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서 노승혜 역을 맡은 배우 윤세아 (사진=스타캠프 202 제공)
지난 1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은 염정아, 이태란, 윤세아, 오나라, 김서형 등 40대 여성 배우들이 전면에 나섰다는 점만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JTBC가 여성 주인공을 앞세운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긴 했지만, 대놓고 여성들이 판을 짜고 이끄는 작품은 손에 꼽았기 때문이리라.
입시 공화국인 한국 사회를 풍자적으로 담아낸 드라마 특성상, 각자의 고유함을 가진 개별 인간보다는 가정 안에서 엄마이자 아내로서 위치한 이들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SKY 캐슬'은 절대 선과 절대 악이라고 단순화할 수 없을 만큼 입체적인 캐릭터를 선보임으로써 호평받았다.
엄마 역을 하는 주요 배우 중 윤세아는 미혼이었다. 하지만 그건 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 어떤 걸림돌도 되지 않았다. 쌍둥이 형제와 큰딸까지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 역이 들어왔을 때, 소속사는 조금 당황했지만 당사자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캐릭터가 너무 다양하고 살아있고, (작품의) 미스터리하고 조이는 느낌 때문에 너무 하고 싶었다"는 게 윤세아의 설명이었다. 윤세아의 선택은 옳았다. 그는 'SKY 캐슬'을 택함으로써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작품을 필모그래피에 새겼기 때문이다.
'SKY 캐슬' 종영을 한 회 앞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윤세아를 만났다. 근근이 운 좋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억세게 운이 좋은 배우였던 것 같다는 윤세아가 들려준 이야기는 재미있고 곱씹을 만한 점이 있었다. 특히 인생이 너무 재미있다는 대답에는 저절로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 윤세아가 들려준 반성문, 아갈대첩 장면'SKY 캐슬'은 워낙 명장면과 명대사가 많아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패러디되곤 했다. 권위적이고 걸핏하면 자신을 무시하며 아이들을 괴롭히고 고립시키는 방식의 교육관을 강요하는 남편 차민혁(김병철 분)에게 반성문을 쓰는 노승혜(윤세아 분)의 장면도 널리 회자됐다.
윤세아는 "아, 너무 좋았다. 반성문! 모든 엄마가 그런 반성문을 쓰고 싶지 않을까? 조곤조곤 즈려밟고 가는 반성문 통쾌했다. 필력에도 감동했다"며 "거기에 입혀진 김병철 선배님의 나 홀로 연기가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고사가 얼마 안 남았다면서 눈물 콧물 흘리는데, 방법은 잘못됐지만 살아온 자기 노력에 대한 헛됨, 배신감이 있었을 것 같다. 가족이 다 떠나고 나서의 어떤 서운함, 그리움에 젖어있는 걸 정말 기막히게 하시더라"라고 부연했다.
캐슬 내 가족들이 모여서 혜나 죽음의 용의자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이른바 '아갈대첩' 장면도 무척 재미있었다고 전했다.
윤세아는 이날 인터뷰에서 이른바 '아갈대첩' 장면 촬영 당시 일화를 들려줬다. (사진=JTBC 제공)
"너무 재밌었죠! 대본보다 훨씬 그 생동감이 있었어요. 그 안에서 리액션 통해 만들어지는 부분도 많고요. 카메라 돌아가면 막 머리 잡고 싸우고. (웃음) 거기선 부부들끼리 뭉치잖아요. 남편하고 너무너무 사이 안 좋은데 내 편 들어주니까 너무 고맙더라고요. '남편이 이런 거구나, 신랑이 이런 거구나, 가족이 이런 거구나' 싶어서 너무 웃겼어요. 가족끼리 뭉쳐서 쌈질을 하는데 너무 재밌었고요. 그 씬에서 시청률이 정말 올라갈 거 같은 느낌? 그때 병철 선배님이 강준상(정준호 분) 머리 확 받아서 코피 탁 터뜨리는데 그게 너무 재밌고 멋있더라고요. 다들 합이 좋았어요. 진짜 재밌었어요. 촬영하면서 재밌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웃음)"
윤세아 역시 다른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SKY 캐슬'의 재미는 유현미 작가의 대본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캐릭터들이 너무 다양하고 다 살아있지 않나. 결국 사랑받게끔, 이해가 가게끔 만들어주는 과정이 있었다"고 전했다. 자기가 맡은 노승혜 캐릭터도 유 작가가 입체적으로 표현해 준 덕이라고.
"승혜는 이해의 폭이 넓죠. 되게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되게 빨리, 확실하게 인정하고 그다음 단계로 갈 줄 아는 그런 진취적인 여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그냥 머물러 있지 않고요. 제가 이번에 수많은 학생 팬들이 생긴 게 '대화가 되는 엄마'여서인 것 같아요. (웃음) 학생들이 노승혜 엄마의 딸이 되고 싶다고 하니까요. 근데 본인 엄마가 얼마나 자기를 예뻐하고 사랑하는지 몰라서 그럴 거예요. 지나고 나면 우리 엄마가 노승혜 같았다는 걸 알겠죠. 지나고 나야 아는 것 같아요. 그때 알면 참 효도하면서 지냈을 텐데. (웃음)"
윤세아는 노승혜 뿐만 아니라 모든 인물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다 이해가 간다. 다들 어떤 부분에선 내 모습 같은 게 있었을 것 같다. 욕심과 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그래서 재밌던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 염정아-이태란-오나라-김서형과의 합은극중에선 대립하거나 큰소리를 내는 장면도 있었으나, 실제로 배우들의 사이는 돈독했다. 여성 배우들끼리 합이 어땠는지 물으니 윤세아는 신이 난 듯 이야기를 해나갔다.
