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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트라우마 심각한 故 김용균 동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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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0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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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트라우마' 국회 토론회…일부는 정신과 진료·산재신청도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지난해 충남 태안화력에서 설비점검 도중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동료들 가운데 상당수가 김씨 사고에 따른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주최한 '사고를 경험한 노동자 트라우마는 어떻게 극복되는가' 토론회에서 양선희 대구근로자건강센터 부센터장은 김씨의 직장동료들을 대상으로 한 트라우마 상담 결과를 발표했다.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근무 중인 한국발전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 등 155명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정도를 평가하는 사건충격척도 검사를 한 결과, 직원 89명이 '부분외상'이나 '완전외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평가돼 개별 심리 상담을 받았다.

추가 상담 결과 직원 4명이 심한 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게 됐다. 트라우마 증상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직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은 심리 상담에서 자신도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동료는 죽고 자신만 살아있다는 죄의식, 우울증 등의 심리적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불면증을 비롯한 수면장애, 섭식장애, 주의집중 장애 등 트라우마로 인한 신체적 반응도 호소했다.

트라우마 증상을 지속시키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는 사진이나 영상 등 사고 관련 자료의 접촉, 고인을 연상시키는 장소와 관련 업무, 직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고려하지 않는 회사의 태도, 주위의 시선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에 참여한 직원들은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과 심리적 안정을 위한 충분한 휴식 보장, 지속적인 상담치료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심리 상담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직접 목격자가 아닌 동료들도 급성 스트레스 증상을 보였다"며 "사건 현장과 사건을 연상시키는 사람과 장소 등과 떨어져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양 부센터장은 "산업재해 트라우마는 근무 과정에서 사고현장에 끊임없이 재노출되고, 회사의 낙인을 우려해 치료를 피하는 등의 특성이 있다"며 "태안화력 발전 사고와 같은 산업재해 트라우마에 대해 보건 당국의 세심한 관심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직업적 트라우마를 관리하도록 운영되는 곳은 전국에 대구 한 곳밖에 없다"며 "지역마다 직업적 트라우마 센터를 설립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트라우마에 노출된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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