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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반' 류준열이 밝힌 CG 같지만 CG 아닌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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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뺑반' 서민재 역 류준열 ①

오늘(30일) 개봉한 영화 '뺑반'에서 서민재 역을 맡은 배우 류준열 (사진=쇼박스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뺑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오전 11시. 영화 '뺑반' 홍보를 위한 류준열 라운드 인터뷰가 예정된 시각이었다. 인터뷰 시간대로는 조금 이른 때였지만, 취재진을 보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류준열의 목소리에선 활기가 느껴졌다.

"아, 오늘 월요일이죠?"라며 한창 영화 홍보 때문에 여러 일정을 소화하는 류준열은 요일 개념이 없다고 말했다. 보통의 직장인들이 평일(월~금) 5일 일하고 주말에 쉬는 것과는 다른 일상을 살기 때문일 테다. 그래도 '뺑반' 개봉일이 수요일(1월 30일)이라는 건 안다며 미소 지었다.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류준열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끊이지 않는, 이따금 불쑥 나오는 까다로운 질문에도 그는 자기 생각을 손상 없이 전하기 위해 애썼다. 평소에도 운전하기를 좋아한다는 류준열은 차 얘기를 할 때 목소리에서 좀 더 '신남'이 묻어있었다.

◇ 독특한 시나리오를 보고 선택한 '뺑반'

'뺑반'은 통제 불능 스피드광 사업가를 쫓는 뺑소니 전담반 '뺑반'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범죄 오락 액션 영화다. '차이나타운'의 한준희 감독 신작이자, 공효진-류준열-조정석의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영화 팬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이후 '운빨로맨스' 한 작품을 제외하곤 영화에서 소처럼 일해 온 류준열. '뺑반'의 어느 부분에 매료돼 출연을 결정했는지 궁금했다.

류준열은 "일단 '뺑반'은 좀 독특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미 '차이나타운'으로 한 감독의 작품을 본 적이 있는 그는 '뺑반'에선 한 감독의 색깔이 어떻게 담겨 있을까 궁금했다고 한다. 미팅해 보니까 알았단다. '아, 이래서 한준희 감독님 한준희 감독님 하는구나. 그래서 차이나타운이란 영화가 나왔구나' 하고.

본인도 남부럽지 않게 영화를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한 감독은 마니아나 덕후를 넘어 '영화광'이었다는 류준열은 영화에 대한 애정에 공감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고 설명했다. 한 사람이 본 영화를 신나게 설명해도 상대방이 안 봤으면 대화가 뚝뚝 끊기기 마련인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할 '뺑반'에 대해서도 풀어나갔다고.

"'차이나타운'에서 보였던, 감독님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 쉽게 쓰고 버리지 않는 그런 지점이 '뺑반'에도 잘 묻어나 있어서 그 부분이 제일 좋았어요. 감독님이 캐릭터를 좋아하고 애정을 가지는 건 (배우 입장에선) 굉장히 행운이거든요. 다른 영화에서 시도하지 않은, 약간의… 어떤 장난이라고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삐끗하고 어긋나게 해서 관객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준달까요. 영화의 홍수라고 할 정도로 정말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1년에 몇백 편도 볼 수 있는 현실 속에서 조금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셨던 것 같아요."

류준열은 "우리가 어느 지점에서는 관객과 호흡하고 타협해야 할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면 재미없을 것 같아', '그럼 (예전에) 했던 것 같아. 우리는 그러지 말고 우리만의 색깔로 밀고 나가 보자'라는 식이었다. 다소 빤할 수 있는 장면일 수 있던 걸, 즐겁게 풀어나가다 보니 즐겁게 찍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 류준열이 '뺑반' 에이스 서민재의 내면과 외면을 그려나간 방식

서민재는 어수룩해 보이지만 차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과 본능으로 뺑소니 전담반의 에이스로 활약하는 인물이다. (사진=쇼박스 제공)

 

류준열이 맡은 서민재는 등장부터 시선을 잡아끈다. 가분수처럼 보일 만큼 큰 포돌이 탈을 쓰고 허둥대던 서민재는 뺑소니 사고 현장에만 가면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뺑소니 전담반의 에이스다.

차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과 본능으로 추리를 펼치는데, 그 과정은 보고도 못 믿을 만한 내용이라서 의구심을 사지만 신기하게도 그의 '촉'은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외양도 눈에 띈다. 약간 내려쓴 안경, 부스스한 머리, 해진 외투, 2G 폰으로 허술한 느낌을 표현했다.

"시나리오를 다 읽어서 (민재에게) 어떤 과거가 있는지 알았어요. 끝을 본 상태에서 인물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이 많았고요. 감독님이 생각했던 인물과는 다르게 접근했어요. 처음에 생각했던 인물은 과거가 있다는 걸 관객도 알 수 있을 정도의 애티튜드나 감성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걸 갖고 있다가 마지막에 변하는 과정을 거쳐서 팍 터뜨려서 뭔가 보여줄 수 있는 인물?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것보다는 과거가 있나, 없나. 얘는 어떤 속을 갖고 있나 하는 게 재밌을 것 같다고 했더니 감독님이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만큼 대화가 잘 통한 것 같아요. 그렇게 약간 방향을 바꿨고 한준희 감독님이 색을 입혀주셨죠.

