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의 비정규직 동료들 "용균이처럼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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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기피업무 떠안지만 직무·안전교육은 뒷전
비용 감축때문에 설계·시공 단계부터 부실
원청 의무실 사용도 눈치

 

"용균이처럼 낙탄을 손으로 끄집어내다가 헬멧이 벨트에 닿았다. 헬멧이 벗겨지지 않았으면 나도 휩쓸려 갔을 거다", "누군가 소리를 듣고 기계를 멈춰줄 때까지 옷이 기계에 빨려 들어간 채로 30분 버텼다",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가스가 좀만 생겨도 업무를 중단시키는데 가스가 차든 불 나든 그 안에 들어가서 작업 해야 한다."

고 김용균 씨가 숨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심층조사에서 나온 증언들이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인권실태조사단과 고 김용균 사망 사건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2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태안화력발전소 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발전소가 민영화되면서 비용 감축에만 집중하다 보니 설계·시공 단계부터 노동자들은 위험을 떠안아야 했다.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전주희 활동가는 "가장 최근에 지어진 태안화력 9·10호기는 가장 낙후된 시설이다"라며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 설비 단계에서 조도가 높은 랜턴을 벨트 사이에 장착되지 못했다"고 했다.

김씨가 생전 랜턴을 지급받지 못한 채 업무를 했던 것도 문제지만, 애초 설비 단계에서 랜턴이 설치되지 못했던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런데다 현장에서 지급되는 안전장비 무용지물이라는 노동자들의 증언도 나왔다.

전 세월호 특조위 박상은 활동가는 "낙탄을 빨아들이는 버큠클리너(VC) 용량이 적어 삽질하는 게 빠른 상황이다"라며 "컨베이어벨트에서 일하는 경우 가죽장갑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목장갑 지급해 손 다친 노동자도 있다"고 했다.

또 발전5사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저가탄을 많이 쓰다 보니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도 큰 거로 조사됐다. 가스함량이 높은 저가탄이 저장된 곳(저탄장)에선 자연발화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조사단은 일산화탄소 농도가 30ppm 이상인 경우 현장 출입을 금하는 산업 안전규칙이 현장에서 거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봤다.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다쳐도 의무실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노동자는 "원청에 간호사가 상주하고 있는 의료실이 있지만, 하청업체 노동자가 편히 이용할 수 없다"며 "원청에 보고 올라가는 걸 탐탁지 않아해 의료실 갈 바에야 바깥 병원으로 간다"고 답했다.

조사단은 직무교육과 안전교육도 뒷전이었다고 주장했다.

발전소 가동 초기에는 교육 기간도 길고 구체적으로 교육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3개월, 2주, 사흘 등으로 차츰 기간이 짧아졌다는 것.

부실 교육의 원인으로는 한국발전기술 관리자 대부분이 발전소 퇴직자(OB)라는 점이 꼽혔다. (관련기사: [단독] 태안화력 낙하산, 구의역 닮은 '발피아')

박 활동가는 "발전소 정규직 업무와 하청업체 업무가 달라 팀장이나 실장도 교육을 못하고 간단한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고 일상적 안전교육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조합원과 비교군인 한국서부발전 소속 정규직, 다른 화력발전소 노동자 등 총 48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사흘에 걸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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