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6월 27일 북한이 영변 핵시설 내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영변 핵시설 이외에 추가적인 핵시설 해제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추가 핵시설 지역이 어딜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북한의 비밀 핵시설로 지목된 적이 있는 '강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지난해 5월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강성(kangsong)'이라는 이름의 우라늄 농축이 가능한 비밀 핵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규모도 영변 핵시설의 두 배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ISIS는 정보 당국이 시설의 이름이 정확하지 않고, 구체적인 위치 역사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몇 달 뒤 이름도 불확실했던 '강성'이 사실은 '강선'이고, 평양 인근의 천리마 구역 핵시설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지난해 7월 북한의 위성사진을 공개하면서 강선 우라늄 농축 시설이 평안남도 천리마 구역에 위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평양에서 남서쪽으로 약 30㎞ 떨어져 있으며 대동강에 붙어 있는 천리마 구역의 과거 이름이 강선 구역이라는 것이다.
특히, 더 디플로맷이 지목한 위치는 평양과 가까워서 충격을 안겼다. 이곳은 평양과 남포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에서 불과 1㎞ 떨어져 있다.
'강선'에 이어 평양 인근의 '산음동'에도 시선이 쏠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7월 30일 북한이 평양 인근에서 새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제조 중인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WP는 익명의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평양 외곽에 있는 산음동의 한 대형 무기공장에서 액체연료를 쓰는 ICBM을 제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는 미 동부 해안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ICBM급 화성-15형을 비롯해 북한의 ICBM 2기를 생산한 곳이다.
미 정보당국이 입수한 증거에는 최근 몇 주간 촬영된 위성사진이 포함됐으며 여기에 북한이 해당 공장에서 비밀리에 ICBM을 최소 1기 이상, 2기를 제작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WP는 보도했다.
WP는 정황만으로 북한이 핵능력을 확장 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핵위협이 없다고 밝히고도 여전히 고성능 무기를 제조 중이라 지적한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해 7월 25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북한이 핵분열성 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도 눈여겨볼만하다.
지난해 7월 요미우리 신문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 당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났을 당시 비밀 핵시설의 존재와 관련 시설의 신고를 추궁했지만 김 부위원장은 이를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따라 미국이 북미정상회담에서 '강선'과 '산음동' 등의 구체적인 지역을 거론하며 비핵화를 요구하자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2차북미정상회담 결렬을 알리면서 "영변 핵시설 외에 다른 지역의 비핵화를 요구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 영변 외에 추가적인 지역에 핵을 제거해야 한다"며 "그들은 우리가 알고 있다는데 놀라는 것 같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