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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상이었던 류혜진 캐릭터, 박지현에겐 아픈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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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은주의 방' 류혜진 역 박지현 ①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만난 배우 박지현 (사진=황진환 기자)

 

포털 네이버에서 연재된 '은주의 방'은 주인공 은주의 생활 면면을 보여준 일상 웹툰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라이프-엔터테인먼트 채널을 지향하는 올리브에서 드라마로 재탄생한다고 했을 때,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날지 궁금해하는 반응이 많았던 이유다.

박지현은 원작에서도 여기저기서 욕을 먹었던 '밉상' 류혜진 역을 맡았다. 미모의 갤러리 디렉터이자, 금수저로 남들이 보기엔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지만 사실은 끝없이 애정을 갈구하는 캐릭터였다. 무엇보다 주인공 심은주(류혜영 분)에게 불편한 심기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방해꾼 역할을 자처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원성을 샀다.

극중에서 주인공과 대립하거나, 주인공을 괴롭히는 캐릭터는 응원받기가 힘들다. 그 행동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면 더더욱. 하지만 류혜진을 연기한 박지현의 마음은 달랐다. 알고 보면 안쓰러운 면이 있는 류혜진에게 마음이 갔고,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지?' 싶은 대사도 놀라울 만큼의 '솔직함' 덕분에 싫지만은 않았다고.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을 찾은 배우 박지현을 만났다. 드라마 '은주의 방'과 자신이 맡은 류혜진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은주의 방'이 끝난 지 꽤 됐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12월 1일에 촬영이 끝났다. 계속 쉬었다. '은주의 방' 스태프들이 '백일의 낭군님' 팀에서 그대로 온 거였는데, 포상휴가를 12월 초로 잡아둬서 그전에 다 끝냈다.

▶ 1월 22일에 최종화가 나갔는데 12월 1일에 촬영 종료라니, 무척 빨리 끝난 것 같다. 촬영 시작을 일찍부터 했나.

9월 말쯤이었던 것 같다. 드라마 한 편이 45분 정도로 분량이 짧고 주 1회였다. 이게 분량이 적어서 그런 건지, 현장 환경이 워낙 좋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모든 스태프들과 같이 되게 편하게 잘 촬영했다. 시간에 쫓기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진짜 그래서 배우분들도 연기하기 편했다고들 했다. 대본도 일찍 나온 편인 것 같다.

박지현은 지난달 22일 종영한 올리브 '은주의 방'에서 류혜진 역을 맡았다. (사진=올리브 제공)

 

▶ 얼마 전 본 인터뷰에서 모든 배역을 오디션으로 따냈다고 들었다. '은주의 방'도 오디션을 봤나.

정확한 사항은 모르겠는데 감독님이 (류혜진 캐릭터와) 이미지가 잘 맞는다고 먼저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오디션 미팅을 봤고, 웹툰 원작과 싱크로율이 잘 맞는다고 하셨다.

▶ 작품 들어가기 전에도 웹툰 '은주의 방'을 알았는지.

아니다. 전혀 몰랐다. 이 작품으로 미팅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인기 많은 작품인지 몰랐다.

▶ 웹툰을 보니 어땠나.

혜진이라는 캐릭터가 이해하기 쉽지 않더라 조금 말이 안 되는 행동을 하던 아이였으니까. 악역이어도 저는 (이해할 수 있는) 정당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에서 걱정했는데 대본이 나오는 걸 보니까 (웹툰과) 많이 다르더라. 웹툰보다 (캐릭터에 관해) 이해되는 부분이 있었다.

▶ 은주에게 "난 네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서 좋아. 원래 나보다 잘난 사람이랑 같이 있는 것보다 너처럼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랑 같이 있는 게 더 재밌거든? 나 진짜 못됐지? 근데 내가 원래 그래. 착해서 당하는 것보다 나빠서 괴롭히는 쪽이 더 적성에 맞거든"이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류혜진이라는 사람을 잘 보여주는 대사라고 생각했다.

그 대사들이 되게 좋았다. 아직도 기억한다. 살면서 누군가를 이유 없이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걸 마음속으로 한 번쯤은 했을 텐데, 비난받을 일이기 때문에 표현하지 않고 지나가지 않나. 근데 혜진이는 자기가 느끼는 모든 걸 얘기한다, 은주한테. 은주가 '너 그래서 나 만나는 거 아냐?'라고 할 때 혜진이가 '맞아'라고 하지 않나. 그때 굉장히 솔직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통쾌하기도 했다.

