죄행위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준영과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승리는 14일 경찰에 동시 출석해 조사를 받게 된다.

이번에는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연예계의 감춰진 불법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다만 정준영과 승리의 불법행위를 포함해 이번 게이트에 대한 수사를 계속 경찰에게 맡기는 것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정준영의 단톡방 대화내용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고 세상에 알린 방정현 변호사에 따르면 단톡방에서 경찰 총경급 윗선의 고위직과 유착돼 있는 내용을 많이 발견했다고 한다.(1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내가 그분하고 이렇게 해가지고 (사건을) 무마했어", "경찰 누가 생일 축하한다고 전화왔어"와 같은 내용이다.

이렇게 경찰 고위직과 유착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연예인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계속 맡기는 것은 엄정한 수사를 포기하는 일이다.

방 변호사도 바로 이런 이유로 자신에게 건네진 제보자의 자료를 경찰에 넘기지 않고 권익위에 넘겼다고 한다.

방 변호사는 더 나아가 이번 게이트에서 '한국형 마피아'를 보았다고 밝혔다.

"K팝의 인기를 통해 연예인들이 부와 지위를 얻게 되고 그 기반에서 경제인과의 협력, 공권력과의 유착까지 이뤄지면서 한국형 스타일의 마피아가 결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버닝썬 사태가 한국형 마피아까지 언급되는 게이트로 확대되고 있다.

이 게이트에 대한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연예계가 정화되고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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