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최근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모은 주요 재판에서 구속 여부가 엇갈리면서 법조계 안팎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사건을 심리한 각 재판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게 일반적인 분위기지만, 구속 기준 편차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최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징역 5년과 징역 2년6개월을 각각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피고인이 현재 다른 재판을 받고 있다" 등의 이유로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특히 전 전 수석은 불구속이지만,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진 보좌관 윤모씨만 구속되기도 해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형이 선고되고 법정에서 구속하지 않는 결정은 피고인의 혐의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봐야 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근거한다.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진 불구속 재판을 진행하며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형사소송법에선 증거인멸의 우려나 도주의 염려가 있는 경우 등에만 구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재판부도 전 전 수석과 김 전 장과의 불구속 사유로 "항소심 재판이 열릴 것으로 예상돼 항소심에서 다투는게 바람직해 보인다", "피고인이 현재 다른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전 전 수석에 대해서는 "구속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법정구속에 대한 재판부 의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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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김 지사 재판의 경우 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을 지시했는지 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다퉈왔다. 드루킹 일당은 "매크로 사용 시연회를 통해 보고했다"고 주장한 반면, 김 지사 측은 "시연회가 없었다"고 맞섰다.
두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1심 선고 이후 항소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는 대목이었다. "항소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법정구속하지 않은 전 전 수석의 경우와 차이를 보인다.
또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면서 '도주의 우려가 있다' 등의 이유로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안 전 지사의 경우 대권주자에 이름을 올릴만큼 공인에 해당해 도주할 우려가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용모파기가 알려져 주변 이목을 피해 도주하기 쉽지 않다는 취지다.
이와 같이 엇갈리는 피고인들의 운명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법정구속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다소 일관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선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구속 요건과는 별도로, 공인과 같은 사회적 책임이 무거운 피고인의 경우 좀 더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사회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치는 화이트칼라 범죄 피고인이 풀려나 충실히 방어권을 보장받는 반면, 생활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은 공인이 아니어서 도주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구속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 지도층에 엄격한 구속기준을 제시하는 것을 정의구현의 일환으로 판단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후배 검사를 성추행한 뒤 인사 불이익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 "사안이 중대하다"는 등의 이유를 제시하며 법정구속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