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부산 마대자루 살인사건'을 저지른 혐의로 무기징역을 받은 남성이 진범이 아닐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양모(48)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양씨는 2002년 5월 부산에서 A씨의 가방을 뺏아 통장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은행에서 296만원을 인출하고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은 같은달 부산의 한 해안에서 사체가 담긴 마대자루가 발견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앞서 1심과 2심은 양씨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직접증거는 없었으나, 돈이 인출된 은행 폐쇄회로(CC)TV에 양씨가 찍혀있고 그의 옛 동거인이 물컹한 마대자루를 함께 차로 옮겼다고 진술하는 등 간접증거를 통해 유죄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아주 무리라고 할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 사건과 같은 중대한 범죄에서는 유죄를 인정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하고, 그 과정에 한 치의 의혹도 남겨서는 안된다"고 파기환송 사유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양씨 옛 동거인이 시체유기의 공범으로 의심받자 기존 진술을 바꿔 마대자루를 같이 옮겼다고 말한 점이나 사체 부검결과 알코올이 나온 점 등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대법원에 접수된 제3자가 진범이라는 내용의 우편도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