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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가 정신병원에서 주치의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면서 정신과 치료 관리 사각지대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노숙인 재활 시설에서도 우울증을 앓던 환자가 흉기를 휘둘러 중형을 선고받았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오모(28)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정신장애 노숙인 재활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오씨는 지난해 10월 함께 살고 있는 동료 2명을 흉기로 찌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오씨는 먼저 어깨를 부딪쳤는데 사과하지 않았다며 동료의 머리를 흉기로 찔렀다.
주변의 제지로 살해는 미수에 그쳤지만, 숙소에 들어가 있던 오씨는 자신을 쳐다보고 갔다는 이유로 또다른 동료를 공격했다.
세면장으로 도망가던 동료를 쫓아가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범행은 계획적이었다고 법원은 봤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오씨가 평소 상담사에게 불만과 막연한 적개심을 갖고 있었고, 동료들이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하면 살해할 생각으로 20cm 길이의 흉기를 주머니에 갖고 다녔던 것.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정신병적 질환의 치료·재발 방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도의 사회적 유대관계가 보이지 않고 재발위험성이 높거나 중간 수준에 해당해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문제는 재활센터에서 재범 가능성이 있는 정신질환 노숙인들을 따로 관리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정신장애를 앓는 노숙인들을 전부 받을 수 없고, 공간도 부족해 입소자들끼리 갈등도 자주 일어난다. 또 퇴소를 원하는 정신질환 노숙인을 붙잡을 수도 없다.
서울 시내의 한 노숙인 재활센터장은 "촉탁의사가 우울증 있는 분들에게 약을 처방하고 투약하지만, 이 분들이 나간다고 하면 말릴 순 없다"고 말했다.
또 "너무 많은 분들이 시설 안에 있다 보니 한 방에 6명, 7명이 지낼 수밖에 없다"며 "한 방에 교도소처럼 여러 명이 같이 살면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입소자들끼리 협소한 공간에 모여 있다 보면 사소한 갈등도 위험한 상황으로 쉽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용 인원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게 해결책으로 꼽히지만, 노숙인 재활센터는 전국에 40여곳밖에 되지 않아 업무가 가중되는 게 현실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응답자 456명 중 거리노숙인 29.1%, 시설에 입소한 노숙인 22.8%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질환이 심해 응답을 못한 경우를 고려하면 수치는 더 높을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담원들은 여성 거리 노숙인들의 상당수는 정신질환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노숙인에게 지역사회 안에서 주거시설을 제공하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을 올해 6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