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유행에도 장갑은 사치"…'무방비' 병원 청소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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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관련 각종 예방조치는 '그림의 떡'

(사진=연합뉴스)

 

홍역같은 법정 감염병이 유행하지만 기본 보호장치조차 사치인 일부 병원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무방비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50대 청소노동자 최모씨는 "요즘 일 나서기가 무섭다"고 한다.

맡은 일은 일회용 장갑과 피 묻은 거즈, 환자복 같은 걸 의료폐기물 창고까지 옮기는 것.

갖춘 장비라곤 빨간 반코팅 장갑 한 짝이 사실상 전부라고 했다.

그나마도 이틀에 한 번 갈아 쓸 만큼만 지급받는다.

"감염 예방 장비를 좀 더 줄 순 없겠냐"고 물어도 봤지만, 병원과 최씨를 고용한 하청업체 모두 시큰둥했다.

병원은 "산업재해나 감염 예방 등의 문제는 도급계약에 포함됐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하청업체는 "결국은 비용 논리라" 답을 미루기만 한다는 것.

청소노동자 최씨가 이틀에 한 번 정도 갈아 사용할 양을 지급받고 있는 작업 장갑. (사진=독자 제공)

 

최씨는 "요즘같이 유행병이 도는 때면 병원이 제일 위험한 장소"라며 "감염 환자의 방에서 나오는 '균'이라고 적힌 골판지 상자를 카트에 손수 실어 옮기다 보면 덜컥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의료법상 종합병원과 15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춘 병원에선 감염관리위원회와 감염관리실을 설치하고 운영해야 하지만 청소, 시설관리 등을 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병원의 감염, 직원 안전 관리 상황 등을 평가하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인증 평가에서 따지는 병원의 책무는 도급계약상에 하청업체 직원들의 감염과 안전관리를 위한 장치를 잘 갖춰놨는지 등"이라고 설명했다.

하청업체에 '잘 맡겨놓으면 그만'인 셈이란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마저도 '종합병원‧병상 150개' 조건에 미달하는 병원은 빗겨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가 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보호 장치도 이들에겐 안전판이 아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해당 조항은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포괄적으로 적용된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실제 청소‧시설관리 등 비정규‧간접고용 노동자에게도 완전히 동일하게 해당하는지는 유권해석을 내린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올겨울 들어 홍역 감염자만 40명에 육박하는 등 법정 감염병이 횡행하는 상황에서 가장 약한 고리는 간접고용 노동자란 지적으로 이어진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변성민 조직국장은 "정규직 노동자는 노사 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을 통해라도 감염 예방 조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위험은 결국 환자들의 위험으로도 직결되는데, 정작 병원은 '우리와는 상관없다'는 입장이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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