▶ 싫은 사람이 있어도 대놓고 날 선 말을 하기는 어려운데, 그 장면을 보고 혜진도 보통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저도 살면서 눈치를 많이 보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한다. 친한 사이일수록 더 못하지 않나. 저는 혜진이가 은주를 되게 많이 좋아하는 아이였다고 생각한다. 예전도 현재도 그렇다고 본다. 물질적인 걸 교류하는 것 외에는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달까. 혜진이는 은주를 좋아하고 애정하고 곁에 두고 싶어 했는데, 그 방식이 잘못된 거였다. 은주가 계속 벗어나려고 하니까 그 아이를 옥죄려고 하는 감정이었다고 생각했다.

극중 류혜진은 고등학교 동기인 심은주에게 무례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네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서 좋아"라고 한 대사가 대표적이다. (사진='은주의 방' 캡처)

 

▶ 캐릭터를 충분히 이해하고 흡수해야 몰입해서 연기할 수 있었을 텐데, 류혜진의 어떤 면에 마음이 갔는지 궁금하다. 연민이 생겼던 부분이 있는지.

과거 회상 씬이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인데, 혜진이가 은주를 회상하는 장면이다. 그걸 보고 혜진이의 모든 게 이해되고, 너무너무 불쌍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혜진이는 가족의 사랑을 못 받았기 때문에, 공부 못하고 말괄량이지만 부모의 사랑을 받은 은주와 확실히 대비되는 거다. 촬영하면서도 너무 많이 울컥했다.

원래 혜진이는 은주를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은주 입장에서는 상처받을 줄 모르고 했던 행동이 혜진이에게는 되게 큰 상처가 됐고, 그런 계기로 은주를 미워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 잘 그려졌다고 전 생각한다. 그 장면이 방송되기 전에 혜진이를 무자비하게 욕하셨던 분들이라도 그 과거 씬이 나온 뒤부터는 너무 밉게만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없더라. (웃음)

이런 걸 시청자분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서 댓글 남기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웃음) 혜진이가 입양된 아이라는 사실을 반 애들이 알고 욕하는 장면이 있다. 근데 혜진이는 은주한테 밖에 말을 안 한 거다. 그때 (은주에게) '네가 얘기했지?' 하면서 따지고 화를 막 낸다. 엄청 못된 말을 하는데, 대체 무슨 얘기를 했길래 혜진이가 사이코패스처럼 화를 내나 싶었는데 그게 사연이 있던 거였다.

▶ 이번에 욕을 많이 먹었는데, 극중에서도 사랑받고 시청자들에게 지지받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나.

전 이런 캐릭터가 좋다. 누구에게나 다 사랑받는 캐릭터보다는 알고 보면 사랑스러운 캐릭터? 아픔이 있어서 들여다봐야 하는 입체적인 캐릭터가 좋다.

▶ 혜진은 약혼자 제이슨(김보강 분)의 제안을 거절하고 미국에 안 가겠다고 한다. 당시 혜진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갤러리에서 그림 그리는 씬으로 끝이 난다, 마지막에. 그 씬 촬영할 때도 되게 울컥했는데 많이 참았다. 되게 울컥했다. 그때 그냥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어도 씬이 되게 애잔했을 것 같다. 이때까지 남들의 시선을 계속 의식하면서 남들의 취향, 어머니의 취향에 항상 맞춰왔던 혜진이가 되게 해방감을 느끼면서 되게 감동적이었을 것 같다, 스스로한테.

배우 박지현 (사진=황진환 기자)

 

▶ 자세히 나오진 않았지만, 그 후로 혜진은 어떻게 살았을 것 같은지.

더 이상 부모님의 요구에 맞추지 않고 그림을 그렸을 것 같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지 않을까. 정략결혼 같은 약혼을 했으니까. 민석이(김재영 분)에게 보인 감정은 은주에 대한 질투심에서 나온 거라고 본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애(은주)가 좋아하는 남자애라고 하니까 마치 인형을 뺏고 싶다는 그런 감정이었지, (혜진이가) 진심으로 이성을 사랑해 본 적은 없는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혜진이도 많이 무너졌으니까 그 무너짐을 좀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사랑하지 않을까.

▶ 혜진은 마지막이 되어서야 주체적인 결정을 한다. 본인 인생에서 그런 선택을 한 순간이 있다면.

저는 어렸을 때부터 주체적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저는 되게 극과 극 같은 성격이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서는 정말 일주일 넘게도 밤을 새울 수 있다. 한동안 뭐에 빠지면 끝날 때까지 잠을 안 잔다. 근데 관심 없는 분야에는 너무나도 게으르고. (웃음) 그게 너무 극과 극이라서 저는 제가 선택하지 않은 삶에는 크게 열정적으로 살 수 없다는 걸 아는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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