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뒤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법원이 최근 안태근 전 검찰국장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무부 검찰국장이 인사권을 남용해도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국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성추행 비리를 덮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인사상 불이익을 가했다"며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지위를 사유화하고 남용했다"고 설명했다.
안 전 국장은 2015년 검찰 하반기 인사에서 '보복'을 목적으로 서지현 검사를 서울에서 먼 부치지청(차장검사 없는 소규모 지청)으로 배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부치지청 근무 경력이 있는 검사를 다시 부치지청으로 전보하는 것은 관련 배치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래 서 검사가 유일했다.
재판부는 검찰국장이 정한 평검사 인사안이 대부분 그대로 확정되면서 사실상 검찰국장의 역할과 권한 아래 인사가 이뤄져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검찰국장은 평검사 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따라 마련한 인사안을 확정해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하고, 이후 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검찰국장이 정한 인사가 원칙에서 벗어난 채 그대로 통과되고, 이를 견제할 장치도 없었다는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청법은 검찰국장의 인사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검찰인사위원회(인사위)를 통해 구체적인 인사 원칙 및 기준을 정하도록 돼 있지만, 검찰국장의 권한 앞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평검사 인사를 담당했던 한 검찰 공무원은 검찰 조사에서 "인사위는 일부 인사 케이스에 대해 원칙에 위배되는지를 검토한다"며 "(사실상) 그 전에 인사안이 거의 확정되는 것이 맞다"고 진술했다. 안 전 국장이 서 검사만 '족집게'식으로 인사 조치를 내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럼에도 안 전 국장 측은 법정에서 "인사에 관한 직무집행의 기준이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며 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상급자의 지시가 '의무 없는 일'이어야 하는데, 이를 판단할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취지다.
검찰 인사 기준을 세부적으로 법제화하지 않은 허점을 노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법원은 그동안 인사위에서 정한 기준들도 "따라야 할 인사원칙"이라고 판단하며 안 전 국정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인사 원칙이 법령에 규정돼 있지 않더라도, 그동안 열린 인사위의 심의 및 의결들을 직무집행의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검사 인사에 관한 원칙과 기준을 담은 '검사인사규정'(대통령령) 등의 개정 절차를 완료했다.
해당 규정에 △인사의 기본 원칙 △평검사 전보 원칙 △외부기관 파견에 대한 기준을 담아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2월 평검사 정기인사부터 개정안이 적용될 예정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25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이번에 검사 인사 규정을 대통령령으로 명문화했다"며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 검사 인사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