"정아 언니는 속내도 다 털어놓을 만큼 워낙 절친이에요. (캐스팅) 다 결정되고 만나서 신나게 수다 떨고 서로 응원했어요. 서형 언니가 제일 여려요, 제가 보기에는. (웃음) 김주영(김서형 극중 역할) 쌤이 웬 말이에요? 제일 여려요. 쫑파티 때 주영 선생님은 시작하자마자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선생님, 이 세상을 어떻게 사시려고요' 했어요. 나라 언니랑 태란 언니는 진짜 성격 털털해서 얘기하면 찜질방에서 수다 떠는 것 같았어요. 서로 감정 씬 있을 때는 수다 못 떠니까 그걸 아쉬워했고요."
(사진=윤세아 인스타그램)
자녀로 나오는 배우들(김동희, 조병규, 박유나)과도 케미스트리가 좋다고 하니 "제가 키운 애들 같았다"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윤세아는 "너무 편하고 처음부터 내 아들 같고 예쁘고 그랬다. 지금도 엄마엄마, 아들아들, 딸딸~ 그런다"고 말했다.
이어, "세리가 조금 늦게 합류해서 아쉬웠다. 또 세리가 수줍음이 많다. 연기할 때랑 다르게. 같이 데이트하는 장면 찍을 때 진짜 좋았는데 너무 추워가지고 서로 막 얼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윤세아는 아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를 극찬하기도 했다. 그는 "연기를 잘하고 정말 편하게 하더라. 트렌디한 느낌? 날것의 느낌이 났다. 아이들을 보고 저도 저렇게 해야겠다 싶은 기분 좋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애들이 똑똑하다. 준비도 많이 해 오고"라고 부연했다.
◇ 40대 여성 윤세아의 삶
윤세아는 2005년 영화 '혈의 누'로 데뷔한 후 다작해 왔다. '프라하의 연인', '대왕세종', '시티홀', '아내가 돌아왔다', '신사의 품격', '구가의 서', '비밀의 숲', '그냥 사랑하는 사이', '착한 마녀전' 등 드라마에서 더 활발히 활동한 그는 시청률, 작품성 면에서 호평받은 작품에 꽤 자주 출연했다.
'SKY 캐슬'이 어떤 필모그래피로 남을지 묻자 윤세아는 "(이보다) 어떻게 더 아름다울 수 있겠나. 저는 캐슬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며 "저는 제가 근근이 운이 좋은 줄 알았는데 억세게 운 좋은 배우였던 것 같다. 이번 작품 함께하게 된 걸 보면"이라고 답했다.
'SKY 캐슬' 이후 '노승혜'라는 극중 이름으로 불리는 일도 잦아졌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학생 팬들도 많아졌다. 부부로 나온 김병철과 컵라면 CF를 찍기도 했다.
컵라면은 노승혜-차민혁 부부에게 중요한 소재였다. 극중 자기와 상의 없이 스터디룸을 고쳤다는 이유로 생활비를 주급으로 준 차민혁에게, 노승혜가 푸짐한 밥상 대신 컵라면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주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매운맛이에요"라는 대사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윤세아는 "살짝 노리기도 했다"며 "아니 (김병철 씨가) 뭐든 맛있게 드신다. 간장게장도 맛있게 드셨다. 뭘 먹으면 기똥차게 맛있게 드신 덕"이라고 밝혔다.
배우 윤세아 (사진=스타캠프 202 제공)
배우 윤세아가 아닌 40대 여성 윤세아의 삶에 관해서도 물었다. 그는 "순리대로 그냥 살아가다가 (결혼이란 게) 주어지면 재밌게 살지 않을까. 하고 싶다고, 안 하고 싶다고 안 되는 일도 아니다. (결혼) 하고 싶어 죽겠다 이런 때는 이제 떠나서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오늘따라 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아무도 안 물어본다, 워낙 재밌게 살아서"라고 답했다.
"인생이 너무 재미있다"고 말하는 윤세아에게 어떤 점이 재밌냐고 재차 물었다. "저 강아지 키우잖아요. 너무 예뻐가지고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후딱 가요!"
"선배님들이 많이 그러세요. 40대, 60대가 여배우들한테는 많이 힘들다고요. 그런데 이렇게 여배우가 많이 나오는 작품으로 성공 거뒀으니까 또 이런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살려고요, 재미있게, 착하게! 그렇게 40대를 보내고 싶어요. 이제 여유롭게 좀 즐기면서요. 자기 색깔을 갖고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게(작품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