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회담에도 충격파 제한적인 네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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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 '쿨'한 이별…트럼프 "친한 친구", 北도 비난 자제
양국관계 원점 회귀 없을 듯…한미군사훈련 축소 전망
대타결 근접했던 회담…추후 회담의 밑거름 될 듯
북미 정상 '과단성' 과시하며 국내 입지 오히려 강화

(사진=연합뉴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됐지만 향후 북핵협상에 그리 부정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 딜'(no deal) 회담은 분명 충격적인 결말이고 외교사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하지만 북미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달리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북미 정상의 '쿨'한 이별…트럼프 "친한 친구", 北도 비난 자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가장 중요한 것은 북미 정상이 비교적 '쿨'하게 헤어졌고 지속적인 대화 의지를 밝힌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기자회견에서 "갑자기 일어나서 회담장을 나온 게 아니라 우호적으로 마무리했고 악수도 했다"고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절친한 친구"라며 여전히 호의를 보였고 "(헤어질 때도) 서로 간에 따뜻함이 있었다. 이것이 유지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도 지난 1일 관영매체를 통해 이번 회담의 긍정적 측면을 전하며 대화 지속 의사를 밝혔다.

노동신문 등은 회담 결렬 사실은 공개하지 않은 채 오히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사의를 표하고 차기 회담(새로운 상봉)을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리용호 외무상의 심야 기자회견을 통해 회담 결렬 책임에 대한 미국 측 주장을 반박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한발 더 나아가 "지금으로선 (회담을) 계속해야 하나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합의 실패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은 향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다. 역설적으로 강한 회담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 북미관계 원점 회귀 없을 듯…한미군사훈련 소규모 진행

비행 중인 B-1B랜서 (사진=미 공군)

 

따라서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북미 관계가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더 악화되는 일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대북제재 강화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제재가 이미 강력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더 필요하다고 보진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갖게 되면서 저도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그들의 관심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군사압박도 현 상태에서 계속 유예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군사훈련을 재개할지 묻는 질문에 명시적으로 답하진 않았지만 막대한 비용이 지출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현 수준 유지에 방점을 뒀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1일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올 봄 예정된 독수리 훈련(FE)과 키리졸브 연습(KR)이 소규모 훈련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NBC방송도 한미 당국의 같은 방침을 전했고 심지어 훈련 명칭도 바뀔 것이라고 했다.

북한 역시 추가 대북제재나 군사훈련 확대가 없는 한 당분간 냉각기를 갖고 정중동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는 핵·미사일 시험이나 국지적 도발을 통해 한미 양국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려 했지만 이제는 무용한 카드가 됐다.

◇대타결 근접했던 회담…추후 회담의 밑거름 기대

북미 확대정상회담 장면 (AP=연합뉴스)

 

이런 예상이 가능한 것은 이번 회담이 최종 타결에만 실패했을 뿐 실질적 성과가 크기 때문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소장은 "회담 결렬이라기보다는 일시 중단이라고 보고 싶다"며 "최고 지도자들끼리 세게 부딪힘으로써 문제가 분명해졌고 앞으로는 여기에 초점을 맞춰 협상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더 진전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까지의 진전만 가지고도 낙관적으로 전망한다"며 "다만 현 지점에서 더 나아갈 수 없기 때문에 회담은 여기서 끝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회담을 앞두고 미국 언론에선 영변 핵시설 동결과 평화선언,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일부 제재완화를 교환하는 '중간 딜' 수준의 잠정합의안이 보도되는 등 타결 가능성이 높게 전망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오늘 서명 할 수도 있었다"고 밝힌 것도 양측이 이미 합의 직전 수준까지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공들인 '매몰 비용'을 생각하면 이제 와서 전혀 없었던 일로 하기엔 너무 아까운 상황인 셈이다.

이와 관련, 케네스 아델만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1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이번 회담을 미·소간 냉전을 종식시킨 레이캬비크 회담과 견주며 합의 실패가 오히려 중대한 성과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이라도 했지, 레이캬비크 때는 그런 것도 없었다"며 당시 험악했던 회담 분위기를 전하며 "동틀 무렵이 가장 어두운 법"이라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2일 '트럼프와 김정은의 공식 합의 실패에도 밝은 점이 보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딜'에 근접한 이번 회담이 향후 대화에 긍정적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 북미 정상 '과단성' 과시하며 국내 입지 오히려 강화

북미 두 정상은 이번 합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역풍은커녕 오히려 국내 입지를 더욱 굳히는 측면이 있다.

'다 된' 협상판도 뒤집을 수 있다는 과단성을 과시하고 철두철미하게 국익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추후 협상에서 훈수꾼들의 개입이 줄어들 공산이 크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코언 청문회로 곤경에 빠진 와중에도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서만큼은 모처럼 여야 모두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3800km의 대장정에도 '빈손 귀환'한 것이 부담일 수 있다. 북한 매체들이 회담 결과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은 물론 미국을 비난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어찌 됐든 미국 대통령과 대등한 위치에서 두 차례 회담했고, 사회주의 우방국인 중국과 베트남에서 환대를 받은 것 등을 따지면 별로 밑지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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