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수사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민간인 사찰의혹 등을 제기한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이 10일 추가 기자회견을 통해 청와대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한 수사 진행 상황을 '불법'으로 알아봤다고 폭로했다.
또 청와대가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국장(부산시 부시장)의 비위 혐의를 덮었고, 흑산도 공항건설에 반대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선 찍어 누르기 감찰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김태우 전 수사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는 수사상황을 불법으로 조회했다며 저를 해임했지만, 진행 중 수사상황을 불법 조회한 것은 제가 아니고 청와대"라고 말했다.
그는 "2018년 7월25일 오전 11시11분 이인걸 특감반장이 드루킹이 60기가 분량의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특검에 제출했다는 기사를 텔레그램에 올리면서 내용이 맞는지 알아보라고 특감반원들에게 지시했다"며 "오전 11시24분에 박모 특감반원이 'USB 제출은 사실이고, 내용은 김경수와의 메신저 내용을 포함해 댓글 조작 과정상 문건이라고 합니다'라고 보고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는 대통령의 최측근이 수사 받는 특검 수사 상황을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청와대의 누가 드루킹의 수사상황을 알아보라고 지시했을까. 그 답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감반장이 특감반원들에게 지시한 텔레그램 지시 내용은 제 휴대폰에 완벽히 보존돼 있고, 현재 동부지검과 수원지검에서 보관하고 있다"며 "동부지검은 주저하지 말고 이인걸 반장을 소환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수사관은 지난해 12월 청와대가 전직 관료, 민간 은행장 등을 전방위적으로 사찰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특감반 감찰 내용을 언론에 제보한 점과 지인인 건설업자의 뇌물공여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점, 골프 접대 의혹 등으로 지난달 13일 해임 중징계를 받았다. 김 전 수사관은 해임이 부당하다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김 전 수사관은 또 유재수 전 금융위 국장(부산시 부시장)의 비위 혐의를 특감반이 확인했지만, 윗선에서 이를 덮고 오히려 특감반원들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 국장은 K모 자산운용사가 420억원 상당의 성장 사다리 펀드의 운용사로 선정되도록 우정사업본부 등에 압력을 행사하는 등 3건의 비위행위를 자행했고, 증거자료 분석 결과로 확인됐다"며 "그런데 윗선 지시로 감찰이 중단됐고 유 국장의 비위 정보를 수집하고 조사했던 특감반원은 정권 실세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원대복귀 당하는 등 고통과 불이익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김 전 수사관은 지난해 8월 국립공원위원회의 흑산도 공항 심의 당시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청와대가 부당한 감찰을 했다고도 폭로했다. 그는 "이인걸 특감반장과 김태훈 사무관은 김 장관이 흑산도 공항 건설을 반대하니 즉시 사표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며 "김 장관에 대한 감찰 보고서를 쓰라고 지시했으며 특정인을 찍어내기 위한 감찰보고서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인걸 반장과 김 사무관은 저에게 흑산도 공항 건설을 심의, 의결하는 국립공원위 명단과 반대하는 위원이 누구인지 파악해오라고 지시했다'며 "청와대가 민간인 위원들의 찬반 여부를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은 위법이고 월권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 전 수사관은 오는 12일 오전 10시 수원지검에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관련한 조사를 받는다. 그는 "저는 청와대의 비리를 누설했지, 비밀을 누설한 것이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모든 수사의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 김진태 의원, 김용남 전 의원,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참석했다. 김진태 의원은 "허익범 특검이 왜 하다 말았는지 이제야 의문점이 풀렸다"며 "김태우 수사관을 우리가 보호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