서민재가 밝은데 밝기 위해서 밝은 건지 슬픔을 가리기 위해 밝은 건지 진짜 가늠할 수 없게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인간이라는 동물이 사회를 살면서 갖는 가면들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고 해야 할까요. 가면이란 표현이 좀 부정적이긴 한데 서로 편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하고 호흡하기 위해서 쓸 수밖에 없는 가면들? 안방에서의 모습들과는 다른,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가면을 과하게 노골적으로 표현해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었어요. 이 친구가 웃으면서 '괜찮아요', '좋은 게 좋은 거죠' 하잖아요. 또 안경이라든가 (소품을 통해서) 너드(nerd) 같으면서도 뭔가 천재적인 면을 왔다 갔다 하는 순간이 잘 표현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뺑반으로 좌천된 엘리트 경찰 은시연(공효진 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작전을 진두지휘하는 교통계장 우선영(전혜진 분), 은시연의 파트너로서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는 기태호(손석구 분) 등은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누구 한 명이라도 막혔다면 '협력'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배우 류준열 (사진=쇼박스 제공)

 

그중에서도 빠르게 상황을 파악해 전략 세우는 데 크게 기여하는 서민재는 '뺑반'의 중심 역할이었다. 혹시 부담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류준열은 "에이스라는 건 '뺑반'이라는 부서 안에서의 에이스일 뿐"이라며 웃었다.

서민재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데에는 실제로 경찰인 친한 형 덕을 봤다. 류준열은 "영화 안에서의 경찰은 굉장히 터프하고 거친데, 제가 아는 순경 형은 '경찰은 친절해야 한다'고 했다. 이게 서민재 캐릭터 만드는 데 주효하게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재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것 같지만 그걸 굉장히 친절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재철을 만나는 장면에서 뒤늦게 사과도 하지 않나. 이건 애드리브지만. 진짜 경찰들의 모습을 담되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부연했다.

◇ 영화를 위해 직접 운전해 본 소감

'뺑반'은 소개 글에서부터 '범죄 오락 액션'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여기서 '오락'과 '액션'을 맡는 것이 바로 '차'(car)의 존재다. 속도에 집착하는 F1 레이서 출신 정재철(조정석 분)을 쫓는 영화인 만큼, 운전 장면의 비중이 꽤 크다. 류준열도 운전대를 자주 잡았다.

평소에도 운전을 즐기냐고 묻자 그는 "운전하는 것을 되게 많이 좋아한다. 평상시에도 운전하면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차 안에서 생각도 많이 하게 된다"고 답했다. 여행을 다닐 때도 그랬다. 말로는 '너희들이 피곤하니까'라고 하면서도 내심 운전에 욕심이 났다며 멋쩍게 웃었다.

다만 '뺑반'은 '질주' 그 자체에 몰두하는 캐릭터가 나오기에 보통 운전과는 달랐다. 실제로 미친 듯한 스피드를 느껴봤을 텐데 소감은 어떨까. 류준열은 "남다르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고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차가 빨라서 차 안에 있는) 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워낙 좋은 차를 몰다 보니. 그 아슬아슬하고 아찔한 감정이 느껴지는데 이걸 관객들도 느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한 감독도 영화에 나오는 차에서 감정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비록 차에 선팅이 돼 있어 누가 어떤 얼굴을 하고 앉아있는지는 드러나지 않더라도. 스턴트맨이 대신한 경우도 있지만, 류준열뿐 아니라 조정석과 공효진도 직접 운전한 장면이 많았다.

드리프트도 직접 했냐고 물으니 "네네네. 너무 재밌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론적으로는 이해했지만 드리프트를 할 수 있는 도로가 없어서 입맛만 다셨던 류준열은 기회가 생겼을 때 '제가 해 보면 어떨까요?'라고 말했다. 할 수 있냐는 질문에 류준열은 "자신있는 척이랄까 의지를 보였"고, 빈 도로에서 한번 해 보고 나서 "준열 씨, 이 정도면 해도 되겠는데요?"란 말을 들었다.

차는 '뺑반'에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소재다. 배우들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운전 장면 대부분을 직접 소화했다. (사진=쇼박스 제공)

 

"(제가 한 게 영화에) 대부분 들어가 있어요. CG(컴퓨터그래픽)라고 착각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은데 그때 기분이 되게 좋더라고요. (웃음) 저도 이번에 알았는데 CG면 카메라가 깊게 못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CG를 쓰려면 굉장히 복잡하고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될 때도 있다고 해요. (저희 영화 보고서는) 영화계 관계자분들이 '저건 CG가 아닌데?' 하셨다고 하고요. 오히려 관객분들이 못 느끼실까 봐 아쉬울지도 모르겠어요."

영화에 등장하는 슈퍼카는 으리으리했으나, 타 보니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다고. 류준열은 "조금 과장하면, 폐소공포증을 느낄 정도로 몸을 조금만 틀어도 여기저기가 다 (차에) 붙고(닿고) 만약 그 상황에서 달리게 되면 그 공포심은 굉장할 것 같다. 그래서 (레이싱 장면이 많았던) 정석이 형이 존경스러웠다"고 밝혔다.

한준희 감독의 장기인 '살아있는 캐릭터'나 영화의 큰 줄기가 아니라 소재인 '차'에만 관심이 쏠릴지 걱정되지는 않을까.

"그렇죠. 사실 그 부분이 참 고민되는 지점인데 요즘 관객분들이 굉장히 영리하시고 영화를 단순하게만은 보시지 않는 분이 많아서 많이 걱정은 하지 않아요. (이 작품에) 배우 조정석, 공효진 선배님을 쓴 이유가 있을 거라는 걸 관객분들도 이해하고 계실 거예요. 그분들(조정석-공효진)이 가진 본인만의 독특한 매력들, 그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해석들을 분명히 기대하고 오실 것 같거든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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