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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이벤트' 베트남서 남·북·미·중 만남 기대감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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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 '급물살'타면 베트남 4자 정상회담도 배제 못 해
판문점 공동선언에도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종전선언' 명시
지난해 싱가포르 센토사 합의 때도 靑 남북미 정상회담 준비
'빅 이벤트' 분위기에 靑 "가능성 높지 않다"…기대감은 여전
김정은 위원장 "평화체제 전환 다자 협상" 신년사도 주목
비건 美 특별대표 평양行…돌아오는 일정 미정도 변수
靑, 지난해 센토사 합의 아픈 기억…조심스레 상황변화 주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되면서 남북미중 4개 정상이 한 자리에 모여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종전선언 채택 등 '빅이벤트'가 펼쳐질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비슷한 시기 베트남을 방문해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중 정상회담에 나설 것으로 전해지면서 '빅이벤트'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청와대는 북미간 비핵화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미중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기대감을 아예 접지는 않고 있다.

◇ 판문점 공동선언에 명시된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지난 2017년 6월 첫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 D.C.로 향하던 대통령전용기 안에서 "핵동결은 대화의 입구이고 대화의 출구는 완전한 핵폐기와 함께 한반도 평화 체제가 구축되는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큰 그림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서로가 행동 대 행동으로 교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고, (북한이) 핵시설에 대한 폐기 단계에 들어선다면 한미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등을 한미간에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언급은 1990년대부터 북한이 줄곧 강조해온 '정전협정 폐기, 종전선언 체결'로 비핵화 토대를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상황 인식으로 풀이됐다.

문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이듬해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조성된 남북화해 무드 속에 열린 판문점 정상회담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당시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서명하면서 종전선언을 한반도 평화정착의 중요 마중물로 삼았다.

3조 3항은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적시하고 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1994년 북미 제네바 협정,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2007년 10·4남북 정상선언 등에 명시된 종전선언 개념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추동력으로 재확인한 셈이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오른쪽)가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북측과의 협상을 위해 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황진환기자)

 

◇ 6·12 센토사 합의 때는 어땠을까?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70년 넘게 지속된 적대 관계에 종지부를 찍는 1차 북미정상회담을 열었다. 북미정상 합의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체제 안정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확실한 약속을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삽입되며, 사실상 종전선언을 위한 북미간 협상 시작을 개시했다.

당시 청와대는 판문점 선언에서 재확인한 남북미 정상간 종전선언 체결을 위해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로 급하게 이동할 수 있는 상황까지 대비하며 막판까지 노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10일 1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를 공개하기 직전까지도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열고 곧바로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종전선언까지 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953년 7월 정전협정이 체결된 상징적 공간인 판문점에서 '빅이벤트'를 기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호 문제와 공간의 협소함 등을 이유로 미 국무부가 거세게 반대하면서 끝내 싱가포르가 최종 낙점됐다.

이런 전례가 있는 만큼 청와대는 이달 27일~28일 열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지난해에 마무리하지 못한 종전선언 체결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그간 "구속력을 갖는 평화협정과 달리 종전선언은 말 그대로 정치적 선언"이라고 여러차례 언급한 배경에는 주한미군 등 동북아 지역에서 미군 지위에 대한 미국 보수층과 조야의 우려를 씻어내기 위한 의도도 담겼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 올해 신년사에서 다자협의체 언급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다자 협상을 언급한 것도 주목된다.

당시 김 위원장은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한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 협상도 적극 추진해 항구적인 평화 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지난달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집중 논의했다는 분석이 나온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영구 불능 조치 등 북한의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 미국이 만족하고, 역시 북한이 만족하는 전향적인 대북제재 해제 교두보가 마련되면 남북미중 정상이 한 자리에 모여 동북아 안보협의체 초기 단계로 종전선언을 추진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해 9월 종전선언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한반도 문제의 중요한 국가이자 정전협정 성명 당사국으로서 중국은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구축하는데 마땅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손을 잡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종민기자

 

◇ 비건 대표의 열린 일정도 긍정적 '변수'

6일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특별기편으로 평양에 도착해 북한측 카운터 파트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전 스페인 대사)와 실무협상에 들어갔다.

두 사람은 2차 북미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의제를 조율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이지만, 비건 특별대표가 공개적으로 평양에 들어갔다는 점, 특히 돌아오는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 개최 논의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비건 대표는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방북한 적은 있지만 실무협상 대표로 공개적으로 평양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건 대표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공관이 없는 평양에 실무협상 대표로 들어갔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상당한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박2일 일정이 될지 그 이상 더 머물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급이 맞지 않더라고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미국측 입장을 설명하고, 종전선언을 위한 당사국 정상들의 회동 등 파격적인 제안이 오갈 수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온다.

◇ 기대 크면 실망도 큰 법…靑 조심스레 상황변화 주시

청와대는 일단 이달 말 베트남에서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 "높지 않다"고 밝혔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6일 '시진핑 주석이 이달 말 베트남에 갈 것으로 보이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가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의에 "북미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여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가 베트남 4자 정상회담이 쉽지 않다고 보는 이유는 ▲북미간 실무협상 한계론 ▲북미간 비핵화 로드맵에 집중 ▲북한의 준비 시간 부족 등이 꼽힌다. 특히 지난해 6·12 센토사 합의 당시 남북미 종전선언이 불발됐다는 점에서 자칫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앞서 나가다 낭패를 보는 상황을 피하겠다는 '안전모드'도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청와대는 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협상 과정에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 초기단계 등의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경우, 문 대통령이 베트남으로 날아가는 방안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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