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文대통령, 노동 존중 국가 만들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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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동3권은 세계 최고 수준, 사실일까?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인근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ILO결사의 자유 반영한 제도 개선 촉구 민주노총 긴급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이 지난 7일 2차 본위원회에 이어 지난 11일 3차 본위원회에도 '보이콧'을 선언하며 불참했다.

3명의 위원은 탄력근로제의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경영계가 반대하는 이슈도 있다.

현재 경사노위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에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10차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경영계 위원은 "한국의 노동 3권 부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경총) 등 경영계는 협약 비준을 위해선 먼저 "노사관계 불안정의 원인이 되거나 노사관계 균형성을 저해하는 핵심사항" 등 현재의 노동 관련 제도 개선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보수언론도 노조에 유리한 한국의 법과 관행이 오히려 노동 시장을 경직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낮춘다고 가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약속한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놓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정말 한국의 노동3권은 세계 최고 수준일까?

◆ 한국의 노동3권 현실, 국가경쟁력에서도 보인다

2015년 1월 14일 당시 굴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한국은 1991년 12월 ILO 정식 회원국이 됐다.

하지만 핵심협약 8개 중 4개를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미비준 상태인 핵심협약 4개는 '강제노동금지'(제29호, 105호)와 '결사의 자유'(제87호, 제98호)에 관한 내용이다.

경총은 지난 7일 CBS노컷뉴스에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기본입장'을 밝히며 "노사관계 분야에서 매년 최하위를 면치 못하는데도 단결권의 강화에만 집착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조합에 대한 지속적인 권한강화로 인해 이미 힘의 균형이 노동조합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ILO 협약 비준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경영계는 근거로 세계경제포럼(WEF) 자료를 들고 있다.

지난해 10월 WEF가 발표한 '세계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사협력은 전체 140개국 중 124위였다.

WEF의 국가경쟁력 기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의 노동시장 경쟁력을 낮추는 원인 하나를 더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노동자 인권이다.

한국의 노동자 인권은 지난해 108위였다.

WEF는 각 국가의 단체교섭권, 쟁의권, 결사권 등 노동3권을 기준으로 각 국가의 노동자 인권을 따져보고 있다.

15위인 한국보다 전체 국가경쟁력이 높은 국가와 지역 중에서 노동자 인권 점수가 낮은 곳은 홍콩밖에 없다. 홍콩은 최하점인 0점을 받아 116위에 머물렀다.

따라서 현재 한국의 노동3권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 ILO 기준 역행하는 경영계의 노조법 개정 요구

경총과 대한상공회의소는 ILO 핵심협약 비준에 앞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경총은 "우리나라의 불합리한 단체교섭·단체행동권 분야에 대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다음과 같이 법·제도 개선 논의가 동시에 필요하다"며 개정해야 할 제도로 ①파업 시 대체근로 ②사업장 내에서의 쟁의행위(직장점거) ③부당노동행위제도를 꼽았다.

하지만 현행법에 이들 규정이 존재한다고 해서 단순히 한국의 노동3권 수준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

특히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 금지나 파업 시 직장점거는 ILO에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경총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ILO 판정례 (사진=ILO 보고서 캡처)

ILO 산하 결사의 자유위원회 판정례집(2018)에 따르면 ILO는 "법적으로 파업이 금지된 필수 서비스업의 파업 또는 파업이 중대한 국가 긴급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에만 대체근로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파업 불참자의 근로권과 시설에 출입할 경영진의 권리를 존중하는 범위에선 직장점거 등 파업 방식을 제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대법원 판례를 통해 조업이나 사업주의 시설관리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부분적‧병존적 직장점거만을 허용하고 있는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 부당노동행위 처벌, 노동자에겐 독이 든 사과

경영계는 노조의 힘이 강한 이유로 사측에 형사처벌이 가능한 부당노동행위제도를 꼽는다.


부당노동행위는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취급을 하거나 노동조합 활동에 사용자가 지배, 개입하는 등 노동3권을 침해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말한다.

현행법상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를 한 경우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경총은 CBS노컷뉴스에 전한 입장서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에 없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까지 있어 노조가 이를 빌미로 고소·고발을 남용하면서 위기를 타개하는 방편으로 삼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도 부당노동행위 처벌과 관련해 어느 정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엔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유는 경총의 입장과 다르다.

전문가들은 형사처벌 규정이 실질적으로 부정행위 재발을 막지 못하고 오히려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받는 요건을 까다롭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선 노동자 측에서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를 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 입증해야 한다.

김홍영 성균관대 교수는 2016년 발표한 '부당노동행위 인정요건과 판단' 논문에서 "고용노동부에서 부당노동행위로 판단 받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형사처벌 제도가 부당노동행위를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노동백서 2018'에 따르면, 2017년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부당노동행위 신고사건 493건 중 68건으로 14%만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 비율은 평균 18% 남짓이다.

부당노동행위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노동자 권익을 높이기 위해선 노동위원회의 구제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05년 연구보고서 '부당노동행위제도 연구'에서 "(형사처벌 규정은)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격한 구성 요건 해당성이 요구된다는 단점이 있다"며 "구제제도를 통해 적절히 구제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한바 있다.

◆ 정당한 파업 인정받기는 '하늘에 별 따기'

2011년 5월 24일 노사갈등으로 직장폐쇄 일주일째를 맞은 충남 아산 유성기업 공장에 투입된 경찰들이 점거 농성을 벌이던 노조원들을 연행하고 있다. (사진=한재호 기자)

오히려 한국의 법은 합법적인 파업의 범위를 제한적으로 설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7년 10월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파업권 행사를 효과적으로 저해하는 합법 파업 요건"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전문가들 또한 법원이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을 위한 쟁위행위만을 인정해왔다고 지적한다.


김소영 충남대 교수는 2016년 발표한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과 권리분쟁' 논문에서 "그동안 대법원은 일관되게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에 대하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입장이었다"며 "특히 해고자 복직 등 권리분쟁을 목적으로 하는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부인해왔다"고 평가했다.

정당한 파업이 인정되는 범위가 좁다보니 직장점거를 벌이는 파업 노동자에게 기업이 손해배상이나 가압류 소송을 걸기도 한다.

2012년 창조컨설팅으로부터 노조 파괴 컨설팅을 받아 논란이 된 유성기업은 파업을 벌인 노조원 87명에 대해 4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바 있다.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는 이와 같은 손해배상 청구 등을 "노동자의 쟁의행위 참가 노동자를 상대로 한 보복조치"로 표현하며 한국 정부에 독립적인 조사 시행을 권고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오는 4월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가 권고한 내용의 이행사항을 보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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