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왼쪽)-비건(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제공)
워싱턴에서의 북미 고위급회담과 스웨덴에서의 실무회담이 마무리되면서 약 한 달여 남은 기간동안 양국은 북미정상회담 추가 준비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9~21일 스톡흘름 외곽에서 열린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에 참가해 합숙 담판을 벌였다.
지난해 고위급 회담이 미뤄진 후 수개월만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와 스웨덴에서 실무회담이 성사됨으로써 북미는 향후 실무 논의를 위한 '첫 발'을 내디딘 셈이다.
이번 회담은 북미 양자 회담과 남북미 3자 회담, 남북 양자회담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졌다.
양 정상의 만남만으로도 의미가 컸던 1차 북미정상회담과는 달리, 2차 회담에서는 가시화된 성과를 도출해야 하기 때문에 양측 모두 신중한 모습이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현지 취재진의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스웨덴 외무부 대변인은 회담이 끝난 뒤 신뢰 구축과 경제 개발, 장기적 포용 등 한반도 상황에 관한 여러 주제로 '건설적인 회담'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회담은 북미 간 이견을 크게 좁혔다기보다는, 앞으로 진행될 실무회담의 물꼬를 트는 '상견례'의 성격이 강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북미 양측이 전체적인 협상 카드를 다시 한번 꺼내놓고 우선순위를 주고받는 등 의견교환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신범철 아산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최 부상과 비건 대표가 처음으로 만나는 상견례 성격이 강하다"며 "큰 진전보다는 일단 회담을 시작하고 의견을 나눴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비핵화의 구체적 방법에 대한 이견도 컸지만, '바텀-업(bottom-up)'방식을 선호하는 미국과 '톱-다운(Top-down)'형식이어야 하는 북한 사이 의사소통 방식에서 차이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추후 회담을 위해 이번 스웨덴 회담에서 대통령의 의중 못지않게 관료들 사이 사전조율이 필요하다며 실무진 간 논의의 필요성을 북한에 설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으로 돌아간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고위급 회담에서 주고받은 사항들을 보고하고 나면 북한은 김 위원장의 '지령'을 받아 실무회담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상견례 형식의 실무회담을 통해 서로의 의중을 어느정도 파악했다는 점에서 북한 입장에서는 어떠한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가, 미국의 경우 어떠한 상응조치가 가능할지 전략적인 분석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암시한 핵무기 동결·생산 중단과, 영변 핵시설 폐쇄 및 검증,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쇄 및 검증 등이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로 거론된다. 미국은 종전선언과 경제제재 일부 완화, 평양-워싱턴 연락사무소 개설 등 상응조치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담 후 스웨덴 외무부 대변인이 언급한 '신뢰 구축'은 북미 간 새로운 관계 정립, '경제 개발'은 경제제재 완화와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등 관련사항, 또 '장기간 포용'은 비핵화에 대한 장기적 논의과정을 협의했음을 암시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미 양측 모두 이번에는 성과를 내야만 하는 상황인만큼, 추가 실무회담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정부 역시 이번 북미 스웨덴 회담에 참석했다는 점, 또 제3국 보다는 효율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판문점 등에서 추가로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앞으로는 제3국 보다는 판문점 등에서 실무회담을 한 두차례 더 가질 가능성이 높다. 또 실무회담 재개에 역할을 했던 정보당국 간 공감대를 바탕으로 논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다 논의하지 못한 내용은 정상회담이 열리는 현장에서 추가로 실무적으로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