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서울 청계천변 입정동 일대에 재개발 반대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공구 거리'를 포함한 서울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상가 철거가 올 초부터 본격화하면서 인근 지역의 재개발에도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인 공구 거리 외에 을지면옥, 양미옥 등 역사가 깊은 유명 맛집들이 재정비 대상에 포함됐다. 철거가 본격화하면서 일대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최근 철거 논란이 일고 있는 을지면옥과 양미옥 등 세운상가 일대 오래된 가게(老鋪)들에 대한 보존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을 이 일대 도심전통산업과 노포 보존 측면에서 재검토하고, 올해 말까지 관련 종합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그동안 역사문화 자원에 대해선 최대한 '보존' 원칙을 지켰왔음에도 현재 진행중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 계획(2014년 수립)이 '역사도심기본계획'(2015년 수립) 상의 생활유산을 반영하지 못한 채 추진됐다고 판단하고 이제라도 이를 정비계획에 반영해 보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정비 사업에선 서울의 역사와 시민의 삶을 담고 있는 유무형의 생활유산은 철거하지 않고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우선 세운3구역 내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을지면옥, 양미옥 등은 중구청과 협력해 강제로 철거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공구상가가 밀집한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은 종합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사업추진 진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구역은 작년 12월 중구청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서울시는 또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수표구역 내 보전할 곳과 정비할 곳에 대한 원칙을 정해 실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소유주, 상인,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논의구조를 만든 뒤 협의를 거쳐 올해 말까지 세운상가를 포함한 도심전통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한다.
구체적으로 중구 인쇄업, 가구·조명상가, 종로 귀금속, 동대문 의류상가·문방구 등 일대 도심제조 및 유통산업 육성방안이 종합대책에 담긴다.
육성방안의 주요내용은 ▲ 현황조사 연구 ▲ 유통시스템 고도화, 홍보 콘텐츠 지원 등 도심제조업 육성 및 지원 프로그램 운영 ▲ 도심 내 공공부지를 활용한 대체부지 확보 및 상생협력 임대상가 공급 ▲ 영세 제조산업 환경오염방지 대책 마련 및 공동작업장 지원 등이다.
영세 전통 상인을 위해서는 공공 임대상가를 조성해 상인에게 제공하는 '공구혁신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공구·인쇄업 등 도심전통산업이 밀집한 세운상가 일대는 전후 한국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으나 산업 고도화로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대부분 업체가 영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박원순 시장은 "생활유산과 도심전통산업을 이어가는 산업 생태계를 최대한 보전하고 활성화한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시민 삶과 역사 속에 함께해온 소중한 생활유산은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