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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까지 보름…양측 치열한 샅바싸움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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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대표 평양에서 여러 의견 청취…환대 받아
비건 "생산적 논의, 건설적 지점"…입장차 확인한 듯
"무엇을 요구하기보다는 구체적으로 터놓고 얘기하는 자리"
다음주 베트남에서 열리는 추가 실무회담 주목
비건-김혁철 평양 2박3일…비핵화 '빅딜' 전반 논의
트럼프, 김정은 리더십 극찬…완전한 비핵화 결단 촉구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이달 27일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마무리하고 10일 귀국했다.

비건 대표는 평양 방문 직후 강경화 외교장관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잇달아 만나 북한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벌인 2박3일간 실무협상 결과를 공유했다.

청와대는 비핵화를 풀어가는 방식에 한미간 정부간 입장차가 없다면서 비건 대표가 언급한 "We are on the same page"(우리 생각은 같다)를 공개하며 일치된 한미 공조를 강조했다.

◇ 비건이 말한 '생산적" "건설적" 어떤 의미일까?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평양을 방문했던 비건 특별대표는 9일 강경화 외교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과 미국은 현재 대화 중이고 이번 논의는 생산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현재 북미 양국 상황은) 특히 2차 정상회담에 앞서 건설적인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산적' '건설적'이라는 단어는 외교적으로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했다는 뜻으로 구체적인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2차 북미정상회담 전에 이어질 추가 실무회담에서 보다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 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샅바싸움'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구체적으로 빠짐없이 터놓고 얘기하는 유익한 기회"

(사진=청와대 제공)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10일 비건 대표가 청와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면담한 사실을 설명하면서 "큰 방향에서 북미회담이 잘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번 북미 실무협상은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그런 협상이라기보다는 서로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빠짐없이 터놓고 얘기하는 유익한 기회였다"는 비건 대표의 언급도 공개했다.

비건 대표는 또 2박3일간의 평양 방문 기간에 북측 여러 인사들을 만나면서 각종 의견을 청취했고, 크게 환대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와 비건 대표의 언급을 요약하면, 이번 실무회담에서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도출될 합의문에 대한 문구 조율 등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한반도 비핵화 방법론 차원에서 서로의 카드를 일정 정도 내보이고, 서로의 요구가 충족될 때 상대방에 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사전 조사하는 성격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가 비건 대표가 미국으로 돌아간 당일 북미간 추가 실무회담이 베트남으로 추정되는 '아시아 제3국'에서 다음 주에 열릴 것이라고 공개한 것도 단 한 차례 실무협상만으로 정교한 비핵화 로드맵이 마련될 수는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 다음주 2차 실무회담에서 영변핵시설 불능화 행동원칙 주목

비건 특별대표는 평양에서 카운트 파트인 김혁철 대표와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폐기 등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 대북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 전반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동시에 맞바꾸는 '행동 대 행동' 로드맵이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담기기 위해서는 북한이 첫 단추를 꿰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9·19 남북 공동성명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영변 핵시설에 대한 조건부 영구불능화를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행동이 없었다는 게 미국의 판단인 만큼, 비핵화 의지를 먼저 보여야 미국도 일부 제재 완화 등의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북한에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지난 9일 도쿄 게이오(慶應)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북한의 가시적인 선행 조치가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적으로 체면이 서야 상응조치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말뿐이고 행동은 없었으니 이제는 북한이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야 할 때"라며 "(평양 실무협상에서) '행동 대 행동 동시 교환'을 원하는 북한과 '선(先)핵폐기 후(後)보상'을 요구하는 미국이 얼마나 간극을 줄였느냐에 (비핵화 로드맵 성패가)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

◇ 트럼프 "북한은 다른 종류의 로켓, 경제 로켓이 될 것" 트위터

(사진=자료사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건 대표가 평양에서 돌아온 당일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리더십 아래 강력한 경제강국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김 위원장과 만나 평화를 증진시키기를 고대한다"며 "그는 어떤 사람을 놀라게 하겠지만 나는 그를 알게 됐고 그의 능력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적었다. 또 "북한은 다른 종류의 로켓, 바로 경제 로켓이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불과 1년 여 전 '꼬마 로켓맨'이라며 날을 세웠지만,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한 차례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이 경제대국이 될 수 있다고 재확인하고, 특히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며 유연한 대응을 촉구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메시지는 비핵화와 경제발전을 연결시켜 향후 북한의 통 큰 결단을 촉구하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이번 기회에 비핵화를 종결하자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 문 대통령 본격 중재자 역할 기대…"We are on the same page"

(사진=청와대 제공)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이 마련될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약 보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도 다시 한 번 빛을 발할 지 주목된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10일 "한미정상은 조만간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준비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상통화는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이후 북한의 경제번영을 약속한 문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을 재차 촉구하고, 또한 북미 실무협상 차원에서 다뤄지지 못한 민감한 내용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미국에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평양을 다녀온 비건 대표가 정의용 실장에게 "한미는 비핵화를 풀어가는 과정에 입장차가 전혀 없다"며 "우리는 생각이 같다(We are on the same page)"라고 언급한 점도 긴밀한 한미 공조가 가동되고 있음을 북측에 전달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 한미간 정상통화에 이어 국정원 등의 채널을 통해 북측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직접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 靑 "우리 정부의 입장은 스몰딜 아냐"

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한편 청와대는 최근 미국 조야와 한국 보수층을 중심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제한적 '핵동결'에 대해 재차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비건 대표가 한미간 생각이 같다라고 언급한 게 북미간 빅딜과 스몰딜 중 어떤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의에 "우리 정부 입장은 스몰딜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 대변인의 이같은 반응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담판에서 '빅딜'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한미가 공감대를 이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빅딜'이란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으로 북한이 영변 핵시설 영구 불능화는 물론 플루토늄·우라늄 시설 폐기, 핵리스트 제출 등 통 큰 비핵화 조치를 하고, 미국은 대북제재 완화와 경제지원 등 대규모 상응조치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반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 일부 비핵화 조치에 대해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남북 경제교류 일부 대북제재 해제 등 미국이 낮은 단계에서 주고받는 비핵화 초기 조치는 '스몰딜'이라 불린다.

청와대가 지난달에 이어 다시 한 번 '스몰딜'을 부정한 이유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핵미사일만 일부 폐기하는 소극적 비핵화, 혹은 현상유지라는 일각의 비판을 털어버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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