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농도가 200㎍/㎥를 오르내린 지난 5일 서울 시내 번화가의 한 키즈카페. 바깥 공기가 먼 시야를 뿌옇게 가릴 정도로 나쁜데도 카페 내부는 한적했다.
한 아기는 카페 안에서 마스크를 쓴 채 블록 놀이를 하고 있었고, 부모는 곁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직원에게 미세먼지 대비가 돼 있느냐고 물었더니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공기청정기 5대를 설치해 상시 가동 중"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연일 이어지면서 외식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실내 공기 질을 우려하는 고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미세먼지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곳 중의 하나가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5일 현재 전국 212개 매장에 1천200대가 넘는 공기청정 시스템을 설치해 가동 중이다. 전국 매장 수가 1천270여개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설치율이 17%가량인 셈이다.
스타벅스는 특히 올해 안에 전국 모든 매장에 공기청정 시스템을 들여 설치율 100%를 달성하겠다는 파격적인 계획도 내놨다.
스타벅스는 "매장을 방문하는 하루 평균 60만명 이상의 고객에게 쾌적한 실내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연내 나머지 1천여개 매장에 5천∼6천 대의 공기청정 시스템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공기청정 시스템을 갖춘 스타벅스 매장에는 설치 이전보다 고객 유입이 약 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미세먼지 시대'에 공기 질은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라는 점을 부각했다.
또 다른 커피 전문점 투썸플레이스는 올해 1월 새로 문을 연 서울 서초구 교보타워사거리 점에 공기청정 시스템을 갖췄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이곳에서 시험적으로 공기 질 정화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관련 설비를 갖췄을 때 공기가 얼마나 좋아지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극심한 미세먼지 속에서 실내 공기 정화에 나서는 외식업체는 극히 일부분이다. 음식점과 카페 대다수는 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한 대기업 계열 외식업체 관계자는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내부에서도 회의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안을 찾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스타벅스는 전 지점이 가맹이 아닌 본사 직영 매장이다.
이에 따라 본사 차원에서 의지를 갖고 투자만 한다면 얼마든지 이른 시일 내에 설비 투자가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외식산업 대부분은 점주 한명 한명이 사업자인 가맹 계약에 토대를 두고 있어서 문제다. 가맹 계약에 있지도 않은 '실내 공기 질 유지'나 '공기청정기 설치'를 점주에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현실적으로 가맹 점주에게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스타벅스야 직영이라 가능하다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입점한 건물에 공기정화 시스템이 이미 갖춰진 경우가 아닌 바에야 별 방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직원을 보호하고자 미세먼지 마스크를 지급하는 업체도 일부 있다.
맥도날드는 점포 내에 마스크를 갖추고 외부 배달 인력 등 필요한 직원들이 쓸 수 있도록 했다. 스타벅스도 '드라이브 스루' 매장 계산원처럼 탁한 외부 공기와 접촉이 불가피한 일부 직원을 위해 최근 마스크를 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